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 이 팬픽은 나노하 StS 이후 약 70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인물은 등장하지 않으니 이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인식장이 습격당하고 순찰조가 발이 묶인 그 시각, 차원의 틈새에 존재하는 시공관리국 본국은 관리국 창설 이래 최대의 혼란에 빠져 있었다.

- 여기는 클라우스, 함선 조작권을 박탈당했습니다. 함이 멋대로 도크에서 이탈합니다!

- 비에리드, 무장 제어권 상실! 다각도 마력포가 전개됩니다! 목표는 본국 제3우주항!

- 스키엔, 마력 반응로 레드 존! 함선 보호를 위해 반응로 강제 정지시킵니다!

- 제드, 무장 제어권을 잃었습니다. 주포 전개 중, 목표는 본국 제5우주항입니다!

"젠장, 메인 오더룸 탈환은 아직인가!"

- 노력중입니다만, 적의 방비가 워낙 강합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서둘러! 이대로는 본국의 모든 함선이 놈들 손에 넘어가는 것도 시간 문제다!"

정체불명의 집단이 본국의 메인 오더룸까지 침입해서 점거하고는 시스템을 해킹, 본국 우주항에 정박중인 함선의 제어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어떻게 들키지 않고 본국 깊숙한 곳에 있는 메인 오더룸까지 침투할 수 있었는지 그것부터가 의문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함선의 제어를 빼앗긴다는 것은 곧 함선의 포격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이미 십여 척의 함선이 본국의 우주항을 공격하고 있었고, 아직까지 제어를 빼앗기지 않은 함선 중 상당수가 그 공격에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무장대 지휘관 장 T. 디사이플은 오더룸을 탈환하기 위해 무장대를 출동시켰지만 본국 시설 내의 협소한 장소에서 기습을 받아 저지되기 일쑤였고, 오더룸까지 도착한 인원들도 메인 오더룸 게이트에서 30미터 넘게 직선으로 놓인 복도의 구조 탓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접근하는 사람의 존재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만든 구조가 지금 관리국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직접 무장대를 지휘하고 있던 장은 애가 탔지만 방법이 없었다.
장으로서는 지금 메인 오더룸을 장악하고 함선 제어권을 빼앗으며 본국 내 곳곳에서 무장대를 기습하고 있는 자들이, 조인식장을 습격한 자들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차원간 통신마저 봉쇄당했기에, 장은 조인식장을 누군가 습격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에리나와 실비아는 말없이 리에스 내부를 날아가고 있었다. 녹색 옷의 여자 둘을 공격하려는 순간 푸른 옷의 남자들이 실드를 펼치며 막아섰지만, 에리나와 실비아는 스피어 스트라이크와 사이즈 슬래시로 실드를 가르고는 그대로 여자들을 때려눕혔다. 그와 동시에 푸른 옷의 남자들에게 당할 뻔하긴 했지만 동료들의 엄호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그대로 리셉션 룸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 통신기에서는 함선 제어를 회복해서 남은 경호인원이 리에스 내부로 진입한다는 내용이 들려왔다.
몇분 후, 두 사람은 문이 완전히 날아간 리셉션 룸에 도착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둘의 눈에, 아까 자신들을 막아섰던 자들과 똑같이 생긴 4인조와 새하얀 PA를 장착한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에리나는 남자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누구인지 알아본 실비아는 경악했다.

"코, 콜트론 실장님?"

"디사이플 집무관, 자네인가. 기왕이면 다른 사람이기를 바랐는데."

"실비아, 아는 사람이야? 누군데?"

실비아와 마도사가 서로 아는 눈치인 듯 하자 에리나는 누구인지 물어보았고, 실비아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바이즈 콜트론 소령, 시공관리국 정보부 제1실장. 차기 정보부 장관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야. 그런데 어째서..."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콜트론 실장! 이게 무슨 짓인가!"

실비아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석에 묶여있던 의장이 바이즈를 향해 외쳤다. 그쪽에는 관리국과 에르트의 요인들, 그리고 경호인원들이 꽁꽁 묶인 채 녹색 옷의 여자 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에리나는 팔 다리를 두꺼운 수갑과 족쇄로 구속당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이상하게 느꼈다. 서로 절단 마법을 쓴다면 그런 구속구 쯤은 쉽게 부술 수 있는데, 그들은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리나의 의문을 풀어준 것은 바이즈였다.

"이상한가? 알고 보면 별로 놀랄 것도 아니야. 저기 있는 샤멀-우노 타입은 자체적으로 AMF를 발생시킬 수 있거든.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라서 반경 5미터 정도이지만, 지금은 그 정도라도 충분하지."

"묻는 말에 대답하라, 소령!"

"포로 주제에 시끄럽군, 의장. 아니, 이젠 전(前) 의장 나리라 불러드려야 할까? 시공평의회는 해체될 테니까."

"뭐라고?"

"평의회 제도는 너무 비효율적이야. 밤낮 토론만 하다가 결론이 나올 때까지 며칠, 몇달이 걸리지. 게다가 나오는 결론 중 상당수는 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내려지고. 그런 평의회라면 없는 편이 낫다."

"소령! 지금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겐가!"

화가 나서인지 치부가 드러나서인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의장을 마주보며 바이즈는 차갑게 말했다.

"민주주의? 그동안 쌓아온 권력을 통해 의원 자리에까지 오른 네놈들이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 우유부단에 현상유지 밖에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변혁에 대한 의지를 꺾어온 네놈들 때문에 우리가 어떤 희생을 치뤄왔는지 아나!"

"에르트 본부의 일은 누가 뭐래도 트론이 지나쳤다! 살상 설정이라니, 그건 해선 안 되는 일이야!"

"닥쳐! 네놈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똑같았다! 신력 91년, 제37관리세계 소레이지!"

"...뭐?"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55년 전의 과거 이야기에 에리나와 실비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것은 의장도 마찬가지였는지 그저 바이즈를 쳐다볼 뿐이었고, 그런 의장을 향해 바이즈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그때 차원함대 총사령관은 분명 평의회에 소레이지에서 발생한 무력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고작 함선 한두 척 갖고는 오히려 당할 수도 있다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을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당시 평의회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함선 단 한 척만 파견했지, 그 결과는 당시 정보부에서 근무했던 의장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결과가 어땠나!"

"그, 그건..."

바이즈의 추궁에 의장은 기세등등하게 바이즈에게 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을 흐렸다. 바이즈는 처음부터 의장의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개의치않고 계속 말했다.

"반물질 병기에 의한 함선 소멸, 탑승 인원 317명 전원 사망! 네놈들의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상상이나 가나! 난 그 때 맹세했다, 관리국을 완전히 바꾸기로! 질서는 오직 힘과 결단을 통해서만 유지된다! 힘을 가지고도 행사하지 않아 혼란을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건 맹세다!"

마치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이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분노가 섬뜩할 정도로 와 닿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리나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바이즈는 방금 '난 그 때 맹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즈가 언급한 사건은 자그마치 55년 전이고, 지금 바이즈의 나이는 아무리 잘 봐줘도 30대가 안 되어 보였다. 계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당한 사건에 대한 분노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감정이었다. 그 생각은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이즈에게 말했다.

"하지만 소령님, 그건 55년 전의 일입니다. 어째서 그게 당신이 맹세한 원인이 될 수 있죠?"

한바탕 감정을 쏟아내고 숨을 몰아쉬고 있던 바이즈는 실비아의 말을 듣고는 앗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소레이지 사건 당시, 차원함대 총사령관이 누구였는지 알고 있나?"

"예, 제 기억이 맞다면 분명 크로노 하라오운 제독이었다고..."

"제대로 알고 있군. 그리고 소레이지 사건에서 희생된 국원들 중에는 카렐 하라오운 함장과 나노하 T. 스크라이어 중령, 야가미 하야테 대령, 페이트 T. 디사이플 집무관이 있었다."

"...제 증조할머님께서 그 때 돌아가셨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방금 말한 그 오버 S랭크 여성 마도사 3인방이 해결한 사건 중 JS 사건을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무슨 관련이 있죠?"

갈수록 질문의 대답에서 멀어지는 듯한 바이즈의 대꾸에 실비아는 인내심에 한계가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바이즈의 태도는 놀리는 느낌이 없었고, 실비아는 그의 대답을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F와 전투기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군."

"...슬슬 제대로 대답을 해주시겠습니까. 대답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시든지."

"내가 프로젝트 F의 결과물, 그리고 여기 넷이 전투기인이다."




경악으로 얼어붙은 리셉션 룸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평의회 의장이었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바이즈를 비난했다.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프로젝트 F? 거기에 전투기인이라고! 자네 완전히 미쳤군! 당장 직위를 박탈하겠다, 소령!"

"닥쳐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식충. 네놈도 프로젝트 F에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증거도 갖고 있으니 닥치고 있는 게 좋을걸."

바이즈의 말에 의장은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고, 그런 의장을 한번 노려본 바이즈는 실비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오리지널은 크로노 하라오운이지. 즉, 나의 맹세는 그 때 크로노 하라오운이 한 맹세다. 그 후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알고 있을 테지."

실비아는 침묵을 지켰지만 그 눈은 자기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 신력 91년 이후 크로노 하라오운의 행보는 철혈(鐵血) 그 자체였다. 12척의 함선에 아르크 앙 시엘 상시 장착, 관리국에 대항하는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 관리국 내 반대파의 각종 사고와 실각. 그 양상은 에르트 본부에서 트론이 보여준 것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실비아는 자신에게 트론이 퍼붓던 불합리할 정도의 비난을 떠올렸다.

"잠깐, 그러면 설마 서바이스 본부장도..."

"눈치가 빠르군. 그 녀석은 2세대다. 나는 3세대지. 참고로 말하면, 1세대는 지금은 은퇴한 페르즈 콜틴(Perz Coltin)이다."

트론과 페르즈의 이름이 나오자 에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트론은 얼마 전까지 에르트를 탄압해왔고, 페르즈는 신력 124년부터 130년까지 시공관리국 평의회 의장을 지낸 인물로, 에르트를 공격해 무너트린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바이즈의 말에 대한 에리나의 반응은 거기서 그쳤지만, 실비아와 의장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이즈의 말대로라면 관리국은 크로노가 죽은 이후에도 그의 망령에 줄곧 지배받아 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실비아는 부정하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만, 머릿속 한켠으로는 바이즈의 말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르즈와 트론의 통치 방식은 과거 크로노가 실권을 잡고 있던 시절의 방식과 완전히 판박이였던 것이다. 거기다 트론과 바이즈가 보여준 절절한 분노는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쨌든 이제 내가 이러는 이유는 설명이 된 것 같군. 이해가 됐나?"

바이즈의 평탄한 말투에 실비아는 가까스로 감정을 수습할 수 있었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지금 바이즈의 행동은 그릇된 것이었다. 석달 전 트론과 싸우면서 말했던, '목적과 수단과 결과 중 하나만 그릇되어도 비난의 근거가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물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생명마저 조작하는 상대라면 더 볼 것도 없었다.
실비아는 바르디슈를 들어 바이즈를 겨누며 말했다.

"바이즈 콜트론 소령, 당신을 살인 미수 및 감금, 그리고 반역 혐의로 체포합니다. 리미터 해제."

『Yes, sir. Release the limiter.』

"난 체포 권한은 없지만, 당신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러 왔다는 건 알았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어주지. 리미터-1 해제."

『Roger, release the first limiter.』

실비아와 에리나의 말에 바이즈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금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 점이 페이트와 나노하의 아이들 답다. 1차 리미터 해제. 『Copy, release the first limiter.』 자, 덤벼라!"

바이즈의 외침과 함께 네 명과 두 명이 격돌했다.




"디바인 버스터!"

에리나의 붉은 색 포격이 붉은 옷의 소녀, 비타-트레 타입을 노리고 발사되었지만 도중에 끼어든 자피라-옷토 타입의 장벽에 가로 막혔다. 잠시 에리나가 주춤하는 사이, 자피라-옷토의 등 뒤에서 시그넘-트레 타입이 뛰어 오르며 카트리지를 로드했다.

『Schlangeform.』

다소 경박하게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검 형태의 디바이스가 순식간에 채찍처럼 변화했다. 정확히는 칼날이 줄줄이 달린 채찍같은 모습이었다.

"차앗!"

시그넘-트레의 기합과 함께 사복검이 에리나에게 날아들었다. 간발의 차로 피한 에리나의 주위로 박살난 의자와 테이블의 파편이 날아다녔다.

『Lightning lance.』

"파이어(Fire)!"

사복검을 휘두르느라 잠시 움직임을 멈춘 시그넘-트레를 향해 실비아가 라이트닝 랜스를 쏘았다. 명중한다고 생각한 순간, 바이즈가 중간에 끼어들며 실드로 라이트닝 랜스를 막아냈다. 아쉬움도 잠시, 이번엔 비타-트레가 IS 라이드 임펄스(Ride impulse)를 작동시킨 채 돌격해왔다.

『Raketenform.』

"라케텐 햄머(Raketenhammer)!"

해머의 한쪽에 스파이크가 돌출되면서 반대편에 로켓 분사구가 튀어나왔고, 동시에 분사구가 점화되더니 라이드 임펄스의 속도에 로켓 분사의 추진력까지 더해지며 무서운 기세로 날아들었다. 실비아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지만 바르디슈가 때맞춰 실드를 발동시켰다.

『Defenser.』

콰앙 하는 충돌음과 함께 해머가 실드에 충돌했다. 하지만 안심할 새도 없이 실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드가 완전히 깨어지는 순간 고속기동마법으로 날아든 에리나가 실비아를 끌어안고 자리를 벗어났고, 비타-트레의 해머는 굉음과 함께 특수 합금제의 바닥을 함몰시켰다.

"이거, 어렵겠는데..."

거리를 벌린 채 적들을 바라보던 에리나가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샤멀-우노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다른 셋의 연계만으로도 에리나와 실비아는 수세에 몰렸고, 거기에 이따금 보이는 틈은 바이즈가 커버하고 있었다. 바이즈를 제외한 넷이 PA가 아닌 배리어 재킷 차림이라는 것은 아무런 약점도 되지 않았다. 험악한 표정으로 바이즈 일행을 노려보던 에리나에게 실비아의 염화가 들려왔다.

[우선 저 푸른 옷 남자부터 어떻게 해보자. 방어 전담인 것 같으니까 쓰러트리고 나면 그 뒤가 좀 나아질 거야.]

[어려운 녀석부터 처리하고 좀 편하게 가자, 이거지? 그건 좋은데, 무슨 수로?]

[나한테 맡겨. 엄호 부탁해.]

에리나가 뭐라고 대답할 새도 없이, 실비아는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방향은 자피라-옷토가 아니라 샤멀-우노가 있는 방향이었다. 샤멀-우노에게 AMF 생성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실비아는 스스로는 방어가 불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AMF 구역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을 막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재빨리 샤멀-우노를 막아선 자피라-옷토는 장벽을 전개하며 실비아를 붙잡으려 했다.

"강철의 멍에(鋼の軛)!"

자피라-옷토의 외침과 함께 실비아의 주변에 무수한 빛의 창이 솟구쳤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실비아는 한발 먼저 그 위치를 벗어나 자피라-옷토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코앞까지 접근한 실비아를 보고 자피라-옷토는 실드를 강화했지만, 그것도 실비아는 예상하고 있었다.

"액스 슬래시(Axe slash)!"

도끼 형태의 바르디슈가 실드를 가르자 자피라-옷토는 당황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비아는 전격 마법을 날렸다.

"라이트닝 쇼크(Lightning shock)!"

실비아의 왼손에서 뻗어나간 전격이 자피라-옷토를 직격했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밀어붙여 샤멀-우노까지 감전시켰다. 서둘러 의장을 비롯한 요인들의 수갑과 족쇄를 끊으려던 실비아는 AMF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그제야 실비아는 다른 적들이 자신에게 공격해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고, 급히 몸을 틀었다. 그곳에는 세 명에게 협공당하고 있는 에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에리나!"

"스팅거 레이!"

"자전일섬(紫電一閃)!"






『Roubd shield.』

"팬텀 러..."

"테트리히 슈라크(Tödlichschlag)!"

"크헉!"

에리나는 바이즈의 공격을 피한 다음 시그넘-트레의 일격을 실드로 막았다.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며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했기에 바로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미처 고속기동 마법을 쓰기도 전에 비타-트레의 해머가 옆구리에 꽂혔다. 에리나는 비명을 토하며 부서진 테이블과 의자 더미에 처박혔고, 내상을 입었는지 쿨럭 하며 피까지 토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시그넘-트레가 라이드 임펄스를 작동시키며 날아들었다. 명백한 발도 자세, 과거 볼켄리터의 리더인 시그넘의 기술 중 하나인 비룡일섬(飛竜一閃)의 준비자세였다. 비타-트레의 공격을 받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에리나는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비룡..."

"아크 세이버!"

위기의 순간, 실비아가 날린 아크 세이버가 시그넘-트레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시그넘-트레는 멈칫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실비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사이즈 슬래시, 라이트닝!"

실비아는 배리어 절단 마법에 전격까지 추가해 휘둘렀고,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그넘-트레는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그 때, 물러서는 시그넘-트레의 주위에 3개의 링이 떠오르더니 시그넘-트레를 옭아맸다. 실비아가 아크 세이버를 날릴 때 에리나가 설치한 공간 설치형 바인드, 레스트릭트 락(Restrict lock)이었다.

"큭!"

시그넘-트레는 발버둥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바인드 중에서도 상당히 견고한 축에 속하는 레스트릭트 락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그런 시그넘-트레를 구하기 위해 비타-트레가 돌진해왔지만, 그보다 실비아가 조금 빨랐다.

"라이트닝 쇼크!"

실비아의 손에서 30분간 성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수준의 위력을 가진 전격이 방출되었고, 시그넘-트레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연이어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본 비타-트레가 라이드 임펄스를 쓰는 것도 잊고 달려들었지만, 실비아에게 닿기 전 에리나가 막아섰다. 사이에 끼어든 에리나는 비타-트레와 맞서거나 방어를 구축하는 대신, 레이징 하트를 거꾸로 들고는 힘껏 내밀었다. 그러자 미친듯이 달려들던 비타-트레의 목에 정확히 레이징 하트의 창대가 꽂혔다. 한순간 목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비타-트레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죽은 거야?"

"아무렴 전투기인이라는데 고작 이 정도로 죽겠어?"

에리나는 걱정없다는 듯이 대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는지, 쓰러진 비타-트레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후에야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누그러트린 것도 잠시, 실비아와 에리나는 혼자 남은 바이즈를 노려보았다. 곁에 있던 전투기인들이 모두 쓰러졌는데도 바이즈는 아직 여유만만한 모습이었다. PA에서 흰색 마력광을 뿜어내던 바이즈는 금빛 천사와 검은 마녀를 향해 이죽거렸다.

"제법이군. 아니, 과연이라고 할까? 페이트와 나노하의 피를 이었다면 이 정도는 해야겠지."

"...저 AMF는 어떻게 된 겁니까?"

화를 돋구는 바이즈의 태도를 무시하고 실비아는 먼저 이상한 점을 물어보았다. 녹색 옷의 여자를 쓰러트리면 당연히 그 여자가 만드는 AMF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샤멀-우노의 AMF는 발동과 소실을 모두 의식을 집중해야 하지. 일단 발동시키면 유지에는 집중이 필요하지 않아. 완전히 기능 정지시키면 또 몰라도, 단순히 기절시키는 것으로는 AMF를 없앨 수 없다. 페이트나 나노하에게는 AMF도 별로 큰 부담은 되지 않았는데, 너희들에겐 아닌가 보군?"

"자꾸 증조할머님 들먹이는데, 그래봤자 열만 받거든? 적당히 하고 무릎 꿇으면 봐줄 수도 있어."

참다못한 에리나가 바이즈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왜, 비교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쁜가?"

"너 같은 비뚤어진 놈이 자꾸 아는 척 해서 기분 나쁜 거야! 뭐야, 대체!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만 결국 투정이잖아! 꼬맹이가 자기 생각대로 안 된다고 다 뒤집어 엎는 거랑 뭐가 다른데? 당신이 애야? 세 살 먹은 어린애야?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하란 말이야! 얘기 들으니까 벌써 100년 가까이 산 거잖아! 아니면 뭐야,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도로 애가 된다더니 그거야? 노망이야? 치매야? 그러면 병원에 가서 정신상담을 받든가 입원을 하든가 하라고! 괜히 애꿎은 사람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바이즈는 에리나의 입에서 쏟아지는 독설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 자신의 생각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생각이 매도당할 때 받는 충격이 큰 법인데, 지금 바이즈의 상태가 딱 그랬다. 잠시 석상처럼 굳어있던 바이즈는 이내 표정을 굳히더니 자세를 잡았다. 그 얼굴은 여유롭던 조금 전과는 달리 살기에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따끔한 맛을 보여줄 생각이었다만, 생각을 조금 바꿨다. 그 입부터 박살내주마!"

"어디 해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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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인 부대
인간의 신체에 기계를 합성한 강화인간. 강화 부위는 '기본 프레임'이라 불리우는 가동골격이나 기계를 이용해 강화시킨 지각기관(렌즈가 들어있어 줌인 등이 가능한 눈 등)이 있다. 각각 '인휴렌트 스킬(Inherent Skill, 통칭 IS)라 불리우는 선천 고유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발동시에는 독특한 마법진이 발생한다.

크로노는 1팀 4명으로 편성, 총 10개 팀을 만들었다. 인조마도사 플랜트에 설치된 생체포트에 보관되어 왔으며, 정상적인 사고는 가능하지만 세뇌를 통해 일체의 감성을 억제, 크로노의 복제가 내리는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또한 샤멀+우노 타입에는 AMF 발생능력이 부여되어 있다. 그 외형과 기본 능력은 야천의 서의 수호기사 프로그램을 복제했다.


샤멀+우노 타입 - 후방 보조. 오퍼레이팅 및 AMF 발동 담당.
> IS - '불가시의 비서' 플로레스 세크레터리(Flawless Secretary)
통상행동 상태에서도 레이더나 센서류에 걸리지 않는 고성능 스텔스 능력과 고도의 지능가속-정보처리능력 향상 튠의 통칭.


시그넘+트레 타입, 비타+트레 타입 - 전위. 고속 침투에 의한 교란 담당.
> IS : '고속기동' 라이드 임펄스(Ride Impulse)
소체 자체의 강도에 전신의 가속 기능을 이용한 초고속기동. 최대 속도는 인간의 인식 속도를 뛰어넘는다. 신체의 각 부분에서 에너지체의 날개인 '임펄스 블레이드'를 발생시켜 발동하며, 순간 이동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StS 22화에서 AMF상황 하라고는 하지만 소닉 폼의 페이트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 정도.

> 고유장비 : '에너지의 날개' 임펄스 블레이드(Impulse Blade)
팔 다리에 생겨난 8장의 날개와 같은 물체.(페이트의 소닉폼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음.) 에너지의 날개를 칼날처럼 써서 격투전에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정작 바이즈가 통솔한 전투기인들은 거추장스러운지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자피라+옷토 타입 - 아군 방어 및 후방 지원 담당.
> IS : '광화의 폭풍' 레이 스톰(Ray Storm)
광역공격 및 결계능력 전반에 대한 총칭. 에너지의 운용은 미드칠더식의 마법과 비슷하다. 사격용으로 사용할 경우, 오른손바닥에서 기체로 확장되는 녹색의 광선을 발사한다. 광선은 폭발성.
...사용하는 장면은 안 나왔지만, 일단 쓸 수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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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최종 전투 part 1입니다. 원래는 1편으로 만들었는데, 다 쓰고 확인해보니 30KB가 넘어가길래 둘로 쪼갰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한 편은 20KB, 다른 한편은 14KB가 나오더군요 OTL
결국 분량 모자란 쪽에 막 덧붙이느라 또 없는 머리 쥐어짰습니다 (먼산)

역시 최종보스 녀석은 조금 뜬금없는 감이 있을 겁니다. ...그냥 글쟁이를 욕해주세요 (...)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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