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쉬는 시간,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리자를 본 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C반배 한시우 토너먼트 파트너 쟁탈전'은 C반을 넘어서 '1학년배 한시우 토너먼트 파트너 쟁탈전'으로 번져버렸다. 심지어 교내 게시판에 안내문까지 붙어 버렸다. 안내문을 읽은 상급생들이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지나치곤 해서 시우는 여러모로 곤란했다. 게다가 (어쩐지 무서워서) 직접 확인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참가자가 벌써 두자릿수에, 지금도 계속해서 참가자가 생기고 있다는 것 같았다. 그 영향인지 아닌지, 시우는 요새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이 입학 당시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역시나 상급생 포함해서)

"부탁이니 제발 살려줘..."

수업이 끝나자마자 방에 돌아간 시우는 침대에 쓰러지며 중얼거렸다. 요즘은 주변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여서 IS 자율 훈련은 물론이고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힘들었다. 사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뮬레이터 룸에 갈 때마다 이미 와 있던 여학생들의 눈길이 심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딱히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한동안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일이고, 일주일 가까이 계속되면 견디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렇게 시우의 기분이 우울해질 때마다 왼손 약지의 은황으로부터 잔잔한 느낌이라고 할까, 따스한 기운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안정이 된다는 점이었다. 전부터 뭔가 여학생들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대기상태의 은황에게서 여러가지 느낌을 받았고 시우는 그때마다 당황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시우에게 있어서 유일한 안식처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대화까지 가능해진다면 더 좋을 텐데... 파일럿의 의지를 받아 사지를 움직이는 방식이니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시우는 왼손을 들어 반지 모습의 은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생길 테니 좋을 것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누운 채로 은황을 보던 시우는 벌떡 일어났다.

"그래, 한번 시도나 해보자."




"네? IS에 뭘 넣고 싶다고요?"

IS 관리 담당교사인 타마키 아스카(玉城 飛鳥)는 느닷없이 찾아온 시우의 말을 듣고 되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요, 음성 출력 프로그램이나 가상 채팅 프로그램 같은 거요. 입력할 수 있나요?"

시우가 다시 말하자 아스카의 표정이 묘해졌다. 10년 가까이 IS 스쿨에서 교사일을 해오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런 부탁을 해온 학생은 없었던 것이다. 기껏해야 기체 프레임 조정이나 전법과 맞는 무장 선택 상담 정도였는데, 지금 시우가 말한 내용은 상상도 못했던... 것까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실행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물어봐도 될까요, 한시우 군?"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요."

"...네?"

처음 부탁한 내용도 황당했지만 아스카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어지간히 뜬금없어서 아스카는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대체 이 학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러는 걸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아스카를 보고 시우는 조금 불안해졌다.

"불가능한가요?"

"에, 아니요. 가능하긴 해요. 일단 이론적으로는. 하지만 여태까지 시도해본 일이 없달까, 시도했지만 알려지지 않았달까, 어쨌든 제가 보고 들은 것 중에는 이런 경우가 없어서... 아니, 물론 생각은 해보긴 했지만 실제 시도는 안 했고..."

뭔가 횡설수설하는 아스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도통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시우는 아스카의 말을 적당히 중간에서 끊었다.

"그럼 일단 해주실래요?"

"아, 네. 그런데...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왜요?"

"그게, 한시우 군 전용기는 한국 정부에서 준비해준 거잖아요. 그런 걸 함부로 손댔다간 국가 간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할까, 까딱해서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 날 수도 있고..."

"분명히 교칙에 '스쿨에 재학중인 학생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외부의 개입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그러면 만사 OK 아닌가요?"

"그러고보면 그런 조항이 있었죠..."

하아, 하고 아스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골치아픈 일은 피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런 아스카에게는 약간 미안했지만 시우는 곧장 반지 모습인 은황을 빼서 아스카에게 내밀었다.

"그럼 인스톨 부탁할게요."

"네... 아, 그런데 한시우 군. 일단 얘기 좀 하죠."

"얘기요?"

"네, 한시우군이 갑자기 그런 프로그램을 설치해달라고 한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설마 하니... 3차원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이었나요?"

"아닙니닷!!"

발끈하는 시우의 모습을 보고 아스카는 작게 숨을 고른 뒤(아무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 같았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농담이에요.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네요. 뭐, 그건 그렇고. 음성 출력 프로그램과 가상 채팅 프로그램의 대사 루틴 둘 다 있어요. 그리고 아직 테스트 단계이긴 하지만 쌍방향 뇌파 감응 프로그램도 있고요."

"쌍방향 뇌파 감응 프로그램? 그건 뭐죠?"

"으음~ 뇌파라는 게 인간의 뇌에서 발산되는 일종의 전기신호라는 거, 알고 있나요?"

"대강은요."

"그걸 이용하는 거에요. IS의 관절 구동이 파일럿의 뇌파 명령을 받아들여 이루어지니까, 그 반대로 IS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지금처럼 홀로스크린이 아니라 파일럿의 뇌로 직접 전달한다는 거죠."

"참 기술 많이 발전했네요..."

"다만 이건 아직 테스트 중이고 해서 제대로 작동할지 안 할지는 몰라요. 안전성 검증은 얼추 끝났지만."

"그러면 그걸로 부탁드릴게요."

"괜찮겠어요? 아직 완전히 개발이 끝난 것도 아닌데."

"그러는 선생님의 말씀은 꼭 '이걸 쓰세요'라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요."

"오, 오호호. 그, 그랬나요?"

시우의 지적에 아스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시우나 아스카나 서로에게 악의는 없었기에 마주 보며 웃었고, 이내 아스카는 은황을 IS 정보 분석 데스크에 올려놓고 작업을 개시했다.

"그럼 지금 시작할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머?"

프로그램을 입력하기 전에 은황의 데이터 상태를 점검하던 아스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본적으로 IS의 내부 데이터는 코어 네트워크를 통해 코어들끼리만 공유하고, 외부 접속으로는 데이터의 파손 여부와 차지하는 용량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었고 그 외에는 코어가 자발적으로 파일럿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전부였다. 아스카가 확인한 것은 설치에 충분한 용량이 있는가 였다.

"이상하네... 은황의 여유 용량이 그리 많지가 않네요?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겠지만, 이상하네요..."

"네? 그래요?"

"자요, 여기 화면."

아스카는 자신이 보고 있던 홀로스크린을 시우에게 보여주었고, 그걸 본 시우도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IS의 확장영역은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하드 디스크의 남아있는 용량과 같은 역할이었다. 그걸 이용해서 파일럿들은 자신에게 맞는 추가 무장을 수납했다가 원하는 순간에 전개할 수 있고, 긴급장착시 기존에 착용중이던 의복도 소립자로 변환해서 데이터 영역에 저장해둘 수 있는 것이다.(엄밀히 말하면 데이터 영역 안에서 무장 전용 확장영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식이다.) 원 오프 어빌리티가 발동될 경우, 대부분의 원 오프 어빌리티가 코어의 연산 및 저장 능력의 80% 이상을 점유하기 때문에 개발 당시 기본무장으로 편성한 것이 아닌 추가 무장은 모두 수납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은황은 어째서인지 벌써 확장영역 사용량이 100%에 육박하고 있었고, 데이터 영역의 사용량도 만만치 않아서 70% 이상 사용중이었다. 한가지 더 이상한 것은, 확장영역과 데이터 영역을 동시에 점유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 때문에 여유용량이 얼마 안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거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 이상 확인해보려면 코어가 데이터를 개방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고... 원 오프 어빌리티는 아니죠?"

"네. 그러고보면 좀 특이한 시스템이 있기는 한데 그것 때문인가..."

"특이한 시스템이요?"

"학급대항전에서 아마 보셨을 텐데, 그 왜, 막판에 갑자기 제가 빠르게 움직였던 거 있잖아요."

"아, 그 1분 조... 아니, 아니. 그 시스템 말이군요."

무언가 말하려던 아스카는 당황하더니 금방 표현을 바꿨고, 그 얼굴은 빨갛게 되어 있었다.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뭔가 희한한 이름으로 통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거, 원 오프 어빌리티가 아닌 건 확실한가요?"

"확실해요. 처음 써보고나서 바로 한국에 확인전화 걸어서 들은 거니까요."

시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전화를 걸었던 때를 떠올렸다. 연구소에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더니 개발 담당자를 바꿔 주었고, 그 담당자는 PCS가 발동했다는 말을 듣고는 '그래? 어때?! 멋지지?! 굉장하지?! 최고지?! 존경하라구! 다들 안 된다고 하는 걸 내가 박박 우겨서 집어넣은 거니까!' 라고 말했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뭐라 쏘아붙이지도 못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던 것을 기억한 시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뭐, 어쨌든 저 대용량은 아마도 그 시스템일 거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용량을 적당히 먹을 만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확장영역 문제는... 제 전법에는 별로 영향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죠."

"그래도 괜찮겠어요?"

"상관없어요. 사실 확장영역 안 쓰기도 하고."

아스카의 물음에 시우는 어깨를 살짝 으쓱 하며 대답했다. 사실 주전법이 원거리 사격전인데다 대부분의 무장은 본체에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확장영역에 수납되는 무장은 구미호와 암 블레이드 뿐이었고, 게다가 그 둘은 모두 기본 무장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수납 불가 사태가 벌어질 일도 없었다.

"그럼 진행할게요. 아, 인스톨 끝나고 나서 기존 시스템과도 연동되어야 하니까 한동안은 메시지 출력이나 그런 게 제대로 안 될 수도 있어요. 너무 조바심내지 말아요."

"네, 감사합니다."




시우 파트너 쟁탈전은 이제 더 이상 시우가 어쩔 수 없는 단계까지 진행되고 말았다.(사실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시우는 발언권을 잃었지만) 3일 전 수요일, 기어이 교내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안내문이 붙어버린 것이다. 반의 여학생들이 게시판 안내문 얘기를 꺼낼 때만 해도 시우는 학생회에서 그런 일을 가지고 안내문까지 붙이게 놔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학생회 임원들도 결국 여자였다. 여자 마음은 여자가 아는 법인지 호기심 & 이해심 &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가뿐하게 허가가 나와버렸고, 거기에 탄력을 받은 시우네 반 여학생들이 준비해둔 안내문을 게시판 뿐만 아니라 교내 이곳저곳에 붙이고 만 것이다. 덕분에 알음알음으로 참가를 신청하던 것이 공개 신청을 받으며 인원이 단번에 폭주, 1학년의 거의 절반이 참여하는 일대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인지 시우는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좋아~ 이제 대진표 작성 끝!"

"정말?! 어디, 어디."

"어허, 아직 보면 안 돼. 게시판에 붙여둘 테니까 그때 봐."

"에이~ 어차피 다 보여줄 건데 뭘 그래. 그냥 좀 보여주라."

"공정성, 공정성. 이런 일은 트집잡힐 부분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나중에 대진표가 누구한테만 유리했네 어쩌네 하면서 결과에 승복 안 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어쩔 거야."

"설마 그런 애들까지 있으려고."

"어쨌든 안 되는 건 안 돼. 종례 끝나면 붙이러 갈 거니까 같이 가자."

"아, 나도 같이 가."

"나도, 나도."

"너희들, 도와주는 게 아니라 대진표 먼저 보는 게 목적이지?"

"에헷, 들켰네."

"뭐 어때, 도와주면 편하고 좋잖아?"

부상(?)이랄까, 상품(?)이랄까, 아무튼 당사자가 있는데도 전혀 꺼리지 않고-그렇다기 보다는 이미 대놓고 무시하면서-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시우는 그에 비례해서 점점 더 우울해졌다.

"나한테는 파트너 고를 자유도, 권리도 없는 거냐... 천부인권은 어디 간 거야..."

고작(...) 파트너 결정 때문에 천부인권 같은 거창한 단어까지 중얼거리던 시우는 문득 은황에 생각이 미쳤다. 파트너라고 한다면 파일럿과 IS 역시 파트너라고 볼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고보면 며칠 전 쌍방향 뇌파 감응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후로 은황에게서 전해져오던 미묘한 알람이나 그런 감각들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스카가 당분간 의사 소통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벌써 3일째라서 시우는 슬슬 불안해지고 있었다.

'한번 타마키 선생님한테 보여드리는 게 좋으려나...'

[마스터에게 통지. 본기 자체 점검 결과, 전 계통 이상 없음. 별도의 점검은 필요없다고 판단됨.]

"...어라?"

아스카를 한번 더 찾아가서 전체적으로 점검을 받아볼 생각을 하던 시우는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어리둥절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학생들은 다들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개중에는 시우를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몇 있었지만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그 여학생들이 말을 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10대 소녀라기보다는 20대의 성숙한 여성의 느낌에 가까웠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든 시우는 시험삼아 속으로 은황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방금 말한 거, 은황 너야?'

[Aye, 마스터.]

확실하게 들려오는, 정확히 말하자면 전해져오는 그 대답에 시우는 기쁨과 놀라움을 함께 느꼈다. 우선 은황과 정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기쁨과, 설마 설마 했는데 실제로 인간이 아닌 지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놀라움이었다.

'그렇구나...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만, 잘 부탁해 은황. 네 착용자인 한시우야.'

[라저. 이후, 기존 이상으로 서포트 예정.]

'그런데... 은황?'

[Yes, 마스터.]

'그 호칭하고 말투 말인데, 바꿀 수 없을까?'

시우로서는 마스터라는 호칭은 어쩐지 부담스러웠고, 은황의 딱딱한 말투도 신경쓰였다. 목소리만 들으면 OL 느낌이라고 할까, 오퍼레이터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인데 호칭과 말투가 분위기를 와장창 깨먹고 있었다. 다행히(?) 은황은 시우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었다.

[호칭에 대해서는 적절한 호칭 지정 요망. 어조는 차후 점진적으로 개선 예정.]

'그래, 그러면 호칭은... 그냥 이름을 불러줘. '시우'라고.'

[Aye, 시우.]

시우가 은황의 대답을 듣고 작게 기지개를 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살짝 주변을 보니 시우가 은황과 이야기를 나눈 것을 눈치챈 듯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긴,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했는데 그걸 눈치채면 그게 더 신기한 거지. 아니, 무서운 건가?'

[공포의 대상이 불명확함.]

'아니, 지금 한 생각은 은황한테 한 얘기 아니니까 대답 안 해도 돼.'

[Aye, 시우.]

은황의 대답을 들으며 시우는 문득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이 비밀이 아니라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뇌파 감응으로 대화를 나눈다면 단순히 생각한 것만으로 의사 전달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사소한 생각조차 은황에게 전달될 거라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왜이제서야 그런 걸 눈치챘냐며 속으로 절규했지만 그래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하는 심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우는 한번 더 은황을 불렀다.

'저기, 은황.'

[Yes, 시우.]

'쌍방향 뇌파 감응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지금 생각...이라고 할까, 이야기 주고 받는 거 맞지?'

[Aye, 시우.]

'그러면, 내가 은황을 부르지 않고 그냥 혼자 생각하는 내용도 은황이 알게 되는 거야?'

[No. 쌍방향 뇌파 감응 프로그램으로 사용자가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전달 대상을 명확히 인식한 경우에만 가능. 전달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동 불가. 단, 이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지막으로 의사를 전달한 후 약 10초간 생각한 바가 그대로 전달됨. 이는 예기치 못한 의사소통 중단을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응책.]

'그렇구나... 알았어, 고마워.'

[별 말씀을.]

안도하며 은황에게 무의식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한 시우는 은황의 대답에 살짝 놀랐다. 말투를 좀 바꿔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해서 시간이 걸리겠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말투가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딱딱한 말투를 듣는 기간도 그리 길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편해진 시우는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우의 표정 변화를 관찰한 몇몇 여학생들은 시우의 심리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재개는 물 건너 간 겁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유일한 성공작의 상태가 저래서야 지원금을 받아낼 명분이 없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우리가 의도했던 목적 자체는 달성했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성공률 자체도... 솔직히 0.1%가 뭡니까, 0.1%가. 내가 스폰서였어도 저랬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중간에 뒤집어 엎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프로젝트 재개는 그렇다 치고... 아담은 어떻습니까?"

"현재까지 받은 보고에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더군요. 그야말로 평범한 남자아이 그대로입니다. 여기, 보고서 원문입니다."

"흐음... 뭐라고 해야하나, 의외라면 의외고 짐작대로라면 짐작대로군요. 정말 실패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단언하긴 이릅니다. 물리적인 성과는 얻어냈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우리쪽 정보부에서 나온 내용입니다만, IS와 유사한 병기가 개발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뭐라고요?!"

"...사실이라면 위험하겠군요. 유사하다면 어느 정도입니까?"

"미확인 정보라서 확실하게 대답해드릴 수는 없군요. 일단은 기밀 취급이기도 하고. 다만 외형상으로는 IS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의 소속이나 그런 것도 알 수 없는 겁니까?"

"현재로서는. 지금도 계속 정보 수집중이라고 합니다."

"그런가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좀 알려주십시오."

"그러지요. 그러면,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그렇게 합시다. 그건 그렇고 프로젝트가 그대로 동결된 건 역시 아쉽군요."

"너무 신경쓰지 맙시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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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까먹고 있었습니다(...)

연재할 당시에는 쓰면 바로 바로 업로드해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미 끝난 걸 나중에 올리다보니 자꾸 잊어버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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