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6월 마지막 주에 있었던 IS 스쿨의 학년별 토너먼트에서 벌어진 사건은 은폐되었다.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만 모아서 교육하는 IS 스쿨의 실드가 정체불명의 상대에게 파괴되고, 그 상대에게 시스템이 크래킹 당해서 교사들이 제때 지원도 못 가는 바람에 학생들이 직접 해결하고, 더구나 그 상대가 무인기에다 알고 봤더니 IS 조차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공개되면 엄청난 혼란이 몰아닥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결국 IS 스쿨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은폐했고, 학생들의 소속 국가나 단체에만 극히 피상적인데다 실은 거짓 투성이인 정보-소속불명의 IS가 침입, 난동을 부리다 제압되었으며 파일럿은 제압과 동시에 기체와 함께 자폭했다는 내용-를 전달했다. 물론 정보를 받은 측에서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고, 학생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정체불명기가 IS가 아니었다는 사실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한편, 시우는 또다시 교내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학기초에 유일한 남학생으로 유명인사가 되었고, 1학년인데 전용기 보유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또 이름이 오르내렸고, 이번에는 단신으로 정체불명기를 쓰러트린데다 세컨드 폼까지 이행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단번에 교내 유명인사 No.2까지 오르게 되었다. (참고로 No.1은 학생회장.)
여하튼, 사건이 수습된 후 다음날 종례시간.

"어제 있었던 사건의 여파로, 이번 학년별 토너먼트는 1회전만 실시하고 중지하기로 결정됐다."

"""""에에에에에~~~~~"""""

"'에에'가 아니다, 이 녀석들아. 그 난리가 벌어졌는데 태평하게 진행할 수 있을리가 없잖냐."

C반 여학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에 사키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는 난데없이 일이 터지는 바람에 1회전 중에서도 첫번째 시합밖에 진행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고, 스쿨의 분위기도 어수선해져서 속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토너먼트 자체가 중단되었다. 이는 2학년과 3학년도 마찬가지였고, 대신 앞으로 4일간 개인 숙련도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1회전만 진행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대진표는 그대로고, 대신 시합 일정이 약간 조정되었으니까 혹시라도 착각하는 일 없게 바로 확인해둬라. 혹시라도 제때 아레나에 도착 못하는 팀은 그대로 실격패다."

"에엣? 선생님,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맞아요, 일정이 변경됐다면 진작 알려주고 어느 정도 이해도 해줘야죠."

"횡포다~"

"월권행위다~"

"시끄럽다, 이 녀석들. 그렇게 떠들 기운 있으면 체력단련 하는 셈 치고 아레나 50바퀴 돌고 와라."

사키의 한마디에 여학생들은 언제 떠들었냐는 듯이 조용해졌고, 그 모습을 본 사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시우에게로 향했다. 무슨 뜻으로 보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시우에게 사키가 말했다.

"한시우, 한국에서 조만간 네 IS를 개발한 관계자가 온다고 한다. 아마도 세컨드 폼이 되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가요..."

"정확한 날짜까지는 못 들었지만 1~2주 안에는 온다는 것 같으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아, 그리고 모두에게 전달사항이 하나 더 있다."

시우에게 할 얘기를 끝낸 사키는 다시 반 전체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 내용은 모든 학생들이 기다리던 내용이기도 했다.

"다음주 목요일부터 3일간 교외 특별실습을 나갈 예정..."

"와아아, 바다다!"

"놀러간다!"

"만세에에에!"

"...인데 놀러 가는 게 아니다, 이 녀석들아!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라!!"

결국 오늘도 버럭 하고 소리를 질러버린 사키는 이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표정이었다.

"특별실습의 대략적인 일정은 다음주 목요일 오전에 출발, 정오 이전에 도착, 이후 첫날은 자유시간.(웅성웅성) 둘째날은 오전에는 IS 구동 실습, 오후에는 교사들의 개별 지도.(술렁술렁) 셋째날은 기상 후 숙소 정리, 이후 복귀다.(시끌시끌) ...기분은 알겠지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후우, 일정표는 역시 학사일정에 올려져 있으니 미리 확인해두도록. 자, 오늘 종례는 이상. 다들 1회전 시합 잘 해라."

사키가 지친 표정으로 나가자 잠시 조용해졌던 교실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아무래도 특별실습-임해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토너먼트에 대한 불만보다 큰 모양이었다.

"얘, 너 수영복은 준비했니?"

"그럼, 그럼. 이럴 줄 알고 지난주 일요일에 나가서 사 왔지롱~."

"좋겠다~ 나도 미리 사둘걸 그랬어. 이번 일요일에라도 사야겠네."

"으음... 미리 안 사둔 게 다행 아닐까? 너 요새 조금 찐 것 같던데?"

"무, 뭐? 어, 어디가?"

"...여기가 말이지!"

"꺅! 어, 어딜 만지는 거얏! 그만 해!"

"좋지 않은가, 좋지 않은가~"

"남들이 본다구!"

"누가 보면 좀 어때. 어차피 다 같은... ...아."

뒤에서 들려오는 번뇌를 가져오는 소리들을 애써 무시한 채 시우는 천천히 교실을 나갈 채비를 했다. 토너먼트 1회전은 어제 이미 끝마쳤기 때문에 별다른 일정은 없었고, 기숙사에 돌아가기 전에 나알리아를 한번 보러 갈 생각이었다. 나알리아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왼팔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고, 시우는 그게 자기 탓인 것만 같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기숙사 생활인데다 모든 수업자료는 개인 단말기와 휴대용 저장장치에 들어가 있고, 식사는 식당에서 제공되니 딱히 시우가 도와줄만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채비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시우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어? 응..."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의 스칼렛과 평소와는 다른 어두운 표정의 후지노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후지노가 아니라 스칼렛이 먼저말을 걸어왔고, 미처 생각지 못한 상황에 시우는 약간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머뭇거리는 후지노를 곁눈질로 보며 스칼렛은 말을 이었다.

"어제 토너먼트 중에 있었던 일 사과하러 왔어."

"사과?"

"자."

그렇게 말하며 스칼렛은 후지노의 등을 탁 하고 가볍게 쳤고, 살짝 떠밀린 후지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물쭈물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어제 시합 중에... 마구 성질부렸던 거... 미안해. 내가 원래 뭘 방해받으면 앞뒤 안 가리게 돼서... 미안, 본의는 아니었어!"

허리를 90˚로 숙이며 사과하는 후지노의 모습에 다른 여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시우는 당황해서 후지노를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여학생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도 꺼림칙한 일이라, 서둘러 설득해서 일으키기로 했다.

"아니, 난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나도 뭔가에 집중하면 눈에 뵈는 거 없기도 하고. 누구든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그리고 부탁인데 얼른 일어나 줄래? 나 지금 엄청 오해받을 것 같은데. 아니, 이미 엄청 오해받고 있는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그만해 주세요."

"...그럼 용서해주는 거야?"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서 시우를 바라보는 후지노의 모습은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지만, 시우는 지금 그 모습에 마음이 두근거릴 여유같은 것은 전혀, 단 1나노그램만큼도 없었다. 시우를 쳐다보는 반 여학생들의 시선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 참 여러가지 의미로.

"용서고 뭐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용서할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

"...진짜로?"

"그렇다니까."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

시우의 말에 후지노는 혀를 쏙 내밀며 몸을 일으켰다. 기분도 다 풀렸는지 표정도 평소처럼 살짝 웃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아, 다행이다. 난 슈짱이 어제 나 때문에 화 났을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어젯밤 새면서 고민한 것도 억울해졌네. 책임져."

"뭘 책임지라는 건지 나한테 책임질 이유가 있는 건지는 둘째 치고 그 발언 무진장 위험해 보이니까 그만 해."

"아하하, 어쨌든 다행이네. 고마워, 덕분에 홀가분해졌어. 그럼 내일 보자."

할 말을 마친 후지노는 스칼렛과 함께 교실을 나갔고, 시우는 꼭 폭풍우에 휩쓸렸다가 내던져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시험을보고 난 다음보다 정신적 피로가 더 심한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교실을 나선 시우는 D반에 도착했지만 나알리아는 이미 돌아갔다는 대답만을 들었다.

"...그냥 돌아가자."

D반 여학생들의 꺄아 꺄아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느낀 시우는 터덜터덜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기숙사에 돌아가자마자 씻고 나온 시우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은황을 불렀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사건이 일단락된 직후에는 교사들에게 사정 청취를 당해서 정신이 없었고, 겨우 풀려난 다음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로가 상당해서 그대로 곯아떨어졌으며, 아침에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서둘러 교실로 가느라 은황과 이야기할 새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은황, 어제 그 녀석 말인데. IS가 아니라는 건 확실한 거지?"

[틀림없습니다. 코어끼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위치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제 해당 시각에 제3 아레나에 존재한 IS는 총 4기뿐입니다. 더불어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도 실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코어들은 코어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그러면 은황이 다른 코어의 정보를 빼내올 수도 있다는 거 아냐?"

[자동으로 공유되는 정보는 현재 코어의 상태와 위치 정보 뿐입니다. 그 외의 정보는 해당 코어가 정보 공개를 승인해야 다른 코어들이 접할 수 있으며,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는 외부 공개가 불가능합니다. 강제로 공개하려 할 경우 코어의 자의식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가... 안 하는 게 좋겠네. 그럼 어제 얘기로 돌아가서, 그 녀석에 대한 건 결국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던 거야?"

[코어를 제외한 다른 기술들은 IS와 동일한 기술들이 사용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동력원과 기동원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긴, 그 녀석 무인기였지. 설마 무인기동이 가능한 AI가 개발된 건가? 본격 터X네X터 실현인가... 아, 그러고보니 대처능력이 좀 부족해보이긴 했어."

[확실히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력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움직임 자체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을 보면 실전 투입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스쿨을 공격한 거지? 설마 시위용?"

[IS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시위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식발표를 안 하고 이런 걸 한 걸까... 협박이라고 보기에도 이상하고."

[그 이상은 판단근거가 부족하여 예상할 수 없습니다.]

"뭐, 그야 그렇겠지. 아아, 정말이지. 복잡한 상황에 얽히는 건 싫은데."

시우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대(大)자로 누웠다. 예나 지금이나 근심걱정없이 무던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해온 시우로서는 영 내키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우는 화제를 돌렸다.

"은황, 어제 세컨드 폼으로 넘어간 것 같던데 정확히 어떤 점이 변경된 거야?"

[외형상 변경점은 거의 없습니다. 윙 바인더가 분리 가능해지고 각 윙 바인더의 끝부분에 레이저 라이플의 포구가 생성되어 이동형 원격 조작 포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윙 바인더 분리 이후 플렉시블 암을 뼈대로 하는 에너지 윙이 생성되며 이 또한 무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CS 프로그램과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도 개변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 포대 말인데, 원래 기능에는 없었던 거지? 그러고보니 조작도 내가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본래는 없었던 기능입니다. 또한 조작은 시우의 의사를 받아 제가 실행합니다. 타임 랙은 0.05초 미만입니다.]

"그건 꽤 좋네. 그나저나, 뭔가 그럴 듯한 이름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아이디어 없어?"

[무장에 별도 명칭을 짓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뭐 애칭이랄까... 전부 여섯 개니까, 적당한 게... 없구나. 그냥 비익(飛翼)이라고 하자. 에너지 윙은 광익(光翼)."

[...알겠습니다. 이동 포대의 명칭을 비익, 에너지 윙의 명칭을 광익으로 설정합니다.]

"이름은 지었고, 비익의 성능은 어느 정도야? 탄환은 몇발 정도?"

[내장 동력원이 없기 때문에 플렉시블 암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기동용 배터리를 소모하게 됩니다. 전투기동시 행동 가능 시간은 약 10분. 레이저는 최장 60초간 조사(照射)할 에너지가 있습니다만 포구 과열 문제로 연속 조사는 10초가 한계입니다. 분리 후 10분 경과, 혹은 레이저 잔량 부족시 플렉시블 암과 접속하여 충전할 수 있으며 기동용 에너지와 레이저 에너지 충전은 동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잔량 0에서 100%까지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입니다.]

"레이저는 한번에 1초라도 꽤 긴 시간인데 60초라... 굳이 재접속해서 충전할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전투 중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건 그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아까 프로그램도 변경됐다고 했지?"

[PCS와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에 변경점이 생겼습니다. 기체의 구동 에너지를 무장 에너지로 전용(轉用)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구미호의 본래 설정된 공격 출력보다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PCS의 영향도 스피드 뿐만 아니라 공격력에도 미치게 되어, 통상 파괴력의 210%까지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PCS의 사용 시간은 30초로 단축, 종료 후 에너지 잔량은 실드 에너지 20%, 구동 에너지 25%로 재설정되었습니다.]

"호오, 이젠 명실공히 트란잠인가. 꽤 쓸만해졌는데."

[트란잠이란 건 어떤 것입니까?]

"응? 아, 그냥 혼잣말이야. 신경쓰지 마."

시우로서는 아무리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 AI라고 해도 그런 걸 설명해주기는 어려웠고, 더구나 은황과 같은 IS들의 인격이 AI인지도 솔직히 조금 의심스러웠다. 시우가 기억하고 있는 원작에서도 단순한 인공지능이라고 보기 힘든 묘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들 말고 또다른 변경점은?"

[현재는 그 외의 변경점은 없습니다. 세컨드 페이즈는 성공적으로 종료되었고, 이후 변경점은 원 오프 어빌리티 발현시에나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 오프 어빌리티라... 하하, 어쩐지 안 믿겨질 정도네."

[현재까지의 페이스를 볼 때에는 원 오프 어빌리티 발현도 가능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아니, 원 오프 어빌리티 발현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내 처지랄까, 내가 처한 상황이랄까... 그런 게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만 계속 일어나서 말이지. 그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네."

[...안심하세요. 틀림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시우에게는 제가 있습니다. 안심하셔도... 돼요.]

"어? 어, 응... ...고마워."

[......]

은황도 시우도, 갑자기 어색해진 기분에 입을 다물었다. 시우는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은황도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역시 그대로 덮어버렸군."

"당연하지. 이번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IS 관계자들로서는 감추고 싶은 일 투성이였을 테니까."

"감추고 싶었던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어차피 나중엔 드러낼 거였잖아? 게다가 저쪽에서 알아서 덮어주니 상관없고."

"하지만 저들이 언제까지 잠자코 있을 거라고 보긴 힘들어. 참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우리도 그 자처럼 쳐내질지도 모르지."

"흥, 그 땐 우리가 먼저 해버리면 돼."

"언젠간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야. 너무 이르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조금만 더 참으라구."

"알고 있어. 하지만 기다리던 때가 코앞까지 다가오니까 어쩐지 근질근질해져서 말이야."

"조바심 내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구. 지금껏 잘 참아왔잖아."

"알았어, 알았어."




"시우~"

금요일 방과 후, 종례가 끝나고 돌아가려고 준비를 하던 시우는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G반에 있어야 할 사브리나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라? 사브리나, 여긴 웬일이야?"

"어머, 오면 안 돼? 나 불청객?"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조금 당황한 거야."

C반 여학생들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사브리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역시 시우는 귀엽다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일 시간 있어?"

"그래서는 또 뭐가 그래서인데... 어쨌든 내일 시간이라면 있는데. 어차피 부활동도 안 하고."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시내에 나가자. 쇼핑하는 것 좀 도와줘."

"쇼핑? 별로 상관없지만, 보다시피 나 약골이라서 짐꾼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텐데?"

시우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확실히 시우는 키도 그리 큰 편이 아니고, 근육이 잡힌 것도 아닌데다 지구력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시우 스스로도 '신체등급 종합 평가를 매긴다면 C등급 미만'이라고 자조하고 있었다. 그나마 외모에서 좀 해볼만 한 것은 '순하게 생겼다'는 정도였지만 이것은 쇼핑에서 도움될 일은 전혀 없었다.(가게의 여직원들에게 반쯤 놀림당할 거리는 되었지만.) 아무튼 시우의 말을 들은 사브리나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괜찮아, 괜찮아. 같이 돌아다니면서 말동무 해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니까. 그럼 내일 같이 갈 수 있는 거지? 교문 앞에서 오후 2시에 만나자."

"어, 응. 너만 괜찮다면야 나는 상관없는데."

"그럼 내일 가는 거다. 안녕~"

사브리나가 나간 후,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시우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끼곤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시우를 노려보는 C반 여학생들을 알아차렸다. 그 눈들에서는 원망과 시기와 후회 같은 감정들이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시우로서는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당황해서 서둘러 교실을 나서는 시우를 보며 리자는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약속장소로 향한 시우는 교문 앞에서 사브리나와 함께 있는 나알리아를 보았다. 나알리아는 왼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얼굴 몇군데에 반창고도 붙이고 있었다.

"안녕, 나알리아. 몸은 좀 어때?"

"아, 응... 많이 좋아졌어. 팔은 아직 힘을 쓰면 아프지만."

"다 낫기 전엔 힘 주지 마. 괜히 그랬다가 나중에 큰일나면 어쩌려고."

"응, 알았어."

살짝 웃는 나알리아의 얼굴을 보며 시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합이 있었던 다음날부터 매일 종례가 끝나면 D반으로갔지만 나알리아가 한발 먼저 교실을 나서는 바람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고, 쉬는 시간도 비슷한 상황이라 나알리아의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해 약간 초조했던 것이다.

"잠깐, 나만 쏙 빼놓고 둘이서만 얘기하기야?"

"아, 미안. 사브리나도 안녕."

옆에 있던 사브리나가 샐쭉한 표정으로 투덜거리자 시우는 당황해서 사과했다. 확실히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은 사브리나였는데 나알리아하고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시우를 보며 사브리나는 표정을 풀었다.

"됐어, 정말 시우 답구나."

"저기, 우리 알게 된 지 아직 두달 밖에 안 됐는데."

"그만큼 알기 쉽다는 소리야."

"나 그렇게 단순한 녀석이었나..."

"그러면 이제 시내로 가자. 외출 허가는 받아왔지?"

"응, 받아왔어."

"좋아, 그럼 가자."




그리고 1시간 뒤, 시우는 쇼핑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묻지 않았던 자신을 저주했다.

"그래, 다음주가 임해학교라는 얘기도 들었고... 바다니까... 이해는 되는데 말이지..."

가게 안에서 의자에 앉아 중얼거리던 시우는 시선을 슬쩍 돌리려다 다시 허공에 고정했다. 도대체 눈을 둘 곳이 없었다.

"왜 남자가 여자들 수영복 사는데 따라와서 가게 안에서 기다려야 하는 걸까... 더구나 난 가족이나 남자친구도 아닌데..."

그냥 걸려있는 여자 수영복을 보는 것도 오해 살까 봐 피하고 싶은데 갈아입은 다음 한번 보라고 나올 때마다 정말 시우는 도망치고싶은 심정이었다. 가게에 들어온지 이제 30분, 하지만 체감으로는 3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적당히 대답해주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뒷일이 무서웠다.

"누가 좀 살려줘..."

시우의 혼잣말을 들으며 은황은 아무래도 시우가 둔감에서 벗어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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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그냥 하루에 완결편까지 다 올려버리고 속 시원하게 잊어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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