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2000년 2월, 미8군 주둔지 영안실.
영안실이 청결하지 않다며 지적하던 미국인 군의관이 한국인 군무원에게 포름알데히드를 개수구에 버릴 것을 지시한다.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버리려면 필요한 조치를 거쳐야 하고, 개수구에 버리면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며 거부하려던 군무원은, 명령이라며 딱 잘라 말하는 군의관의 말을 거부하지 못한다.
그리고, 수십, 수백개의 병에 담긴 포름알데히드가 아무런 조치 없이 개수구로,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2002년 6월, 한강.
두명의 낚시군이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한다.
손바닥보다 작은 그 물고기는 돌연변이인 듯, 몇개나 되는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낚시꾼들은 컵으로 떠서 관찰하다 컵을 한강에 빠트리고, 그 물고기는 다시 물 속으로 사라진다.
2006년 여름, 한강 둔치.
박강두(송강호 扮)는 아버지 박희봉(변희봉 扮)과 함께 한강 둔치 매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딸인 현서(고아성 扮)가 돌아오자 강두는 부리나케 마중을 나가지만, 현서는 자신의 고물 핸드폰(...모토로라 스타택 초기 모델)과, 삼촌인 박남일(박해일 扮)이 학교 참관 수업에 술을 마시고 온 것을 불평한다.
강두는 현서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동전들을 보여주지만, 현서는 tv에서 방송하는 고모 남주(배두나 扮)의 양궁 시합에 관심을 돌린다.
잠시 후 둔치의 돗자리에 배달을 나간 강두는, 사람들이 강변에 모여있는 것을 보고 다가간다.
그 사람들은 다리에 매달린, 이상한 자루 비슷한 것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것은 다리에서 떨어져 한강에 들어가고, 발길을 돌리려던 강두는 둔치로 올라온 괴물이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것을 목격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도망가는 가운데, 강두는 딸인 현서의 손을 잡고 달리다 넘어진다.
앞만 보고 다급하게 손을 다시 잡고 뛰던 강두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모르는 여자 아이였다.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강두가 본 것은, 한참 뒤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현서와, 그 현서를 향해 달려오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강두의 눈앞에서 현서가 괴물에게 붙잡혀 간다 ──────────


어제(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영화 '괴물'을 보러 갔습니다.

뭐랄까, 듣던 만큼 기대도 컸기에, 생각만큼 뛰어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확실히 들더군요.

그다지 괴수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괴물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습격하고, 강두와 가족들이 맞서 싸우는 장면보다는 그 외의, 사회적 비판의 내용이 담긴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현서를 잃은 강두와 그 가족들은 다시한번 사회에 의해 희생양이 됩니다.
현서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가족들에게 아군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할 뿐, 겉으로는 강두 가족들을 위하는 듯 하지만 실상 도움은 전혀 안 됩니다. 그저 때맞춰 나온 이용 대상일 뿐이지요.

어쩌면, 괴물을 낳은 인간이야말로 진짜 괴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자연 법칙과 공존 원칙을 무시하고, 오직 인간이라는 종족만을 위해 서슴없이 파괴하며, 같은 종족끼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를 말살합니다. 문자 그대로 괴물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요.



영화의 연출은 상당했습니다.
괴물이 출현하는 장면의 긴박감, 안도의 순간에 다시금 덮쳐드는 절망감.
등장하는 괴물 그 자체의 스케일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듯 합니다.
여타 괴수 영화에서 보기 힘든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이 의외였거든요. 인간이라면 체조 선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

다 보고 나서, 아버지께서는 한반도가 낫겠다고 하셨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괴물이 훨씬 낫습니다.
한반도 처럼 너무 대놓고 반대를 외치면 오히려 보는 동안 기분이 나빠진다고 할까요, 다 보고 나서 뒷맛이 영 더럽다고 할까요.
차라리 웃기면서 웃고 나서 씁쓸한 괴물 같은 영화가 저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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