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떤 숲이 있었답니다. 그 숲은 굉장히 넓고 나무가 많아서 그 안에 사는 동물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동물들이 많으면 그 동물들이 무서워하는 크고 강한 동물도 있는 법. 그 숲에는 곰과 호랑이가 살고 있었답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고 밥도 많이 먹는(?) 곰과 호랑이는, 모든 면에서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가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끔 늑대나 여우들은 저녁을 먹으면서 곰과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내기를 하기도 했답니다. 물론 둘이 싸우는 일은 없어서 내기에서 이기는 동물은 없었어요.

사실 곰과 호랑이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랍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둘 중 하나가 며칠 동안 굶고 있으면 다른 하나가 먹을 걸 갖고 가서 나눠주기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러면 도움받은 쪽은 눈물을 흘리며 먹을 걸 먹고, 먹을 걸 가져온 쪽은 친구를 위로하며 토닥이다 이내 얼싸안고 우는 식이었지요. 그 모습을 몇번이나 본 숲의 나무들과 새들 사이에선 야X이니 보X즈X브니 하는 소리가 오갔지만, 어디 멀리 동네에서 쓰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곰과 호랑이는 신경 쓰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는 곰이 사는 동굴에 놀러 갔어요. 며칠 동안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또 굶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거든요. 이번엔 먹을 걸 가져가는 게 아니라 같이 먹을 걸 구하러 가자고 할 생각이었답니다. 그렇게 곰이 사는 굴에 도착한 호랑이는 동굴 안쪽에서 소리가 나오는 걸 들었어요. 호랑이는 친구가 아직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금방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곰이 내는 소리에 섞여 낯선 소리가 들려왔거든요. 호기심이 생긴 호랑이는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호랑이가 원래 발소리는커녕 발자국도 잘 안 남긴다는 얘기는 넘어가요)

동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호랑이의 눈에 곰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곰은 혼자가 아니었어요. 무려 인간 여자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열 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는 곰의 얼굴을 붙잡고는 부비부비하고, 등에 올라가 엎드리고, 앞발을 들었다 놨다 하고, 발바닥을 콕콕 찔러보고 하면서 까르르 꺄하하 신나게 웃고 있었어요. 곰도 그런 여자아이의 모습이 좋은지 연신 벙긋벙긋 웃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던 호랑이는 갑자기 너무 슬퍼졌어요. 곰의 웃는 모습은 전에도 몇번이나 봤지만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은 보지 못했거든요. 결국 마음이 아파진 호랑이는 몰래 들어왔다는 사실도 잊고 목놓아 울었답니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곰은 당황했어요. 둘도 없는 자기 친구가 집 안에 들어와 울고 있으니까 놀랄 수 밖에요. 서둘러 다가가 달래보려 했지만, 호랑이는 마냥 울기만 할 따름이었죠. 곰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자, 멍하니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일어나 호랑이에게 다가왔어요. 그러고는 호랑이의 앞에 쪼그려 앉아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었답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느낌에 호랑이는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매끄러운 흑발에 커다란 검은 눈동자, 뽀얀 피부에 앙증맞은 입술.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였어요. 호랑이는 친구인 곰이 왜 그렇게 기분좋게 웃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호랑이는 여자아이의 옷깃을 물고는 땅을 박차고 동굴을 뛰쳐나갔어요. 너무 예쁜 여자아이를 자기가 데리고 있고 싶었던 거죠. 곰은 얼른 호랑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어 호랑이는 이미 숲을 달리고 있었답니다. 친구의 행동에 놀란 곰은 우워어엉 소리 지르며 호랑이를 쫓기 시작했어요. 여자아이는 그저 나무가 눈앞에서 쌩쌩 지나가는 게 재미있어 까르르 웃고 있었답니다.



호랑이가 여자아이를 입에 문 채 달리고, 곰이 뒤를 쫓고, 여자아이가 신나게 웃고 있을 무렵. 숲에서 조금 떨어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어떤 청년이 뭐라고 외치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손나팔을 만들어 뭐라고 소리치는가 싶더니 금방 중얼중얼거리곤 하네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니 "환웅 아가씨! 환웅 아가씨~~~~~!! 아, 정말 또 어디로 가신 거에요! 이번이 벌써 아흔 아홉 번째라구요! 이번에 들키면 저 운사님이랑 우사님한테 죽어요! 이 풍백이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좀 나오세요! 환웅 아가씨! 환웅 아가씨~~~~~~~!!!" 라고 하고 있네요.
아, 풍백이라는 청년 뒤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랑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고 있어요. 그런데 표정이 너무 무시무시해요. 왠지 무서우니까 얘기는 여기서 그만 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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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 거 없습니다. 예전에 모 커뮤니티에 망상력이 폭발해서 한번 올렸던 것일 뿐.

와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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