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81의 둥지 안.
여왕괴수가 앉아있는 좌대의 왼편에 세워져 있던 투명한 구조물은 앤이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오른편에 있는 구조물은 여전히 액체 속에 인간을 닮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살아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만신창이였지만, 이따금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생명반응은 있었다. 게다가 몇분 전부터 그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어서 S-81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구조물 안의 존재는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쌍검과 직도가 충돌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을 발하는 쌍검과 탁한 푸른색의 안개 같은 것을 휘감고 있는 직도의 힘겨루기는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직도를 감싸고 있는 기운이 점차 사라지자 그 주인이 서둘러 무기를 회수하며 물러선 것이다. 신식(新式) 트리처(Treacher)는 재빨리 프레이야를 추격하려 했지만 A-10의 대 괴수탄 견제를 받고 거리를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A-10도 함께 싸우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리미터 해제 코드가 입력되지 않은데다 수리도 완전하지 않아 지금은 잘해야 77형과 비슷한 수준의 전투력밖에 없어서 견제 공격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괜찮아요?"
"아, 그래. 아직은 버틸 수 있어. 그보다, 재밍은 어때?"
"여러모로 시도해보고 있지만 어렵네요. 괴수와 인간의 네트워크는 비슷하지만 다른 구석이 많아서 쉽지 않아요."
"그렇구나..."
A-10은 견제 공격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앤에게 연결된 괴수 제어 네트워크에 재밍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이것은 본래 A-10이 지니고 있던 대 괴수 대응 수단 중 하나로, 반경 100m 내의 괴수 제어 네트워크를 혼선시켜 양산형 괴수들을 혼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상위괴수들은 네트워크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대 상위괴수 전에선 별 쓸모가 없는 기능이었는데, 만약 앤이 여왕괴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 전송량을 보면 우리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재밍이 성공하면 마스터를 찾아올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그거 좋은 얘기네. 그럼 그때까지 버티도록 힘 좀 써볼까..."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이 꾸며낸 웃음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지금 프레이야는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내는데 주력하고 있었고, 이따금 정면으로 공격을 받아낼 때도 방금 전처럼 서둘러 거리를 벌리곤 했다. 프레이야가 사용하는 기공은 독자적으로 개량한 것이지만 아직 미완성이었고, 거기다 둘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의 기본량부터 차이가 심했던 것이다. 출력을 그다지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의 청적파를 상쇄하는 것만으로도 프레이야의 기공은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는 재밍이 성공하기 전에 프레이야가 쓰러질 것 같았다.(물론, 어디까지나 재밍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역시 하나만 갖고는 무리였나..."
프레이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작전 개시 직전에 다니엘이 건네준 물건이었다.
'자. 이거 받아라. 녀석과 마주치면 그 즉시 먹어.'
'뭐에요, 이건?'
'동부 초상능력연구소에서 개발한 초상능력 증폭제다.'
'능력 증폭제요?'
'그래. 아직 실험중인 물건이지만 혹시 쓸 곳이 있을지 몰라 몇개 챙겨왔는데, 정말 쓸 일이 올 줄은 몰랐군.'
'실험중이라니... 괜찮은 거에요?'
'일단 피험자가 두 알 먹을 때까지는 별 문제 없었어. 세 알 째는 아직 실험해보지 않았고. 그러니까 세 알만 주마. 나머진 우리도 써야 하니까.'
'잠깐만요! 문제 없다고 확인된 게 두개까지라면서 세개 주는 건 뭐에요?!'
'보험이야, 보험. 그리고 기억해둬라. 한 알이 초상능력이나 기(氣)를 1.5배에서 2배까지 증폭시켜 주고,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5분,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30분이 한계다. 지속시간이 남아있을 때 하나를 더 먹으면 증폭된 상태에서 다시 1.5배에서 2배까지 증폭되고 지속시간도 늘어나지만, 실험 당시에는 약효가 떨어지자 3일간 초상능력을 쓰지 못했어. 한 알만 먹었을 때에는 바로 쓸 수 있었지만. 그러니까 주의해라.'
프레이야가 앤과 마주친 후 벌써 10분, 증폭제의 약효는 진작부터 나타나고 있었지만 B급 노심의 출력을 받아내는 것은 여전히 무리였다. 그나마 증폭제의 힘이 있어서 잠시나마 정면 충돌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아직 약효가 떨어지려면 20분 넘게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과연 그 시간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프레이야는 그게 의문이었다.
"하앗!"
빠르게 휘두른 다니엘의 검을 피어가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등뒤에서 또다른 기사가 무서운 기세로 찔러들어왔다. 위험을 감지한 피어는 오로라 시스템을 써서 순간적으로 자리를 피했지만 이동을 멈추자마자 노린 것처럼 뇌격이 날아들었고,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뇌격의 특성 때문에 피어는 다시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 그 틈을 공격해 들어오려던 기사들은 멀리서 날아드는 루시퍼의 입자 빔 다발에 거리를 벌리며 흩어져야만 했다. 고개를 루시퍼에게로 돌린 다니엘은 루시퍼가 다시 입자를 응축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 마음대로!"
주광기, 염시(炎矢).
능력을 끌어올린 다니엘에게서 불꽃의 화살 일곱 줄기가 루시퍼에게로 쏘아졌고, 루시퍼는 급히 입자 응축을 해제하고 공격을 피했다. 루시퍼 견제를 담당했다가 잠시 놓쳤던 기사들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하, 이거 생각보다 쓸만한데?"
다니엘은 증폭제의 효과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스런 테스트도 없이 갑작스레 실전에서 쓰게 되어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초상능력의 위력 뿐만 아니라 발동속도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되어서 기사들 전원에게 복용시키자 2기의 S랭크 영식과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베테랑 기사라는 것도 현재와 같은 팽팽한 접전에 한몫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증폭제의 효과는 대단했다. 한 알만 복용한 상태에서 호각이니 조금 무리를 해서 두 개를 먹으면 쓰러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하지만 금방 머리를 흔들며 유혹을 떨쳐냈다. 다른 상위괴수들도 있을 텐데 2기의 영식만을 상대하기 위해 3일간 초상능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컸다.
"지금은 현상유지하거나 장기전으로 가서 소모시키는 게 최선인가... 칫, 그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진데."
무엇보다 증폭제 수량 자체가 이젠 바닥이었다. 프레이야에게 3알을 주고 기사단 전원이 1알씩 복용하자 남은 것은 이제 3알 뿐. 애초에 검증도 되지 않은 물건이었던 데다 '정말 쓸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50알짜리 약통 하나만 들고 왔던 것이다.
"그래도 여긴 어떻게든 될 것도 같군. 문제는 그 꼬맹이인데... 설마 아직도 그러고 있지는 않겠지."
예상인지 바람인지 모를 말을 입에 담고, 다니엘은 피어를 향해 달려갔다. 등 뒤에선 접근하는 양산형 괴수들을 상대로 AE 군인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리나드 피탄! 동력로가 손상되었답니다!"
"후방으로 빠지라고 해! 빈 자리는 세이던이 메꿔!"
"실드 부하 40%로 상승!"
"실드 부하치는 80% 될 때까지 보고하지 마! 정신 사납다!"
"3함대에서 입전! 함대 재편이 끝났답니다!"
"좋아, 후방부터 서서히 교대한다! 전 함대 교대 준비!"
다니엘이나 프레이야는 모르고 있었지만, 암피스바에나 작전이 발동되기 몇시간 전부터 레니핀 위성 궤도는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주일 전 원정을 끝마치고 복귀한 AE 우주군 4개 함대가 레니핀 탈환군에 합류한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보급이나 수리가 완벽하지 않아 실질적인 전력은 2개 함대 분량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둥지 인근의 플랜트가 정지된 덕분에 괴수들의 방어 전력 역시 충분히 보충되지 않아서 현재는 인류측이 우위인 상황이었다.
그렇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추가된 전력은 오직 AE 소속 병력 뿐으로, 기사단은 더 이상의 여유인원이 없어 추가 파견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다. 설령 괴수의 궤도 방어망을 뚫고 돌입, 보급·통신로를 확보한다고 쳐도 이미 기사들이 전멸한 뒤라면 오히려 피해만 늘릴 뿐이었다. 연합 함대 사령관은 함대 지휘에 바쁜 와중에도 초조함과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프레이야는 다시 한번 앤과 검을 맞댔다가 거리를 벌렸고, 앤은 이번에는 프레이야를 쫓지 않고 대신 A-10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계속해서 반격 타이밍을 빼앗는 A-10부터 처리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앤의 검에서 방출된 푸른 빛에 앤의 발치를 노리던 대 괴수탄이 한순간에 조각났고, 푸른 빛은 여세를 몰아 A-10을 덮쳐갔다.
"타앗!"
프레이야가 다급히 검에 실린 푸른 기운을 내쏘았지만 청파기공의 검기는 프레이야의 기공을 깨트리며 그대로 나아갔다. 다행히 기공이 충돌하며 기세가 약해져서 A-10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A-10이 안전하게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한 프레이야는 숨을 몰아쉬며 앤을 노려보았다. 둥지가 손상될 위험 때문에 앤이 청적파의 출력을 많이 낮춰서 몇분 전까지는 일방적으로 기공이 깨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인 것 같았다. 증폭제의 효과가 끝나려면 아직도 10분 정도 더 시간이 있었지만 프레이야가 지닌 기(氣)의 양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프레이야는 증폭제 케이스를 꺼내들면서 다니엘의 충고를 떠올렸다.
'아, 하나 더. 실험 당시 2알을 먹은 녀석의 증폭 시간은 10분이 한계였다. 만약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두번째 녀석을 먹게 되면 그 점 꼭 명심해. 그리고 한번 더 말해두지만, 3알을 먹어본 녀석은 없다. 먹지 말라곤 안 하겠지만 신중히 결정해.'
"......"
앤을 되찾고 싶은 마음, 괴수에게서 사람을 구하고 싶은 마음, 청적파에 대항할 것은 자신의 기공 뿐이라는 사실, 약효가 남아있을 때 증폭제를 추가 복용하면 나중에 한동안 능력을 쓸 수 없다는 사실. 여러가지 생각에 프레이야는 케이스를 꺼내고도 한동안 망설였지만, 앤이 둥지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서둘러 약을 삼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앞으로 약효가 발휘될 때까지의 5분이 문제였다.
피어는 동시에 퍼부어진 뇌격과 폭염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LH 팀과 피어, 루시퍼의 싸움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기사들이 복용한 초상능력 증폭제의 효과는 이미 사라져 있었지만, 약효가 지속된 30분 동안 다니엘의 지휘를 받은 기사들은 2기의 영식과 대등, 때로는 우세한 싸움을 벌이며 영식들의 노심을 철저히 혹사시켰다. 거기에 더해, 동행한 AE 부대는 전투 도중 단 1기의 양산형 괴수도 통과시키지 않는 활약을 보여 기사들이 영식들과의 싸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줬다.
"윽?!"
자세가 흐트러진 피어에게 돌진하려던 다니엘은 눈앞을 통과하는 입자 빔에 걸음을 멈췄다. 루시퍼가 피어를 구하기 위해 견제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루시퍼 역시 소모가 심각한 듯 처음에는 대여섯발씩 날리던 입자 빔이 이제는 한두 가닥이 고작이었고, 방금 전 공격으로 틈을 내보여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물론 피로가 쌓인 것은 기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계에 몰린 듯한 영식들의 모습에 투지는 처음보다 올라가 있었다. 기사 19명과 보병 2개 소대, 배틀 워커 3기를 잃었지만 서서히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문제는 꼬맹이인가."
다니엘은 잠시 숨을 고르며 프레이야를 생각했다. 이쪽이 어찌어찌 막아내거나, 운이 정말로 좋아서 영식을 격파한다고 해도 프레이야가 앤에게 쓰러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 만약 그쪽도 정말 운이 좋아서 여왕을 쓰러트린다 해도, 앤이 멀쩡한 상태라면 지금 눈앞의 2기의 영식들처럼 다른 여왕괴수의 휘하에 들어가 다시 나타나는 일도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 여왕괴수가 생산하는 상위괴수들의 수준이 평균적인 수준만 되어도 그곳은 당장 벨치스에 버금가는 지옥이 될 터였다.
"지금은 여기가 그렇지만 말이지. ...젠장!"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서는 다니엘의 눈에, 피어의 대검에 기사 한명이 또 목숨을 잃는 모습이 들어왔다. 다니엘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영식들과 기사들이 사투를 벌이는 하늘 위에는 어느샌가 무수한 빛줄기가 교차하고 있었다.
"으랏차!"
기사의 기합 소리와 함께 눈앞의 77형이 두토막났다. 성가신 상대가 사라지자 AE 보병들은 엄폐물에서 몸을 내밀어 탄환을 퍼부었고, 통로를 막고 있던 양산형 괴수들은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바닥에 깔린 괴수들의 잔해 너머, 통로가 꺾이는 곳까지는 더 이상 괴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 전진! 서둘러!"
소대장의 지시에 보병들은 허리를 숙인 채 재빨리 통로를 달려나갔고, 기사들도 그 대열에 섞여 복도를 질주했다. S-81의 둥지는 생각외로 구조가 복잡했다. 둥지 생성에 탁월한 다일 계열에 비하면 많이 못 미치지만, 통로 자체가 이리저리 꺾이고 갈라져 있는데다 곳곳에 괴수들이 잠복하고 있어서 이동이 느렸다.
[여기는 4분대, 소대장님 들리십니까?]
"잘 들린다. 무슨 일인가?"
[괴수들이 또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대한 막고는 있습니다만 길게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벌써 반 넘게 당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라. 곧 끝난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무엇이 끝난다는 건지, 어디서 보겠다는 건지, 그들은 말하지 않고 통신을 끝냈다. 소대장은 부대를 2개 분대씩으로 나누어 1, 2분대는 둥지 내부로 진입하고, 3, 4분대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괴수들을 막게 하고 있었다. 진입 팀과 차단 팀 모두 반 이상 쓰러진 상황이지만 여왕을 보려면 얼마나 더 가야할지는 알 수 없었다. 초조한 심정으로 통로 코너를 막 돌아가려는 찰나, 맞은 편에서 또다시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본 소대장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전 대원 사격! 1초라도 빨리 뚫어라!"
푸른 기운의 직도와 붉고 푸른 빛의 쌍검은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충돌을 반복하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두번째 약을 복용하고 10분이 지난 지금, 프레이야는 앤과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 프레이야가 발휘하고 있는 기공력은 본래 낼 수 있는 위력의 4배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그것도 노심을 장착한 앤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아니, 파동기와 기공의 위력이 거의 대등해졌기에 싸움은 이제 경험과 기술의 대결로 옮겨져 있었다.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를 하던 앤이 발을 들어 프레이야를 걷어차려 했고, 프레이야는 그 직전에 몸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대가 사라진 쌍검이 프레이야의 목과 허리를 노리고 날아들었고, 하나는 검으로 튕겨내고 다른 하나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낼 수 있었다. 거리를 벌린 프레이야는 검이 스친 옆구리를 왼손으로 내리 눌렀고, 그 압력에 기사용 전투복에 내장된 지혈제가 방출되어 출혈을 막았다.
앤은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고 서 있는 프레이야와 여전히 재밍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A-10, 그리고 멀리 보이는 둥지 건물을 한번씩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둥지로 향한 보병들과 기사들이 신경쓰이는 모양인지 싸움 도중에도 몇번이나 둥지로 가려는 것을 매번 프레이야나 A-10이 가로막아 이곳에 묶어두고 있었다. 앤이 둥지로 가게 내버려뒀다간 여왕을 쓰러트리는 일은 완전히 물건너 가는 것이기 때문에 프레이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앤을 여기 잡아둬야만 했다.
시선을 다시 프레이야에게 돌린 앤은, 천천히 왼손을 폈다. 지지점을 잃은 왼손의 AB 소드가 따앙 하는 소리와 지면에 떨어졌다. 갑자기 무기를 버리는 그 모습에 프레이야와 A-10이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이, 앤은 비어있는 왼손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빠르게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 직전, 프레이야는 온몸을 휘감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폭풍, 굉음, 진동.
프레이야가 사태를 파악할 틈도 주지않고 앤이 달려들었다. 방금 전까지도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몇배는 더욱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참격 하나하나가 프레이야의 혼신의 일격에 맞먹는 위력을 지니고 있어 프레이야는 받아낼 엄두도 못내고 피하고만 있었고, 그러는 와중에 살짝 시선을 돌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곳과 그 뒤를 보고 경악했다.
마치 미사일이 땅 위를 긁으며 지나간 것처럼 지면이 길게, 깊이 1m 정도로 패여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뒤편에 있던 야산은 아예 중턱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앤이 노심과 괴수의 팔을 얻어 청적파를 완전히 쓸 수 있게 되었다 해도, 본래 앤은 적파기공만을 사용해왔다. 기본은 비슷하다지만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것을 병용하는 것보다는 익숙한 것 하나만 쓰는 것이 더욱 큰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거기다 검을 한 자루 포기함으로써 방출형 파동기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고, 둥지에 피해가 가는 것을 우려해 낮추고 있던 파동기의 출력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프레이야를 쓰러트리고 여왕에게 가려 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전부라는 듯이.
바짝 붙은 상태에서 앤이 왼손을 복부에 가져다대자 프레이야는 억지로 몸을 뒤틀며 앤의 옆구리를 걷어찼고, 앤을 밀어내는 동시에 그 반동으로 자신도 거리를 벌렸다.
"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하지만 그 시선은 계속 둥지를 향하고 있는 앤의 모습이 어쩐지 절박하게까지 느껴져 프레이야는 자신도 모르게 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문득, 프레이야의 시선에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앤의 오른쪽 귀, 거기에 달려있는 붉은색 귀걸이였다.
그 귀걸이를 본 프레이야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매만졌고, 그곳에 매달린 푸른색 귀걸이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지금까지 몇번이나, 몇번이나 몸을 맞대고 코앞에서 시선이 교차했음에도 앤이 귀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프레이야는 탄식을 흘렸다. 동시에 눈물이 고였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런 프레이야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앤은 프레이야를 쓰러트리고 둥지로 달려갈 태세였다.
"...미안해, A-10. 그리고 고마워요, 앤. 날 잊고 있는 건 아니었네요."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냈다.
"난 지금까지 무서웠어요. 앤이 날 못 알아보는 게, 앤이 날 잊고 있는 게, 앤이 나와 싸우고 있다는 게. 하지만 앤에게 죽는 게 무섭진 않았어요."
프레이야는 나지막이 말하며 케이스를 열었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긴 했지만 안에 들어있는 약만큼은 멀쩡했다. 마지막, 세번째 증폭제였다.
"그리고 앤이 날 잊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그걸 알고 나니 다른 게 무서워졌어요."
약을 꺼내들었다. 필요없어진 케이스는 땅에 떨어졌다.
"앤이 괴수가 되었다는 게, 앤이 우리의 적이 되었다는 게, 앤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이 무서워졌어요. 내가 아는 앤은 엄하지만, 사실은 상냥하고 약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앤을 비난하는 것도, 앤이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었을 때의 자책하는 것도 싫어요. 가능하면, 할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요."
약을 입에 던져넣자마자 삼켰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론 앤을 막을 수 없겠죠. 앤은 인류 최강의 기사였으니까. 그러니까, 난 앤을 죽일 각오로 싸울 거에요. 안 그러면 모두가 슬퍼질 뿐이니까."
자세를 취했다. 증폭 효과가 이미 중복된 상태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모양인지, 약을 삼키자마자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여기서 당신을 막겠어요. 더 슬픈 상황이 되는 건 싫으니까."
- 봉인 해제. 1047번 검 아방가르드, 4번검 무명(無名)으로 시스템 이행. 스톰브링거 프로그램 발동.
프레이야에게서 발산되던 탁한 푸른색의 기운이, 시리도록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푸른색보다는 오히려 흰색에 더 가까워 보이는 빛.
한계를 모르는 증폭능력 때문에 사용자들을 자멸시켜 봉인되었던 4번검 무명, 그리고 그 증폭능력을 빌려 완성된 프레이야의 기공, 창영기공(蒼影氣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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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번 기사검 '아방가르드'(Avant-garde)
날길이 약 90cm의 직도(直刀). 특별한 능력은 없으며, 강도는 11번검 먼데이와 12번검 튜스데이에 버금간다.
4번 기사검 '무명'(無名)
아방가르드의 본래 이름. 무명이라는 이름은 '만들고 나니 이름 짓기가 귀찮아졌다'며 대강 붙인 것으로, 이 사실은 기사단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원로원에 의해 극비사항으로 분류되어 있다. (...)
이 때 원로원에서 기사검의 이름에 신경을 써달라고 간언한 덕분에 이후에 이름없는 검이 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먼데이나 튜스데이, 프라이데이 같은 경우 때문에 원로원은 그 때마다 히스테릭 (......)
사용자가 발현하는 능력-각종 초상능력이나 기공 등-을 극한까지 증폭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 증폭능력이 오히려 독이 되어 제어불능 상태에 빠져 자멸하거나 빈틈을 보여 사용자가 사망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결국 증폭능력을 봉인하고 명칭과 넘버도 변경함으로써 지금은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검.
창영기공(蒼影氣功)
프레이야가 청적파를 변형하여 독자적으로 완성시킨 기공. 발동하면 전신을 밝은 푸른 빛이 감싸게 되며, 움직이면 밝은 푸른 색의 그림자와 같은 잔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오프닝에서 검의 궤적을 따라 나타나는 빛을 연상하면 된다.)
청적파가 전투용에 특화되었다고 한다면 창영기공은 신체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조기에 가깝다. 물론 파동기로서의 성질도 남아있기에 공격용으로도 충분히 쓸만하지만 청적파에는 못 미친다.
현재 프레이야는 4번검 무명의 증폭능력을 이용해야만 제대로 발동시킬 수 있으며, 그 상태로 10분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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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전한 클라이막스입니다. 다음화가 엔딩+에필로그.
드디어 프레이야가 자신의 히든 카드를 내보였습니다. 제목의 푸른 그림자는 저것 때문에 지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냥 붙으면 베테랑 기사고 뭐고 없이 썰릴 것 같아서 반칙 아이템(능력 증폭제)도 어거지로 끼워넣었습니다. 덕분에 증폭제를 3중으로 먹고 검의 증폭능력까지 빌려야 상대가 가능해지는 앤은 초절 먼치킨 확정. (...)
무명과 아방가르드의 관계는 파더스데이에서 등장한 레드레이와 버스터의 관계를 본땄습니다. 마지막에 레드레이 개방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말이죠.
이번화 끝부분이 영 아쉽고 부족해보이기는 하는데...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야 제가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결국 수정하는 거 포기하고 그냥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여왕괴수가 앉아있는 좌대의 왼편에 세워져 있던 투명한 구조물은 앤이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오른편에 있는 구조물은 여전히 액체 속에 인간을 닮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살아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만신창이였지만, 이따금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생명반응은 있었다. 게다가 몇분 전부터 그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어서 S-81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구조물 안의 존재는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쌍검과 직도가 충돌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을 발하는 쌍검과 탁한 푸른색의 안개 같은 것을 휘감고 있는 직도의 힘겨루기는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직도를 감싸고 있는 기운이 점차 사라지자 그 주인이 서둘러 무기를 회수하며 물러선 것이다. 신식(新式) 트리처(Treacher)는 재빨리 프레이야를 추격하려 했지만 A-10의 대 괴수탄 견제를 받고 거리를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A-10도 함께 싸우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리미터 해제 코드가 입력되지 않은데다 수리도 완전하지 않아 지금은 잘해야 77형과 비슷한 수준의 전투력밖에 없어서 견제 공격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괜찮아요?"
"아, 그래. 아직은 버틸 수 있어. 그보다, 재밍은 어때?"
"여러모로 시도해보고 있지만 어렵네요. 괴수와 인간의 네트워크는 비슷하지만 다른 구석이 많아서 쉽지 않아요."
"그렇구나..."
A-10은 견제 공격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앤에게 연결된 괴수 제어 네트워크에 재밍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이것은 본래 A-10이 지니고 있던 대 괴수 대응 수단 중 하나로, 반경 100m 내의 괴수 제어 네트워크를 혼선시켜 양산형 괴수들을 혼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상위괴수들은 네트워크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대 상위괴수 전에선 별 쓸모가 없는 기능이었는데, 만약 앤이 여왕괴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 전송량을 보면 우리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재밍이 성공하면 마스터를 찾아올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그거 좋은 얘기네. 그럼 그때까지 버티도록 힘 좀 써볼까..."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이 꾸며낸 웃음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지금 프레이야는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내는데 주력하고 있었고, 이따금 정면으로 공격을 받아낼 때도 방금 전처럼 서둘러 거리를 벌리곤 했다. 프레이야가 사용하는 기공은 독자적으로 개량한 것이지만 아직 미완성이었고, 거기다 둘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의 기본량부터 차이가 심했던 것이다. 출력을 그다지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의 청적파를 상쇄하는 것만으로도 프레이야의 기공은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는 재밍이 성공하기 전에 프레이야가 쓰러질 것 같았다.(물론, 어디까지나 재밍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역시 하나만 갖고는 무리였나..."
프레이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작전 개시 직전에 다니엘이 건네준 물건이었다.
'자. 이거 받아라. 녀석과 마주치면 그 즉시 먹어.'
'뭐에요, 이건?'
'동부 초상능력연구소에서 개발한 초상능력 증폭제다.'
'능력 증폭제요?'
'그래. 아직 실험중인 물건이지만 혹시 쓸 곳이 있을지 몰라 몇개 챙겨왔는데, 정말 쓸 일이 올 줄은 몰랐군.'
'실험중이라니... 괜찮은 거에요?'
'일단 피험자가 두 알 먹을 때까지는 별 문제 없었어. 세 알 째는 아직 실험해보지 않았고. 그러니까 세 알만 주마. 나머진 우리도 써야 하니까.'
'잠깐만요! 문제 없다고 확인된 게 두개까지라면서 세개 주는 건 뭐에요?!'
'보험이야, 보험. 그리고 기억해둬라. 한 알이 초상능력이나 기(氣)를 1.5배에서 2배까지 증폭시켜 주고,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5분,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30분이 한계다. 지속시간이 남아있을 때 하나를 더 먹으면 증폭된 상태에서 다시 1.5배에서 2배까지 증폭되고 지속시간도 늘어나지만, 실험 당시에는 약효가 떨어지자 3일간 초상능력을 쓰지 못했어. 한 알만 먹었을 때에는 바로 쓸 수 있었지만. 그러니까 주의해라.'
프레이야가 앤과 마주친 후 벌써 10분, 증폭제의 약효는 진작부터 나타나고 있었지만 B급 노심의 출력을 받아내는 것은 여전히 무리였다. 그나마 증폭제의 힘이 있어서 잠시나마 정면 충돌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아직 약효가 떨어지려면 20분 넘게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과연 그 시간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프레이야는 그게 의문이었다.
"하앗!"
빠르게 휘두른 다니엘의 검을 피어가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등뒤에서 또다른 기사가 무서운 기세로 찔러들어왔다. 위험을 감지한 피어는 오로라 시스템을 써서 순간적으로 자리를 피했지만 이동을 멈추자마자 노린 것처럼 뇌격이 날아들었고,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뇌격의 특성 때문에 피어는 다시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 그 틈을 공격해 들어오려던 기사들은 멀리서 날아드는 루시퍼의 입자 빔 다발에 거리를 벌리며 흩어져야만 했다. 고개를 루시퍼에게로 돌린 다니엘은 루시퍼가 다시 입자를 응축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 마음대로!"
주광기, 염시(炎矢).
능력을 끌어올린 다니엘에게서 불꽃의 화살 일곱 줄기가 루시퍼에게로 쏘아졌고, 루시퍼는 급히 입자 응축을 해제하고 공격을 피했다. 루시퍼 견제를 담당했다가 잠시 놓쳤던 기사들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하, 이거 생각보다 쓸만한데?"
다니엘은 증폭제의 효과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스런 테스트도 없이 갑작스레 실전에서 쓰게 되어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초상능력의 위력 뿐만 아니라 발동속도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되어서 기사들 전원에게 복용시키자 2기의 S랭크 영식과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베테랑 기사라는 것도 현재와 같은 팽팽한 접전에 한몫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증폭제의 효과는 대단했다. 한 알만 복용한 상태에서 호각이니 조금 무리를 해서 두 개를 먹으면 쓰러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하지만 금방 머리를 흔들며 유혹을 떨쳐냈다. 다른 상위괴수들도 있을 텐데 2기의 영식만을 상대하기 위해 3일간 초상능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이 컸다.
"지금은 현상유지하거나 장기전으로 가서 소모시키는 게 최선인가... 칫, 그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진데."
무엇보다 증폭제 수량 자체가 이젠 바닥이었다. 프레이야에게 3알을 주고 기사단 전원이 1알씩 복용하자 남은 것은 이제 3알 뿐. 애초에 검증도 되지 않은 물건이었던 데다 '정말 쓸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50알짜리 약통 하나만 들고 왔던 것이다.
"그래도 여긴 어떻게든 될 것도 같군. 문제는 그 꼬맹이인데... 설마 아직도 그러고 있지는 않겠지."
예상인지 바람인지 모를 말을 입에 담고, 다니엘은 피어를 향해 달려갔다. 등 뒤에선 접근하는 양산형 괴수들을 상대로 AE 군인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리나드 피탄! 동력로가 손상되었답니다!"
"후방으로 빠지라고 해! 빈 자리는 세이던이 메꿔!"
"실드 부하 40%로 상승!"
"실드 부하치는 80% 될 때까지 보고하지 마! 정신 사납다!"
"3함대에서 입전! 함대 재편이 끝났답니다!"
"좋아, 후방부터 서서히 교대한다! 전 함대 교대 준비!"
다니엘이나 프레이야는 모르고 있었지만, 암피스바에나 작전이 발동되기 몇시간 전부터 레니핀 위성 궤도는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주일 전 원정을 끝마치고 복귀한 AE 우주군 4개 함대가 레니핀 탈환군에 합류한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보급이나 수리가 완벽하지 않아 실질적인 전력은 2개 함대 분량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둥지 인근의 플랜트가 정지된 덕분에 괴수들의 방어 전력 역시 충분히 보충되지 않아서 현재는 인류측이 우위인 상황이었다.
그렇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추가된 전력은 오직 AE 소속 병력 뿐으로, 기사단은 더 이상의 여유인원이 없어 추가 파견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다. 설령 괴수의 궤도 방어망을 뚫고 돌입, 보급·통신로를 확보한다고 쳐도 이미 기사들이 전멸한 뒤라면 오히려 피해만 늘릴 뿐이었다. 연합 함대 사령관은 함대 지휘에 바쁜 와중에도 초조함과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프레이야는 다시 한번 앤과 검을 맞댔다가 거리를 벌렸고, 앤은 이번에는 프레이야를 쫓지 않고 대신 A-10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계속해서 반격 타이밍을 빼앗는 A-10부터 처리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앤의 검에서 방출된 푸른 빛에 앤의 발치를 노리던 대 괴수탄이 한순간에 조각났고, 푸른 빛은 여세를 몰아 A-10을 덮쳐갔다.
"타앗!"
프레이야가 다급히 검에 실린 푸른 기운을 내쏘았지만 청파기공의 검기는 프레이야의 기공을 깨트리며 그대로 나아갔다. 다행히 기공이 충돌하며 기세가 약해져서 A-10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A-10이 안전하게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한 프레이야는 숨을 몰아쉬며 앤을 노려보았다. 둥지가 손상될 위험 때문에 앤이 청적파의 출력을 많이 낮춰서 몇분 전까지는 일방적으로 기공이 깨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인 것 같았다. 증폭제의 효과가 끝나려면 아직도 10분 정도 더 시간이 있었지만 프레이야가 지닌 기(氣)의 양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프레이야는 증폭제 케이스를 꺼내들면서 다니엘의 충고를 떠올렸다.
'아, 하나 더. 실험 당시 2알을 먹은 녀석의 증폭 시간은 10분이 한계였다. 만약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두번째 녀석을 먹게 되면 그 점 꼭 명심해. 그리고 한번 더 말해두지만, 3알을 먹어본 녀석은 없다. 먹지 말라곤 안 하겠지만 신중히 결정해.'
"......"
앤을 되찾고 싶은 마음, 괴수에게서 사람을 구하고 싶은 마음, 청적파에 대항할 것은 자신의 기공 뿐이라는 사실, 약효가 남아있을 때 증폭제를 추가 복용하면 나중에 한동안 능력을 쓸 수 없다는 사실. 여러가지 생각에 프레이야는 케이스를 꺼내고도 한동안 망설였지만, 앤이 둥지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서둘러 약을 삼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는 앞으로 약효가 발휘될 때까지의 5분이 문제였다.
피어는 동시에 퍼부어진 뇌격과 폭염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LH 팀과 피어, 루시퍼의 싸움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기사들이 복용한 초상능력 증폭제의 효과는 이미 사라져 있었지만, 약효가 지속된 30분 동안 다니엘의 지휘를 받은 기사들은 2기의 영식과 대등, 때로는 우세한 싸움을 벌이며 영식들의 노심을 철저히 혹사시켰다. 거기에 더해, 동행한 AE 부대는 전투 도중 단 1기의 양산형 괴수도 통과시키지 않는 활약을 보여 기사들이 영식들과의 싸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줬다.
"윽?!"
자세가 흐트러진 피어에게 돌진하려던 다니엘은 눈앞을 통과하는 입자 빔에 걸음을 멈췄다. 루시퍼가 피어를 구하기 위해 견제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루시퍼 역시 소모가 심각한 듯 처음에는 대여섯발씩 날리던 입자 빔이 이제는 한두 가닥이 고작이었고, 방금 전 공격으로 틈을 내보여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물론 피로가 쌓인 것은 기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계에 몰린 듯한 영식들의 모습에 투지는 처음보다 올라가 있었다. 기사 19명과 보병 2개 소대, 배틀 워커 3기를 잃었지만 서서히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문제는 꼬맹이인가."
다니엘은 잠시 숨을 고르며 프레이야를 생각했다. 이쪽이 어찌어찌 막아내거나, 운이 정말로 좋아서 영식을 격파한다고 해도 프레이야가 앤에게 쓰러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 만약 그쪽도 정말 운이 좋아서 여왕을 쓰러트린다 해도, 앤이 멀쩡한 상태라면 지금 눈앞의 2기의 영식들처럼 다른 여왕괴수의 휘하에 들어가 다시 나타나는 일도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 여왕괴수가 생산하는 상위괴수들의 수준이 평균적인 수준만 되어도 그곳은 당장 벨치스에 버금가는 지옥이 될 터였다.
"지금은 여기가 그렇지만 말이지. ...젠장!"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서는 다니엘의 눈에, 피어의 대검에 기사 한명이 또 목숨을 잃는 모습이 들어왔다. 다니엘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영식들과 기사들이 사투를 벌이는 하늘 위에는 어느샌가 무수한 빛줄기가 교차하고 있었다.
"으랏차!"
기사의 기합 소리와 함께 눈앞의 77형이 두토막났다. 성가신 상대가 사라지자 AE 보병들은 엄폐물에서 몸을 내밀어 탄환을 퍼부었고, 통로를 막고 있던 양산형 괴수들은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바닥에 깔린 괴수들의 잔해 너머, 통로가 꺾이는 곳까지는 더 이상 괴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 전진! 서둘러!"
소대장의 지시에 보병들은 허리를 숙인 채 재빨리 통로를 달려나갔고, 기사들도 그 대열에 섞여 복도를 질주했다. S-81의 둥지는 생각외로 구조가 복잡했다. 둥지 생성에 탁월한 다일 계열에 비하면 많이 못 미치지만, 통로 자체가 이리저리 꺾이고 갈라져 있는데다 곳곳에 괴수들이 잠복하고 있어서 이동이 느렸다.
[여기는 4분대, 소대장님 들리십니까?]
"잘 들린다. 무슨 일인가?"
[괴수들이 또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대한 막고는 있습니다만 길게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벌써 반 넘게 당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라. 곧 끝난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무엇이 끝난다는 건지, 어디서 보겠다는 건지, 그들은 말하지 않고 통신을 끝냈다. 소대장은 부대를 2개 분대씩으로 나누어 1, 2분대는 둥지 내부로 진입하고, 3, 4분대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괴수들을 막게 하고 있었다. 진입 팀과 차단 팀 모두 반 이상 쓰러진 상황이지만 여왕을 보려면 얼마나 더 가야할지는 알 수 없었다. 초조한 심정으로 통로 코너를 막 돌아가려는 찰나, 맞은 편에서 또다시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본 소대장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전 대원 사격! 1초라도 빨리 뚫어라!"
푸른 기운의 직도와 붉고 푸른 빛의 쌍검은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충돌을 반복하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두번째 약을 복용하고 10분이 지난 지금, 프레이야는 앤과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 프레이야가 발휘하고 있는 기공력은 본래 낼 수 있는 위력의 4배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그것도 노심을 장착한 앤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아니, 파동기와 기공의 위력이 거의 대등해졌기에 싸움은 이제 경험과 기술의 대결로 옮겨져 있었다.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를 하던 앤이 발을 들어 프레이야를 걷어차려 했고, 프레이야는 그 직전에 몸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대가 사라진 쌍검이 프레이야의 목과 허리를 노리고 날아들었고, 하나는 검으로 튕겨내고 다른 하나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낼 수 있었다. 거리를 벌린 프레이야는 검이 스친 옆구리를 왼손으로 내리 눌렀고, 그 압력에 기사용 전투복에 내장된 지혈제가 방출되어 출혈을 막았다.
앤은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고 서 있는 프레이야와 여전히 재밍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A-10, 그리고 멀리 보이는 둥지 건물을 한번씩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둥지로 향한 보병들과 기사들이 신경쓰이는 모양인지 싸움 도중에도 몇번이나 둥지로 가려는 것을 매번 프레이야나 A-10이 가로막아 이곳에 묶어두고 있었다. 앤이 둥지로 가게 내버려뒀다간 여왕을 쓰러트리는 일은 완전히 물건너 가는 것이기 때문에 프레이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앤을 여기 잡아둬야만 했다.
시선을 다시 프레이야에게 돌린 앤은, 천천히 왼손을 폈다. 지지점을 잃은 왼손의 AB 소드가 따앙 하는 소리와 지면에 떨어졌다. 갑자기 무기를 버리는 그 모습에 프레이야와 A-10이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이, 앤은 비어있는 왼손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빠르게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 직전, 프레이야는 온몸을 휘감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폭풍, 굉음, 진동.
프레이야가 사태를 파악할 틈도 주지않고 앤이 달려들었다. 방금 전까지도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몇배는 더욱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참격 하나하나가 프레이야의 혼신의 일격에 맞먹는 위력을 지니고 있어 프레이야는 받아낼 엄두도 못내고 피하고만 있었고, 그러는 와중에 살짝 시선을 돌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곳과 그 뒤를 보고 경악했다.
마치 미사일이 땅 위를 긁으며 지나간 것처럼 지면이 길게, 깊이 1m 정도로 패여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뒤편에 있던 야산은 아예 중턱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앤이 노심과 괴수의 팔을 얻어 청적파를 완전히 쓸 수 있게 되었다 해도, 본래 앤은 적파기공만을 사용해왔다. 기본은 비슷하다지만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것을 병용하는 것보다는 익숙한 것 하나만 쓰는 것이 더욱 큰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거기다 검을 한 자루 포기함으로써 방출형 파동기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고, 둥지에 피해가 가는 것을 우려해 낮추고 있던 파동기의 출력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프레이야를 쓰러트리고 여왕에게 가려 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전부라는 듯이.
바짝 붙은 상태에서 앤이 왼손을 복부에 가져다대자 프레이야는 억지로 몸을 뒤틀며 앤의 옆구리를 걷어찼고, 앤을 밀어내는 동시에 그 반동으로 자신도 거리를 벌렸다.
"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하지만 그 시선은 계속 둥지를 향하고 있는 앤의 모습이 어쩐지 절박하게까지 느껴져 프레이야는 자신도 모르게 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문득, 프레이야의 시선에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앤의 오른쪽 귀, 거기에 달려있는 붉은색 귀걸이였다.
그 귀걸이를 본 프레이야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매만졌고, 그곳에 매달린 푸른색 귀걸이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지금까지 몇번이나, 몇번이나 몸을 맞대고 코앞에서 시선이 교차했음에도 앤이 귀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프레이야는 탄식을 흘렸다. 동시에 눈물이 고였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런 프레이야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앤은 프레이야를 쓰러트리고 둥지로 달려갈 태세였다.
"...미안해, A-10. 그리고 고마워요, 앤. 날 잊고 있는 건 아니었네요."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냈다.
"난 지금까지 무서웠어요. 앤이 날 못 알아보는 게, 앤이 날 잊고 있는 게, 앤이 나와 싸우고 있다는 게. 하지만 앤에게 죽는 게 무섭진 않았어요."
프레이야는 나지막이 말하며 케이스를 열었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긴 했지만 안에 들어있는 약만큼은 멀쩡했다. 마지막, 세번째 증폭제였다.
"그리고 앤이 날 잊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그걸 알고 나니 다른 게 무서워졌어요."
약을 꺼내들었다. 필요없어진 케이스는 땅에 떨어졌다.
"앤이 괴수가 되었다는 게, 앤이 우리의 적이 되었다는 게, 앤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이 무서워졌어요. 내가 아는 앤은 엄하지만, 사실은 상냥하고 약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앤을 비난하는 것도, 앤이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었을 때의 자책하는 것도 싫어요. 가능하면, 할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요."
약을 입에 던져넣자마자 삼켰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론 앤을 막을 수 없겠죠. 앤은 인류 최강의 기사였으니까. 그러니까, 난 앤을 죽일 각오로 싸울 거에요. 안 그러면 모두가 슬퍼질 뿐이니까."
자세를 취했다. 증폭 효과가 이미 중복된 상태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모양인지, 약을 삼키자마자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여기서 당신을 막겠어요. 더 슬픈 상황이 되는 건 싫으니까."
- 봉인 해제. 1047번 검 아방가르드, 4번검 무명(無名)으로 시스템 이행. 스톰브링거 프로그램 발동.
프레이야에게서 발산되던 탁한 푸른색의 기운이, 시리도록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푸른색보다는 오히려 흰색에 더 가까워 보이는 빛.
한계를 모르는 증폭능력 때문에 사용자들을 자멸시켜 봉인되었던 4번검 무명, 그리고 그 증폭능력을 빌려 완성된 프레이야의 기공, 창영기공(蒼影氣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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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번 기사검 '아방가르드'(Avant-garde)
날길이 약 90cm의 직도(直刀). 특별한 능력은 없으며, 강도는 11번검 먼데이와 12번검 튜스데이에 버금간다.
4번 기사검 '무명'(無名)
아방가르드의 본래 이름. 무명이라는 이름은 '만들고 나니 이름 짓기가 귀찮아졌다'며 대강 붙인 것으로, 이 사실은 기사단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원로원에 의해 극비사항으로 분류되어 있다. (...)
이 때 원로원에서 기사검의 이름에 신경을 써달라고 간언한 덕분에 이후에 이름없는 검이 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먼데이나 튜스데이, 프라이데이 같은 경우 때문에 원로원은 그 때마다 히스테릭 (......)
사용자가 발현하는 능력-각종 초상능력이나 기공 등-을 극한까지 증폭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 증폭능력이 오히려 독이 되어 제어불능 상태에 빠져 자멸하거나 빈틈을 보여 사용자가 사망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결국 증폭능력을 봉인하고 명칭과 넘버도 변경함으로써 지금은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검.
창영기공(蒼影氣功)
프레이야가 청적파를 변형하여 독자적으로 완성시킨 기공. 발동하면 전신을 밝은 푸른 빛이 감싸게 되며, 움직이면 밝은 푸른 색의 그림자와 같은 잔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오프닝에서 검의 궤적을 따라 나타나는 빛을 연상하면 된다.)
청적파가 전투용에 특화되었다고 한다면 창영기공은 신체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조기에 가깝다. 물론 파동기로서의 성질도 남아있기에 공격용으로도 충분히 쓸만하지만 청적파에는 못 미친다.
현재 프레이야는 4번검 무명의 증폭능력을 이용해야만 제대로 발동시킬 수 있으며, 그 상태로 10분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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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전한 클라이막스입니다. 다음화가 엔딩+에필로그.
드디어 프레이야가 자신의 히든 카드를 내보였습니다. 제목의 푸른 그림자는 저것 때문에 지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냥 붙으면 베테랑 기사고 뭐고 없이 썰릴 것 같아서 반칙 아이템(능력 증폭제)도 어거지로 끼워넣었습니다. 덕분에 증폭제를 3중으로 먹고 검의 증폭능력까지 빌려야 상대가 가능해지는 앤은 초절 먼치킨 확정. (...)
무명과 아방가르드의 관계는 파더스데이에서 등장한 레드레이와 버스터의 관계를 본땄습니다. 마지막에 레드레이 개방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말이죠.
이번화 끝부분이 영 아쉽고 부족해보이기는 하는데...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야 제가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결국 수정하는 거 포기하고 그냥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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