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 제작사 Nitro+의 작품인 사야의 노래(沙耶の唄)입니다.
그동안 미뤄놓고 있다가 엔딩 본 김에 포스팅합니다. -_-a 전체 플레이 타임은 길어봐야 10시간이 안 될 것 같군요. 7시간 쯤 되려나...
OST 수록곡인 '사야의 노래'와 '유리구두'는 각각 엔딩에 사용된 곡으로, 총 3개의 엔딩 중 사야의 노래가 사용된 엔딩은 1개, 유리구두는 2개의 엔딩에 사용되었습니다.
이전 크툴루 신화 관련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게임 '사야의 노래'는 전형적인 크툴루 신화 관련작 스타일이며, 분위기는 굉장히 무겁고 어둡고 음침하며 괴기스럽습니다.
물론 게임 안에서 크툴루 신화와 관련된 용어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스토리 전개 방식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라이터는 우로부치 겐 씨로, 'Phantom : Phantom of Inferno', '흡혈섬귀 베도고니아 (吸血殲鬼 Vjedogonia)', '귀곡가(鬼哭街)', '천사의 쌍권총 (天使ノ二挺拳銃)' 등의 시나리오를 담당하셨습니다.
참고로 '참마대성 데몬베인(斬魔大聖 デモンベイン)'의 시나리오 담당은 하가네야 진 씨가 맡으셨습니다.
우로부치 겐 씨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 내내 개그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진지함으로 일관합니다. 그나마 개그 비슷한 느낌의 장면도 전체 내용에 비하면 한줌도 안 되는 수준이죠. 덕분에 우로부치 겐 씨의 시나리오를 피곤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는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Phantom : Phantom of Inferno'에서 쯔바이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에서도 그랬고, 사야의 노래(沙耶の唄)에서도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그 변화에 대한 묘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듭니다.
3개월 전, 의대생 사키사카 후미노리는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큰 사고를 당한다.
부모님은 현장에서 즉사, 후미노리는 두달간의 집중 치료와 입원 생활 끝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적어도 그의 몸은 돌아올 수 있었다.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고나서도 뇌외과 수술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후미노리는, 시력을 회복한 후 자신의 시야에 비치는 것에 경악한다.
후미노리는 더 이상 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없었다.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이형(異形)의 존재들. 그것들이 친구이고 사람이며 건물이고 침대라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후미노리의 눈에는───그리고 뇌에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인 괴물로만 인식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차츰 후각과 촉각, 청각마저 시각의 침식을 받아 결국에는 냄새와 소리, 감촉마저 완전히 괴물을 상대하는 느낌이 되었다.
일상과 영혼의 비틀림 속에서, 후미노리는 우연히 자신이 유일하게 인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소녀, 사야를 만난다.
그리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시작된다───────────
실제 상황
후미노리의 시각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동일한 상황에 대한 인식도 이렇게 다릅니다.
"어이, 후미노리──"
역시나 약간 나무라는 말투로, 코우지가 후미노리를 불러 세운다.
그 때──후미노리는 마치 무서워서 몸을 움츠리는 듯한 기세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혹시, 코우지의 입에서 침이 튀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건 일상의 대화에서 가끔 일어날 정도의 부주의한 일이였을 터이다.
적어도 요우의 눈에서는, 뚜렷하게 그것이라 알 정도로 분명한 것조차 아니였다.
어찌 생각해도, 기를 쓰고 몸을 감쌀 정도의 일이 아니다.
만약 토우지의 침이 튀었다고 해도, 후미노리의 태도는 한층 심하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였다
"그러니까, 오늘도 진료하는 날이야. 벌써 시간 다 됐으니까"
내뱉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후미노리의 말투에서는, 서먹서먹해진 공기를 누그러트리려고 하는 배려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자신의 커피 값을 낼 생각인지, 테이블에 지폐를 두는 손놀림마저도 무언가 더러운 것을 건드리는 듯한 손놀림이었다.
"그럼"
도망치는 듯이──그런 비유 그대로 성급한 발걸음으로, 후미노리는 카페 라운지를 나갔다.
"어이, 후미노리──"
저 녀석의 발성기관 주변에서 펄럭펄럭 나부끼는 섬모로 부터, 실을 뽑는 점액의 물방울이 내 얼굴로 튀었다.
바로 얼굴을 감쌌지만 타이밍이 맞질 않았다.
썩은 계란 속처럼 오취(汚臭)나는 즙이 나의 얼굴을 온통 적시고 있었다.
이젠 무엇이 어찌되든 상관없다.
의자든 책상이든 지금 당장 손에 닿는 것을 죄다 움켜쥐어서 이 녀석에게 내동댕이쳐서,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내동댕이쳐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
──충동을, 나는 아슬아슬하게 참았다.
눈치채게 되면 안된다.
내 눈에 어찌 보인다 해도, 이 세상에서 정상인 건 그들 쪽이다.
이상한 건 내 쪽인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도 진료하는 날이야. 벌써 시간 다 됐으니까"
비위를 맞추려고 웃음을 띄울 생각이였지만, 잘 되었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나는 지갑에 손을 넣고, 처음 손에 닿은 지폐를 확인도 하지 않고 테이블에 두었다.
주문한 음료수의 대금으로선 충분하겠지.
거스름돈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든 상관없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장소를 떠나고 싶다.
"그럼"
말 그대로 도망치듯이, 나는 그 장소를 뒤로 했다.
...장하다 후미노리! 이런 상황에서 용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어! (...)
짤방은 게임 화면과 조금(?) 다릅니다.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생활 속에서, 후미노리가 유일하게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상대는 사야라는 이름의 소녀 뿐이었습니다.
설령 그들의 행동이 세상의 멸망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그들에겐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서로의 존재 뿐이었으니까요.
후미노리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는 사야 뿐, 사야를 사랑스럽게 대해준 것은 후미노리 뿐.
서로가 서로를 위해 최선을, 성심을 다하는 관계였습니다.
참고로, 조금만 돌려 생각해보면 눈치채시겠지만 사야는 평범한 존재가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후미노리는 사고로 뇌장애가 생겨 사물을 정상적으로 인식할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이형이 되어 보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보이는 사야의 본모습이란... 그 모습이 어떨지...
사야는 자신을 딸처럼 대해주던 오우가이 마사히코 교수가 실종되자, 오우가이 교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후미노리와 만났습니다.
오우가이 교수는 후미노리처럼 인식 장애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사야가 어떤 존재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오우가이 교수는 사야와 함께 생활하다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우가이 교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는 무엇 때문에 사야와 함께 생활했는지가 점점 드러납니다.
사야의 노래(沙耶の唄)의 엔딩 3개는 각각 '현실 복귀 - 정신병동''진실이라는 이름의 독 - 한 발의 탄환''민들레 - 헌신적 사랑'이라는 테마로 볼 수 있습니다.
사야의 능력으로 후미노리는 정상적인 시각과 인지 능력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이미 후미노리는 사야를 덮치던 옆집 주인-당시에는 괴물로 인식되던-을 죽인 후였고, 그 외에도 4명의 살인 혐의를 받게 됩니다.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앓던 뇌장애와 사야의 존재에 대해 진술한 것은 결국 심각한 정신장애로 진단되어, 후미노리는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정신병원 개인병실에서 지내던 어느 날, 후미노리에게 사야가 찾아옵니다.
잠긴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각각 핸드폰 문자와 육성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야와 후미노리.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서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가슴에 품은 채 이별합니다.
그 날 이후, 나는 계속 기다리고 있다.
사야는 정말로, 돌아가야 할 장소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아빠의 행방을 계속 찾아서, 오늘도 아직 어딘가를 헤매며 걸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외롭겠다고 생각한다.
혹시 고독을 참지 못하게 되어, 좌절할 것 같은 때에는, 분명 또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겠지.
그녀에게 상냥한 말을 건네며,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이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기다린다.
그녀의 목소리를, 옛 얼굴을, 꿈꾸면서 계속 기다린다.
이 하얀 나만의 세계에서, 언제까지나.
사야를 덮치던 옆집 주인을 죽인 후미노리. 그 처참한-자신에게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시신을 보고, 후미노리는 일전에 자신과 사야가 먹은 음식이 인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후미노리. 이제 후미노리와 사야는 오직 둘만을 위해 방해자들을 제거하기로 합니다.
후미노리는 친구인 코우지를 빈 우물에 밀어버리고, 사야는 후미노리를 짝사랑하던 요우를 붙잡아 자신의 능력으로 '재구성'합니다. ───후미노리가 사야를 사랑스러운 소녀로 인식하듯, 요우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식하도록.
코우지는 후미노리의 주치의인 탄보 료코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하지만 료코는 코우지의 생사보다 오우가이 교수의 행방, 그리고 그의 연구 내용 파악과 결과 파기에 몰두, 아니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지하 공간에서, 료코와 코우지는 오우가이 교수의 자살한 시신과 마주칩니다.
짧은 휴식을 거친 후, 코우지는 후미노리에 대한 분노와 증오, 변해버린 그에 대한 슬픔을 지닌 채 후미노리에게 결판을 짓자며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합니다. 코우지가 혹시나 하면서 간 후미노리의 집은 비어있는 상태였고, 그곳에서 코우지는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잘 해체되어 반찬통에 담긴 인육을 발견합니다.
후미노리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렸다는 사실을 슬픔 속에서 인정한 코우지는, 료코에게 전화를 겁니다. 료코는 오우가이 교수가 은닉한 자료 속에서 사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견한 상태였고,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을 마련한 후 만나기로 합니다.
새벽1시, 코우지와 료코는 커피숍에서 재회합니다. 료코는 뭐가 들었는지 모를 커다란 더플백을 지닌 상태.
결판을 짓기 위해 다시 후미노리에게 연락한 코우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료코는 코우지의 차 트렁크에 숨어서 가기로 하고, 몇번이고 후미노리의 지시로 행선지를 바꾸고 나서 도착한 곳은 '뼈에다 비유하자면, 백골. 왕년의 옛 모습의 흔적조차 없을 정도로 풍화된, 죽음 그 자체일뿐인 장소'와 같은 폐허였습니다.
조심스레 차 트렁크를 살짝 열어놓고, 양 손에 각각 라이트와 료코가 준 리볼버 권총을 든 채 건물로 들어간 코우지는, 그곳에서 이형의 괴물로 변한 요우를 발견합니다. 공포, 절망, 온갖 감정이 뒤범벅이 된 채 한때 요우였던 존재를 총으로 쏘고 쇠파이프로 짓이긴 코우지는, 후미노리와 사야의 협공으로 위험에 빠집니다.
그 때 뛰어든 료코의 개조 샷건에 의해 사야가 상처를 입자, 료코는 후미노리를 견제하며 코우지에게 액체질소를 사야에게 뿌리게 합니다.
뜻하지 않은 불발탄 때문에, 후미노리에게 즉사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은 료코는 마지막 힘으로 샷건을 들어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 총구가 향한 곳은────
얼어붙은 부위가 파괴되며 치명상을 입은 사야, 후미노리는 사야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에 저항을 포기하고, 자살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미노리에게, 사야가 마지막 힘을 다해 다가갑니다. 그 손을, 그 얼굴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는 사야.
이후, 코우지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립니다. 그런 그가 악몽이 현실이 될 때를 대비해 준비한 것은 예전에 료코가 준 권총, 그리고 거기에 장전된 단 한 발의 탄환.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를 위해 준비한 물건.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든지, 그런 태평한 헛소리를 누가 말한 것인가?
인류의 영지(英知)라든지, 용기라든지, 그런 헛소리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믿으며 의심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건──이 심연을 들여다 본 적이 없는 행복한 자들 뿐인 것이다.
그런 무지하면서 순수한 행복을 사람들과 나누어 가진다는 건, 더 이상 토노 코우지에겐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알아버린 것이다.
진실이라는 이름의 광기에 모독당하고, 더렵혀져서, 두번다시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자신이 독에 걸렸다고 하자면──진실이야 말로 독이겠지.
순수한 산소가 생물에게 있어서 유해한 것처럼, 드러난 진실은 사람의 정신을 파괴한다.
산소는 5배의 질소에서 둘러싸이는 것을 통해 처음으로 대기로서 허용된다.
똑같은 것이다.
헛소리로 희석된 편린뿐인 진실을 호흡하는 걸로서 사람은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한없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도──"
코우지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생전의, 진짜 탄보 료코가 스스로 입에 담았던 말이였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다니는 것 외의 선택지가 나에게는 있다며── "
그건 틀림없이, 그녀가 마음에 숨기고 있었던 위로의 형태였겠지.
밤마다 덮쳐 오는 악몽에 맞서기 위한 부적이었던 거겠지.
선인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 코우지에겐 물론, 준비에 빠진 것은 없다.
그저 한 발의 탄환은, 언제나 세면대의 거울 뒤에서 코우지에게 구제를 보증해 주고 있다.
후미노리의 집 냉장고에서 인육을 발견하고서도 료코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바로 후미노리에게 연락한 코우지는, 결국 사야에게 목숨을 잃게 됩니다.
싸움 도중 후미노리에게 부상을 입힌 코우지를, 사야는 목숨을 빼앗음과 동시에 잡아먹습니다.
그 직후, 사야는 갑자기 몸의 이상을 느끼며 괴로워합니다. 당황하는 후미노리에게, 사야는 자신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게……약속했던……마지막, 선물"
"후미노리……나를 사랑해준 당신에게……이 별을 줄게요……"
"이 세상은 분명……아름다운 장소가……될 테니까. 사야와……후미노리……만을 위한 세상으로……"
"──으응, 아니야. 이건──시작──."
"나와──후미노리의──세상의, 시작──"
사야가 흩날린 후, 세상은 변합니다.
사야가 원한 대로, 후미노리와 사야를 위한 세상으로.
민들레 엔딩의 에필로그에서, 료코가 오우가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다 발견한 유서에는 사야에 대한 오우가이 교수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연구 대상을 관찰하는 과학자로서의 마음이 아닌,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이.
딸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 행복 속에서 사야를 둘러싼 세상이 빛과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람을 대신하여 이 지구를 지배하기 위해 출현하고 그걸 위해서 사람에 대해 이해를 심화시켜 두면서 결국 그녀는 사람에게 사랑을 하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축복을 얻지 못했던 이 세상에 사야는 스스로의 일족을 번식시킬 만큼의 열의를 가지지 못했다.
사람을 전부 다 배운 사야는 그정도까지 인간적으로 되어버린 거겠지.
고독에 피폐해지고 세상에 절망할 정도로 그녀는 처녀가 되어버린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은 교육자로서의 나의 부덕의 소치다.
그만큼이나 경이적인 생물의 자질을 스포일해 버린 것에는 참회의 마음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몽상한다──언젠가 내 딸의 머리 위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축복이 초래되어지는 미래를.
사랑의 두근거림이 그녀의 가슴을 불태우며 그녀를 맴도는 세상이 다시 빛과 기쁨을 되찾을 날을. '
'그 때야 말로 사야여.
너는 그 꺼림칙하면서도 압도적인 번영의 의도로서 우리들을 다 탐하겠지.
세상은 너의 사랑에 충만되어 다시 태어나겠지.
아아, 어찌 이리 아찔해지는 미래일까. '
'곧 찾아올 그 날을 지켜보지 못한 채 이렇게 목숨을 끊는 건 너무나도 원통스럽구나.
하지만 나의 꿈을 폭로하려 하는 단죄자의 발소리는 시시각각 쫓아오고 있다.
내가 죽음으로서 입을 다물면 사야에게까지 구명의 손이 뻗쳐지는 일은 없겠지. '
'이 고독한 세상에 너만을 남기는 것을 사야여, 아무쪼록 용서해주길 바란다.
너는 이미 몸에 갖춘 그 지식에 의해 혼자힘으로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그리고 너의 쟁취한 혼의 빛이 항상 갈 길을 밝혀주겠지.
두려워말고, 의심하지 말고 나가렴.
언젠가 답에 도달하는 그 날까지.
그리고 사야여, 네가 초래하는 미래를 나는 몽상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사야의 노래의 엔딩은 모두, 상당히 뒷맛이 씁쓸한 내용입니다.
정신병동 엔딩과 한 발의 탄환 엔딩은 모두 주인공인 후미노리와 사야의 불행으로 끝납니다.
반면, 민들레 엔딩은 둘만을 위해 세상이 변이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분명, 후미노리와 사야의 사랑은 인간이라는 종족으로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 둘의 행동에 의해 세계가, 인간이 사라지고 다른 존재로 변해버렸으니까요. 이른바 오염, 침식이라는 느낌으로.
하지만 후미노리와 사야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정말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었습니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 만을 위해, 자신이 아닌 연인을 위해.
기댈 곳 없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
비록 모두에게 매도받고 축복받지 못할 사랑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서로가 자신의 전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