Chaotic Blue Hole

"나 참, 그 선생도 사람 어지간히 부려먹는구만."

"뭐 그래도 어차피 할 일이었잖아요?"

"즐기면서 하는 거랑 시간에 쫓겨서 하는 거랑은 천지 차이라고."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도 있잖아요."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야 즐기지!"

인철은 투덜거리면서도 스크린을 보며 쉬지않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고, 현준 역시 장비를 손 보는데 열중해서 고개조차 들지 않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시우와 대화를 하는 것은 바로 곁에서 구미호를 조정하고 있는 시영뿐이었다.

"누나, 괜찮을까?"

"글쎄,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어. 워낙 시간이 촉박해서 테스트 가동도 제대로 못 해보고 투입되는 거니까. 그래도 일선에 나서는 게 아니고 후방 지원이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시영의 대답에 시우는 약간이나마 안심했다. 브리핑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키는 모든 IS 파일럿들에게 출격 준비를 지시했고, 전용기를 보유한 학생들, 다시 말해 시우 일행에게는 1시간 30분 후에 작전이 시작되니 그 전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세팅해두라고 했다. 그 때문에 리자와 나알리아, 사브리나도 각자 관리 팀을 찾아갔고, 시우도 시영 일행을 찾아와 마무리 조정을 부탁했다. 그런데 정작 인철과 현준이 하고 있는 것은 마무리 조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무장 변경 세팅이었고, 구미호에 실탄형 라이플 모드 말고도 근접 무장이 두개나 추가된다는 사실에 시우는 이번 작전 수행중에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던 것이다.

'어라? 그러고보니 원작에서는 분명히 다들 임해학교 때 특수 장비 패키지를 장착했던 것 같은데, 왜 우리는 그런 게 없지?'

"저기, 누나."

"응? 왜?"

"은황에는 패키지 안 달아도 돼?"

"응? 아, 패키지 말이지. 그게 말이야, 아직 시우의 스타일이나 은황의 세컨드 폼에 대한 정보 같은 게 부족해서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패키지를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보류됐어. 이번에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다음에야 패키지가 나올 것 같아."

"그렇구나..."

그러고보면 원작에서도 패키지를 장착한 사람들은 전부 대표 후보생이거나 전용기를 탄지 꽤나 시간이 지난 사람들 뿐이었다. 이치카나 호키는 탑승 시간도 시간이고, 원 오프 어빌리티 문제(뱌쿠시키)와 전영역 대응 가능한 4세대(아카츠바키)라는 점 때문에 패키지를 쓸 수 없거나 쓸 필요가 없었지만.

"그나저나 그럼 이제 변형 모드가... 총검, 어설트 라이플 2가지, 스나이퍼 라이플, 캐논, 거기다 대검에 창... 7개네. 2개만 더 생기면 진짜로 구미호 되겠는데..."

"왜, 정말로 두가지 더 만들어서 넣어줄까?"

"아니요, 사양할게요. 여기서 더 추가되면 그야말로 잉여 모드 될 것 같아요."

시우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현준이 히죽 웃으며 말하자, 시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7가지 모드도 다 쓸 일이 있기는 할지 의문이었고, 게다가 그 중에 근접 대응형만 세가지라는 점이 그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했다. 그때 현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시우야."

"네? 왜요?"

"아까 얘기했던 거 말인데, 데이터 변화량 폭증한 거. 뭔가 대답하려고 했지? 어떻게 된 건데?"

"아, 그게 말이죠. 실은 그 무렵에 스쿨의 IS 관리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시스템을 설치한 게 있거든요."

"야, 그게 뭐길래 이렇게 왕창 변하냐? 이건 거의 인격 변화 수준이라고."

"그게... 쌍방향 뇌파 감응이 되는 거라서..."

"""뭐?"""

시우의 말에 현준은 물론 인철과 시영도 고개를 돌려 시우를 쳐다보았고, 생각보다 강한 반응에 시우는 잠시 주춤했지만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코어에서 파일럿에게 전달하는 정보를 홀로스크린이 아니라 뇌파를 통해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래요."

"...야, 그거 좀 위험한 거 아니냐? 뇌의학은 아는 게 없지만, 까딱하면 뇌가 과다 정보로 맛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인철의 지적에 현준과 시영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시영은 근심이 가득한 눈이어서 시우는 특별히 잘못한 것은 아닌데도 괜시리 미안해졌다. 어쨌든 꺼낸 얘기는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에 시우는 말을 계속 했다.

"아무튼, 그 덕에 은황과 제가 직접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경우가 늘었어요. 덕분인지 은황의 말투도 많이 사람과 비슷해졌고. 통신 기능을 이용해서 음성 출력도 가능해졌구요."

현준의 반응이 조금 걱정이라 이따금 감정도 내비치는 것 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현준이 과민 반응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니, 과민 반응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었다. 파일럿과 IS가 대화를 나누는데다 IS의 말투가 사람과 비슷해졌다는 것은 확실히 놀랄 일이었다.

"진짜?! 그, 그럼 지금도 은황이랑 얘기할 수 있어?"

"네, 가능하긴 한데..."

"은황! 나다, 결혼해주라!!"

"""......"""

현준의 느닷없는 발언에 세명은 그대로 입을 다문 채 각각의 심정이 담긴 눈초리로 현준을 보았다. 한심하다는 눈길(인철), 안쓰럽다는 눈길(시영), 황당하다는 눈길(시우)의 3종 세트를 받으면서도 현준은 뚫어져라 시우, 정확히는 시우가 장착중인 은황을 바라보았지만 은황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은황이 말이 없자 현준은 시우를 원망스레 쳐다보았고, 시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은황을 불렀다.

"...은황, 뭐라고 대답 좀 해줘."

[딱히 드릴 말씀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마, 말했어?! 진짜로 말했다!!"

[무슨 희귀동물 보는 아이처럼 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미안, 미안. 그나저나 은황, 진짜로 사람처럼 말할 수 있구나. 대단하다."

[항상 시우가 말동무가 되어준 덕분입니다.]

"자, 그럼 이제 본론. 결혼해줘!"

이제 세명은 아예 현준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딱히 의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의식중에 동일한 결론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나마 말상대가 된 은황은 대답을 돌려줬지만 그것도 현준을 배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는 IS인데다 파일럿은 시우이며 시우 외의 파일럿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뭐시라아아아아아아?!"

은황의 대답을 들은 현준은 시우의 멱살을 잡으려고 했지만, 은황을 장착중인 시우는 전신이 은황의 동체장갑으로 감싸인데다 신장도 2m를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허리 부근을 붙잡고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말로 흔들리지야 않았지만, 그 심정은 확실히 전해졌다.

"시우! 너 대체 은황에게 뭔 짓을 한 거냐! 얘가 대체 왜 이래!!"

"아니, 제가 뭘 어쨌다고 이러세요..."

"안 그러면 얘가 이럴 리가 없잖아!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개발한 나한테! 틀림없이 네가 뭔가 한 거지! 그래, 그 쌍방향인가 뭔가 하는 게 문제였을 거야. 안 그러면 이런 반응을 할 리가 없어!"

"...적당히 해라."

"윽."

듣다 못한 인철이 현준의 뒤로 다가와서는 정수리에 알밤을 한대 먹였고, 현준이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살짝 웅크리자 그대로 목덜미 뒤편을 붙잡고는 질질 끌고 갔다. 반항하려는 현준에게 인철은 한대 더 알밤을 먹였고, 잠시 후 두 사람은 조용히 키보드만 두들기고 있었다. 다만 현준의 표정은 반쯤 시체처럼 보여서 시우는 내심 걱정이 됐다.

"그런데 누나, 조현준 연구원님 애인 있지 않았어?"

"있긴 했지. 한달 전까지는."

"깨진 거야?"

"2D의 위대함을 설파하다가."

"......"

시영의 대답을 들은 시우는 현준에 대한 동정심을 버리기로 했다.




"의외군. 지난주에 벌린 일 때문에 보류할 줄 알았는데."

"적당한 기회가 이번 밖에 없으니까. 남아공의 물건이 활성화 된 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또 모르지만, 앞으로는 언제 또 새로운 IS가 테스트를 할 지 모르잖아."

"뭐, 그건 그래. 생산도, 기동도 완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니. 역시 IS는 병기로서 결함품이야."

"그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번에 한 거겠지. 다음 기회는 없을 것 같지만."

"무슨 말이야?"

"역추적 당해서 해킹 베이스가 탄로난 모양이야. 장비를 전부 파기하고 급하게 몸만 빠져나왔다더군. 게다가 크래킹 시도에서 성공까지 몇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니 다음은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IS 연구원들도 손놓고 있지만은 않을 테고."

"그도 그렇네. 게다가 어쩌면 코어들이 알아서 자기들끼리 방벽을 세울지도 모르고. ...하여튼 마음에 안 든다니까."




오전 10시 50분경, 시우를 비롯한 학생들과 IS 스쿨 교사들 8명은 각자 IS를 장착한 채 바다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임해학교에 온 교사들 중 IS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10명이었고, 그 중 2명은 초고속 기동에 비교적 익숙했기 때문에 홀리 저지먼트를 저지하기 위한 선발대로 선행한 상태였다. 남아있는 교사들은 선발대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홀리 저지먼트를 가로막고 포위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시우를 포함한 학생들은 그보다 뒤에서 장거리 원호 및 전술 견학을 담당하고 있었다. IS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 일대는 지원을 담당한 교사들에 의해 해상봉쇄가 실시되어 한적했다.

- 어쩐지 긴장되네, 이거.

"그러게. 역시 상대가 군용이라 그런가."

- 그래도 어차피 우리가 나설 차례까지는 없을 거야. 군용에 신형이니 스펙은 확실히 위일 테지만 폭주 중이라 대응력도 상당히 떨어질 테고.

- 그러면 좋겠지만 실제론 어떨지 몰라... 조심하자.

사브리나와 시우, 리자, 나알리아는 자신들끼리 통신망을 개방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직접 전투를 벌일 일은 없었지만 첫 실전 참가이니만큼 긴장감은 교사들보다 훨씬 많이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일부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사들도 그 심정을 알고 있기에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그때 은황이 경고 메시지를 발했다.

[초고속 비행 접근중인 물체 다수. 1분 이내에 현 공역에 도달합니다.]

- 저지에는 실패한 모양이다. 다들 준비해. 여기서 확실히 떨어트린다. 학생들은 초반 견제 사격에만 참여하고, 접근전이 벌어지면 후방에서 견학에 집중하도록.

우치가네를 장착한 사키가 말하자 다들 무장을 고쳐 잡았고 시우 일행도 한번 더 기체 상태를 점검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시우는 심호흡을 하며 전방을 주시했고, 이윽고 하이퍼 센서로 강화된 눈에 무언가가 접근해오는 것이 보였다.

- 전기, 사격 개시! 녀석의 발을 묶은 다음 집중 공격한다!

사키의 지시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방어선의 교사들과 시우 일행, 총 10기의 IS가 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홀리 저지먼트는 빗발치는 탄환을 그대로 받아내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스쿨 측의 방어선과의 거리는 눈깜짝할 사이에 좁혀졌다. 사키는 입술을 깨물며 두번째 지시를 내렸다.

- 녀석의 진로를 가로막아! 접근전으로 유도한다!

방어선을 구성하던 교사들은 재빨리 홀리 저지먼트의 진로를 가로막았고, 홀리 저지먼트는 속도를 유지한 채 방향을 바꾸려 했지만그 때마다 교사들이 움직이며 앞을 가로막았다. 결국 홀리 저지먼트는 속도를 늦춰야만 했고, 그 틈에 후방에서 추격해오던 교사들이 근접 무장을 전개하고 덤벼들었다. 10:1, 그것도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

- ...대단해.

- 괜찮을까?

- 어느쪽이? 선생님들? 아니면 저 군용기 파일럿?

치열하게 포화를 주고받고 쉴새없이 무기가 맞부딪히는 광경을 보며 시우와 나알리아는 말을 잃었고, 리자와 사브리나는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홀리 저지먼트는 군용기라는 특성상 다른 IS들과는 달리 전신장갑에 풀 페이스 헬맷까지 채용하고 있었고, 막대한 에너지량과 그에 따른 엄청난 기동시간과 출력, 1대 다수를 상정한 무장을 가지고 있어서 교사들의 협동 공격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밀리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은 교사들이었다. IS를 장착할 수 있다고 해서 전원이 전용기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은 훈련용 라팔 리바이브와 우치가네를 급히 빌려 썼기 때문에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없었다. 지금 교사들 중에서 전용기를 쓰고 있는 것은 먼저 홀리 저지먼트를 저지하기 위해 선행했던 두명 뿐이었다.




30분이 지났는데도 포위망은 좁혀지지도, 뚫리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교사 측이었다. 이쪽은 2세대 기체가 대부분이고 훈련기여서 피팅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데다 파일럿이 직접 움직이기 때문에 피로도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홀리 저지먼트는 3세대 기체여서 스펙도 뛰어난데다 폭주 중이어서 파일럿이 피곤하든 말든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결국 교사 중 한명의 실드 에너지가 바닥났는지, 홀리 저지먼트의 공격에 절대방어가 발동했고 결국 IS가 대기 상태로 돌아간 채 수면으로 추락했다.

"아!"

- 안돼!

- 큰일이야!

시우 일행이 놀라서 외치는 순간, 또다른 교사 한명이 급강하해서 추락하던 교사를 받아들었다. 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진짜 큰일은 이제부터였다. 당장 포위망을 구성하던 사람 중 두명, 그것도 바로 붙어있던 두명이 비는 바람에 포위망에 구멍이 뚫린데다 모든 사람의 주의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홀리 저지먼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사람이 맡고 있던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 이런!

- 젠장, 거기 학생들! 피해!

- 기왕이면 피하면서 견제사격도 부탁한다!

교사들은 당황해서 뒤쫓았지만 한발 늦어서 홀리 저지먼트는 이미 포위망을 돌파한 다음이었고, 이내 후방에서 견학중이던 시우 일행에게 다다랐다. 교사들의 지시를 들은 시우와 일행들은 서둘러 거리를 벌리며 각자의 사격무장을 홀리 저지먼트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또다시 무수한 탄환이 하늘을 갈랐다.

"뭐?"

- 뭐하는 거야?

- 다들 조심해! 상대는 군용기다! 무슨 장비가 있을지 몰라!

홀리 저지먼트는 시우 일행의 공격을 실드로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어깨 양쪽에 떠 있던 플로팅 유닛을 갑자기 자신보다 전방으로 보냈다. 플로팅 유닛이 IS와 별도로 움직인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기에 시우 일행은 당황했고, 뒤에서 추격해오며 그 모습을 본 사키가 경고를 담아 외쳤다. 그리고 그 때 플로팅 유닛이 약간 위쪽으로 떠오르며 장갑이 열렸다.

- 모두 피해!

직감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리자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플로팅 유닛에서 사방 팔방으로 빔이 발사되었다. 홀리 저지먼트는 플로팅 유닛을 부유형 원격 조작 포대, 그것도 전방위 공격 가능한 포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홀리 저지먼트를 가로막던 시우 일행은 그나마 대응이 빨랐지만, 뒤에서 고속으로 추격해오던 교사들은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이 공격을 받았고 결국 또 네명이 절대방어가 발동되어 전열에서 이탈했다. 근처에는 섬이나 배도 없었기 때문에 전투불능이 된 교사들은 다른 교사들이 서둘러 육지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홀리 저지먼트를 상대하게 된 것은 시우 일행과 사키 뿐인 상황이었다.

- 젠장, 거기 서!

다급해진 사키는 고속 비행을 하면서 순간 가속까지 몇번 사용한 다음에야 겨우 홀리 저지먼트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곧 접근전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1인데다가 홀리 저지먼트의 부유 포대까지 발동되면서 사키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시우 일행이 몇번 원호사격을 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부유 포대의 견제에 막히거나 둘의 위치가 바뀌며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보다못한 리자가 해머를 전개하며 나섰다.

- 선생님, 가세합니다!

- ...미안하다!

방금 전이었으면 건방지게 나서지 말라고 소리치며 막았을 테지만 대답할 타이밍조차 내기 어려운 판국이라 사키는 리자의 돌발행동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쉬이 바뀌지는 않았다. 시우와 나알리아, 사브리나가 중거리 엄호를 하려 해도 매번 플로팅 유닛에 막히는 바람에 홀리 저지먼트를 상대하는 것은 오로지 사키와 리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고, 성가시게도 플로팅 유닛은 전방위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살려 시우 일행의 견제와 사키 일행에 대한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제길, 저 날파리부터 어떻게 해야...!

사키의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시우는 그때까지 비익(飛翼)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즉시 은황에게 비익을 분리시켜 플로팅 유닛을 맡도록 했다. 은황과 분리된 6개의 비익은 3개씩 짝을 이뤄 홀리 저지먼트의 플로팅 유닛과 사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 고맙다, 시우!

- 덕분에 한숨 돌렸어!

"이 정도 갖고 뭘. 나알리아, 사브리나! 우리도 원호하자!"

- 응!

- 당연하지!

은황이 직접 컨트롤하는 비익은 어느새 홀리 저지먼트의 플로팅 유닛을 저 멀리 떼어놓았고, 시우 일행은 안심하고 사키와 리자의 지원에 전념할 수 있었다. 사키와 리자의 움직임이 거침이 없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점점 동체의 유효 타격이 늘며 실드 에너지가 소모되는 횟수와 양이 늘기 시작했다.

- 좋았어, 이대로 밀어붙인... 큭?!

사키가 휘두른 장검을 양손으로 붙잡은 홀리 저지먼트는 갑자기 양팔을 강하게 진동시키기 시작했고, 그 진동이 사키의 장검으로 전해지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장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키는 당황해서 검을 빼려 했지만 홀리 저지먼트는 손을 놓지 않았고 장검은 점점 부서져 나갔다.

- 으랏차!

급하게 리자가 휘두른 해머의 충격으로 홀리 저지먼트가 흔들리는 틈을 타 간신히 장검을 빼내긴 했지만 사키의 장검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한번만 부딪히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 상태를 본 시우는 등에서 삭풍도를 뽑아 사키에게 던졌다.

"선생님, 이거 쓰세요!"

- 고맙다, 시우.

- 꺄악!

사키가 삭풍도를 잡는 순간 리자가 비명을 지르며 사키에게로 튕겨져 나왔다. 몇미터 쯤 뒤로 밀리며 겨우 리자를 받아낸 사키와 시우 일행은 홀리 저지먼트가 있던 곳을 바라보고는 경악했다. 홀리 저지먼트가 이번에는 전신에서 뇌전과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 뭐야. 저거...?

- 느낌이 안 좋은데.

"대체 무슨..."

[적 IS의 세컨드 시프트 실행을 확인.]

- 녀석이 세컨드 폼으로 변형한다!

은황과 사키가 홀리 저지먼트의 세컨드 시프트를 알린 것은 거의 동시였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홀리 저지먼트는 양 팔등과 양 발등에 에너지 블레이드, 등에는 네장의 에너지 블레이드를 겸한 날개, 양 어깨에는 대형 빔 캐논까지 장비하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돌아온 플로팅 유닛은 전체를 구체 형태의 에너지 막으로 감싸고 있어서 충돌 공격까지 가능해진 것 같았다.

[비익 전기 손괴. 회수 불능.]

은황의 보고를 들은 시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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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입니다. 이제 절반 조금 덜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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