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상암 CGV에서 맨 오브 스틸을 봤습니다.
원래는 이번주는 사람이 미어터질 테니(...) 넘기고 다음주 주말을 노릴 생각이었습니다만, 금요일에 별 생각없이 CGV 아이맥스 상영관들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상암 CGV IMAX 상영관 하나가 가운데줄 중간 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더군요. 정말이지 하늘이 도왔습니다.
영화는 좋았습니다. 수퍼맨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다뤘다는 느낌. 다만 제작자와 대부분의 스탭의 영향인지 수퍼맨 트릴로지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생각이, 수퍼맨 비긴즈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리고 수퍼맨이 DC코믹스에서 배트맨과 함께 히어로 투탑인 탓에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역시 수퍼맨이 아무리 고뇌해도 배트맨보다는 더 밝은 분위기에 행복한 히어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인간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도 그렇고 말이죠. 나름대로 큰 반발 없이 무난하게 받아들여졌어요. 오히려 너무 순순히 받아들여져서 조금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로.
사실 크립톤 인의 신체능력상 지구상에서 지구의 물질을 이용한 공격은 타격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유조차를 던지거나 H빔을 휘두르거나 건물에 처박는 장면을 보아도 '그래봤자 마무리는 맨주먹으로 짓겠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완전히 빠져들어서 보았다면 좋았을 것을.
자막은 전체적으로 다 좋았는데 조-엘과 칼-엘의 이름 부분이 조금 에러. 엔딩 스탭롤에서도 분명히 하이픈(-)이 들어가 있는데 왜 한글 자막에서 뺀 걸까요. 덕분에 조-엘의 이름이 그냥 '조엘'이 되는 바람에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거슬렸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인도양에서, 쏟아지는 빛 속에서 주먹을 쥐고 날아오르는 장면. 커다란 고난,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뛰어드는 결단, 그리고 마침내 극복까지. 수퍼맨이라는 존재를 상징하는 상황과 장면들이었습니다. 하나 더 고르라면 조나단 켄트가 클락을 향해 손을 내젓던 장면. 이 부분에서는 눈물이 날 뻔 했네요.
그리고 수퍼맨의 메인 빌런 하면 역시 렉스 루터인데, 이번에 조드가 남긴 물건들이 은근히 이것저것 되기 때문에 후속작이 나오면 이것들을 루터가 회수해서 사건을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전투복이라든가, 추락한 함선이라든가...
그렇다고 영화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스토리 상에서는 헛점이 제법 있습니다. 우선 수퍼맨의 그 특유의 의상이 준비되는 과정이라든가, 태양빛이 강하게 만든다더니 왜 공기 영향을 받는가 라든가, 로이스와 클락이 왜 그렇게 친밀해지는가 라든가... 너무 상영시간을 너무 짧게 잡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수퍼맨 영화 시리즈의 시작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것도 꽤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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