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10월 1일 국군의 날부터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까지의 9일간 연속해서 태극기를 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10월 1일부터 태극기를 내걸고 있는 집도 많군요.
아파트 창 밖을 내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태극기를 걸어두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먼저 말씀 드리는데, 전 사사건건 정부에 트집잡는 편도 아니고, 원칙적인 애국론자도 아닙니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몇해 전까지는, 태극기 게양 원칙은 '당일 아침에 걸어 당일 해가 진 후에 내리고, 비나 눈이 오면 걷는다' 였습니다.
그것이 바뀐 게, 아마도 전(全) 대통령이나 바로 그 전 사람 시기였을 겁니다.
바뀐 원칙은 '국경일 전날 밤중에 내걸어도 되고, 날씨에 상관없이 게양하며 국경일 당일이 다 지나간 후에 내림'입니다.

그 덕에, 이제 태극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국경일에는 무조건 내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게양 원칙이 바뀐 직후의 공휴일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신문 사진에 실린, '비에 젖어 축 늘어진 태극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영 찜찜하더군요.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기이고, 국기는 한 나라의 얼굴입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반미·반일 시위를 벌일 때, 과격해지는 경우 대상 국가의 국기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그만큼 상대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국의 국기를 비에 젖든 눈에 젖든 무조건 내걸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국기 게양률(?)을 높이려는 생각으로 게양 원칙을 바꾼 것 같은데, 오히려 보기에 더 안 좋습니다.
게다가 국기 게양률이 더 높아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니까 말이죠.


꽤 오래 전 일입니다만, 미국에서는 자국 국기인 성조기(星條旗, Star Spangled Banner Flag)를 이용한 의상을 만들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일이 있습니다.
의상에 국기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국기 자체를 재봉하여 옷을 만든 듯한 디자인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법률이 노린 주 대상은 바로 복싱 선수나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입는 팬츠(pants)였습니다. -_-a)

물론 저 정도는 오버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래도 자국 국기의 명예를 보호하려는 의도 만큼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도 날씨가 궂은 국경일에 내걸려 비에 젖어 축 늘어진 태극기를 보면 기분이 영 안 좋습니다.


경주 문화 엑스포에서는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태극 무늬 방향을 반대로 넣고는 '응용만 했을 뿐이니 문제 없다'며 변명하고 있고, TV 방송사에서도 가끔 태극기를 반대로 걸어놓고는 합니다.
...조금이라도 태극기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태극기 게양이니 뭐니 하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만 하지 말고, '태극기 바로 알기 운동' 같은 것이라도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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