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에는 해당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 강력한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순서는 무의미합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의 순서입니다.
임수정 씨와 문근영 양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영화죠.
사실 제대로 본 적은 없고, 케이블 tv에서 해줄 때마다 부분 부분 끊어서 본 게 전부입니다. 덕분에 스토리 파악하느라 동생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맨 마지막에 나오는 과거의 일이지요.
수연(문근영)이는, 장농 안에 목을 매고 자살한 어머니의 시신을 무작정 잡아 끌다 그만 쓰러진 장농에 깔리고 맙니다.
방 밖에서는, 그 광경을 보고 놀란 은주(염정아)와 아무것도 모르는 수미(임수정)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죠.
수미 : 여긴 왜 올라와?
(이어지는 대사 내용 - 1층에서 엄마 행세 하는 건 상관없지만 2층에는 올라오지 말고, 당장 내려가라는 수미의 대사)
은주 : 너, 언젠간 이 일 후회하게 될 거야.
수미 : 당신이랑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보다 후회할 일이 더 있겠어?
수미 : 당신이 이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때,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있고 싶어서 그래. 이해해?
그 시각, 수연이는 장농 밑에서 손톱에서 피가 나도록 바닥과 장농을 긁으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지금은 차가운 시신으로 변해버린 어머니의 시신에 깔린 채, '언니... 도와줘...' 라고 나지막이 말하며.
그 순간에 수연이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아무리 사랑하는 어머니라고 해도 이제는 그저 하나의 사물에 불과한 시신, 게다가 그 시신에 자신이 짓눌려 서서히 죽어갑니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었는지, 그저 추측만 가능할 뿐이죠.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무려 1987년작입니다. 아는 분만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물건이지요.
너무 오래되서 그런지 제대로 된 포스터 그림 파일도 구하기 힘들군요 --;;
시대가 시대니 만큼, 지금 관점에서 보면 특수 효과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특수 효과가 아닌 스토리에 있으니까 그런 건 간단히 무시하고 봐줄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맨 마지막입니다.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낡은 빌라는 결국 화재에 휩싸여 무너져버립니다.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서, 거주민 중 한명의 도움으로 살아났던 외계 생명체의 아이가 건물의 잔해들을 모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에 이끌리듯 나타나 주변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
다음날 아침, 빌라는 언제 무너졌느냐는 듯 멀쩡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온갖 매스컴의 추측보도가 난무하죠.
하지만, 그 작은 기적은 곧 묻혀버립니다. 결국 빌라는 다시금 허물어지고, 그곳에는 대형 고층 빌딩들이 들어섭니다...
어렸을 때 본, 해피 엔딩이 아닌 최초의 영화라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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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 정도만.
밸리에서 우연히 본, [장화, 홍련] 포스팅을 보고 문득 쓰고 싶어져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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