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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관련 기사

아이의 일기장 내용이 실린 기사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의 '오마이뉴스' 기고 관련 기사

......후우......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걸까...
......빌어먹을 놈의 세상.

지금 저 아이는 무려 '구속 수사' 중이다.
구속 수사는 본래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중범죄자를 상대할 때 사용되는 수사 방식이다.

...정말로 저 아이가 도주할 거라 생각하는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저 아이가 증거를 인멸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인멸할 증거가 남아있기나 한가?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지금 저 아이를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놓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더럽고 역겨운 새디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저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는 게 맞겠지. 세상의 어떤 누구도, 저 아이가 처한 상황과 완벽히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못할 테니까. 비슷한 상황이야 처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예상은 할 수야 있겠지.

태어난지 100일 만에, 아버지의 폭력에 못 견뎌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
저 아버지란 사람은 4살된 자신의 친딸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린 일도 있다.
그리고 술을 먹고 항상 행패를 부리고, 그 폭력은 집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아이의 학원까지 찾아와, 아이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폭행했다.

그런 세월이 무려 15년간이나 계속 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미쳤거나 자살했거나 상대를 죽였겠지.
하지만 저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에 대한 애정.
그 상반된 감정 속에서, 지옥같은 15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여태까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 게 오히려 기적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생활에도 끝이 찾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술주정에 폭력이 이어졌다.
경찰에 신고하고, 아버지를 만류하다 못해 끈으로 양손을 묶었다.
그 상황에서도 계속된 아버지의 폭언.
듣다 못한 아이는 아버지를 조용하게 할 목적으로 넥타이를 조르기 시작했겠지.
머리로는 더 조르면 안돼 하고 생각했겠지만, 15년에 걸친 폭력에 시달린 몸은 그 생각을 거부했으리라.
경찰이 도착했을 때, 모든 일은 끝나있었다.

지금은 아마 강릉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을 그 아이.
아마도 혼자, 아니면 다른 여자 어른 몇명과 함께 유치장 안에 있겠지.
벽에 기대어, 혼자 쪼그려 앉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여자 아이.
어른들은 그 아이를 보면서 수근대리라.

'저 아이, 자기 아빠를 죽였대요' '어머나 끔찍해라' '술주정이 심했대'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빤데' '그런 놈은 죽어도 싸지 뭘'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닥쳐라


우리는 저 아이에게 단 한마디의 말을 꺼낼 자격도 없다.
저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죽이게 된 것은 모두 우리 전체의 책임이다.

몰랐다고? 알았으면 도와줬을 거라고?

집어치워라. 진작에 그런 노력을 했다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고통에 빠진 누군가를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알아내어 도와줬겠지.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저 아이의 아버지를 말려줄 사람은, 저 아이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명의 보호자가 되어줄 어머니는 이미 15년 전에 떠나버렸고, 4년 전에 완전히 연을 끊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히려 아이가 나서 보호해야 할 연세들이시다.

저런 수준의 폭력이라면 주위 이웃 누가 신고만 했더라도 아버지는 보호감찰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았겠지.
우리들은 저 아이를 동정해줄 자격조차 없는 놈들이다.



...매주 금요일, M모 방송국에서 하는 사람 찾기 프로그램이 있다.
주류를 이루는 사연은 '시댁, 또는 남편의 학대에 견디다 못해 아이를 두고 떠난 어머니'.
그 프로그램을 우리 어머니와 함께 보고 있으면, 가끔 이런 대화가 오간다.

"너희들 어렸을 땐 나도 정말 저렇게 도망치고 싶었어"
"그래도 다행이네, 안 그랬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잘 컸고"
"그래, 그렇지. 근데 만약 떠났으면 네 동생만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
"진짜로 그랬으면 지금쯤 무지무지하게 원망하고 있겠지?"
"...원망이야 하고 있겠지만 이해는 할 걸요."


'그리고 아마 언제 아빠를 죽일지 모르는 녀석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그랬다.
우리 아버지 역시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일주일에 절반은 술을 먹고 들어왔다.

저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나마 술주정이 양호해서 폭력은 쓰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에겐 어머니가 계셨다는 점이겠지.
하지만 어머니가 안 계셨더라면, 아마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녀석이 되어 있으리라.
어쩌면 아버지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을 녀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

난 그 정도로 어렸을 때 아버지를 싫어했다.
그나마 내가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 많이 나아져서 지금은 괜찮지만.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듯도 하다.
하지만 저 아이가 처했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하면, 그건 세상 누가 말해도 거짓말이겠지.



다시 얘기를 돌리자.

분명, 저 아이에게는 죄가 있다. 살인죄, 그것도 존속살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죄가.
하지만, 그게 저 아이 혼자만의 죄인가?
아이가 아버지를 죽게 만든, 아이가 아버지를 증오하게 만든 주위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는가?

영화 '일급 살인'에서, 크리스챤 슬레이터가 맡았던 스탬필 변호사는 공범 혐의로 알카트래즈 감옥을 고발했었다.
나도 여기에서 그의 흉내를 좀 내어볼까 한다.

고발 대상은,
이 사회이다

이 국가이다

이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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