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상당히 뒤늦게 록키 발보아를 보았습니다.


감상을 결론부터 말하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이 아닌, 마음이 만족스러운 영화였다고 할까요.


전체적인 흐름은 록키 1편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1편을 보지는 않아서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들어서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비교하면 굉장히 비슷한 전개를 가진 것 같더군요. 어쩌면 예전 팬들을 위한 자기 오마주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점에서 더 만족했습니다.


사실 제가 영화에서 스토리에 만족하는 전개가 바로 이런 전개들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버 더 톱, 리얼 스틸 같은 쪽. 주위의 만류나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결국엔 패배하지만 스스로는 그 결과가 아닌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동안에 얻어낸 것에 만족하는 이야기들.


록키 발보아에서는 퇴물 복서인 록키의 입을 빌려 사람의 행복과, 그것을 얻기 위한 의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더더욱 가슴에 와 닿더군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버리고 있는가, 그것은 꼭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특히 폴리의 직장에서 울먹이며 아직도 가슴 속에서 살아 날뛰려 하는 야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저도 먹먹해졌습니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젊었을 때 수술 후유증으로 안면신경마비가 왔다고 합니다. 배우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사실상의 배우 생명 종료 선고와 마찬가지인 장애죠. 그 때문인지, 스텔론이 참여하고 주인공의 고난을 다루는 영화들은 상당히 무게감있게 다가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버 더 톱의 경우, 20년도 더 전에 TV에서 틀어준 걸 중반부부터 봤을 뿐인데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사실 리얼 스틸의 스토리를 대강 알았을 때에도 '이거 오버 더 톱 미래판이네?'했습니다.)


록키 시리즈나 람보 시리즈 역시 1편들은 바로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편이 성공하고 나자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꼴마초 영화로 전락하고(람보 시리즈), 그걸 어떻게 되돌려보려다가 처참하게 망해버리기도 했지만(록키 시리즈), 록키 발보아에서 다시금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만족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취향을 많이 탈 영화입니다. 액션이 화끈한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도 아니고, 상대의 파멸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역시 잘 만든 영화, 좋은 영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복싱이 아니라, 인생을 말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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