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믈렛라이스는 10분도 안 돼서 시그리드의 뱃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정말 이 요리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이 해준’ 요리라서 좋아하는 건지 솔직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면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없다. 일단 식사를 했으면 설거지도 해야겠기에,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다가 떠오른 것이 있어서 시그리드를 불렀다.
“아, 어젯밤에 혹시 뭐 못 느꼈어?”
“글쎄? 며칠 만에 푹 자느라 별거 못 느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슬쩍 돌아보니 소파에 가로 누워서는 슬슬 배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양이 부족해보여서 내 걸 조금 덜어줄 정도였으니, 한동안은 숨쉬기도 조금 힘들겠지.
“어제 말했지? 자정 무렵이면 뭔가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아, 그랬지. 뭔가 표현하기가 애매한 것이 묘하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그런 거였는데. 왜, 어젯밤에 세연도 느낀 거야?”
“묘하다기 보다는 말이야, 음산하다는 쪽이 더 어울리겠던걸.”
내 말에 시그리드는 소파에 누운 채로 손뼉을 짝 하며 마주쳤다.
“맞아! 그 말이 딱이다. 음산, 으시시. 그런 말이 딱이네. 왜 그런 말을 생각 못 했지?”
“…아무래도 네가 그동안 해 온 기억 매체 연구 말이야, 어휘력 부족 때문에 필기가 어려우니 생각하게 된 것 아닐까 싶어지는데.”
“윽, 너무해. 그렇게 사람 아픈 곳을 찌르면 상처받는다고.”
“부정하지 않는 걸 보니 정곡인가 보네. 뭐 그건 그다지 상관없고. 아무튼 그 음산한 기운 말인데, 어젯밤에 나도 느꼈거든. 그래서 한번 찾아보려고 했는데 도중에 사라지더라고. 그런데 탑의 영력 차단막을 뚫고 새어나올 정도면 실제로는 상당히 강력한 수준 아닐까?”
“흐음,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탑에 설치된 차단막은 대략 6~7레벨까지는 막아내니까, 그럼 그 정도는 넘는다는 말이고. …가만, 이거 뭔가 위험해지는데. 생각보다 강력하잖아, 이거?”
파이어볼(Fire Ball)이 3레벨 마법이고, 마법사의 사용 가능 마법 레벨이 1단계 오를 때마다 마법의 위력이 약 두 배가 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6레벨 마법사가 사용하는 파이어볼은 3레벨 마법사가 사용하는 것보다 8배의 위력을 지니게 된다. 그 정도의 위력이라면 진리의 탑 1개 층 정도의 면적은 간단하게 초토화시킬 수 있다. 물론 탑에는 영력 차단막과 소음 차단막 외에도 보호 마법이 그야말로 덕지덕지 걸려 있으니 실제로 그런 피해가 일어날 리는 없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가 파악한 것만으로도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7~8레벨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솔직히 5레벨만 되어도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로 인정받는다. 7레벨쯤 되면 고위 마법사, 그것도 거의 대마법사 급으로 통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이 그 음산한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자칫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어, 이거.”
“그러네. 그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내왔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봐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가능한 빨리 회의라도 열어야겠는걸.”
손의 물기를 닦는 것으로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시그리드의 맞은편에 앉아 말을 받았다.
“그런데 과연 다른 사람들이 순순히 응할까? 대부분 연구에 방해된다고 회의 싫어하잖아.”
“건물 자체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고 하면 모이겠지. 탑이 무너지면 연구를 계속하기는커녕 지금까지 해온 연구가 싹 날아가 버릴 테니까.”
하긴,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더 안 좋은 상황은 그 음산한 기운이 정말로 네크로맨시에 의한 것일 경우다. 7레벨 정도의 마법사가 네크로맨시를 성공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내 기억이 맞는다면 여태까지 문제를 일으켰던 네크로맨서는 가장 강한 자가 5레벨, 그리고 그 피해는 중소 도시 하나의 완전한 황폐화였다. 게다가 그 지역에 남겨진 사령(邪靈)의 기운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결국 은둔한 채 연구만 줄곧 하고 있던 정통파 네크로맨서들을 수십 명이나 불러 모으고 나서야 겨우 사령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었다. 5레벨이 그 정도였으니, 만약 7레벨의 네크로맨서가 사고를 친다면 피해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이겠지.
=================================================================================================== 쓰다보니 챕터 1이 10편은 좀 넘겠군요. 그래봤자 한편 한편의 분량이 적어서 총량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두들기다보니 또 슈발리에 감상은 뒤로 밀리고, 쓰자마자 후딱 올려버리는 바람에 비축량은 또 Zero가 되어버렸고, 거 참...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