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경로(...)를 통해 퍼온 것입니다.
번역자 분께 양해를 구하려고 했지만, 저로서는 연락이 불가능한 관계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PC용 게임 'Phantom : Phantom of Inferno'의 EIN 루트 번역입니다.
두 권으로 출간된 소설의 번역은 나쯔에 님의 홈페이지로 가시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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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페르노가 요란한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암살은 최종수단이며,
히트맨의 등장이, 그렇게 빈번한 것일 리는 없다.
최근 3개월 동안 실제로 암살임무나,
그것을 위한 로케이션과 제반 준비작업에 소비한 날의 숫자는,
전부 더해서 3주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참 암살자와 그 교사에게 휴식이 허용된 것도 아니다.
비어있는 날에는 아인을 따라 거리를 배회했다.
걷는 태도, 시선을 두는 방법,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는 법...
사람들 틈으로 섞여들기 위한, 양의 탈을 뒤집어쓰는 테크닉.
살인술의 다음은, 평범한 미국 시민이 되는 훈련이었다.
이제는 혼자서 거리를 산책해도,
전혀 튀지 않고 처신할 수 있다.
대화에는 자신이 생겼고,
읽기 쓰기도, 신문을 흘려 읽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광고나 도로 표지판이라면 문제없다.
물론, 암살술의 레슨에도 보강은 계속된다.
독극물 지식.
미행, 감시, 도청 테크닉과, 그 대책.
오랫동안 임무 예정이 없을 때는, 다시 그 폐공장으로 돌아가
며칠씩 머무르면서 전투훈련에 날을 지새우는 일도 있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차로 2시간 남짓.
하이웨이에서 멀리 떨어진,
지도에 없는 그 폐허에서는,
설사 대포를 쏜다 하더라도 눈치 챌 인간 따위는 없다.
최근의 특훈 내용은,
한결같이 폭발물과 라이플 저격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
.............
몬트레 파크, 차이나타운.
복(福)을 부른다고 하는 진홍(眞紅)과 황금의 색채가,
캘리포니아의 태양빛에 한층 강렬히 돋보이고 있다.
전 세계의 차이나타운이 그러하듯,
이곳 또한 현지 풍토를 무시하고, 독특한 문화권을 확립하고 있었다.
이곳은 미국이면서,
미국이 아니다.
오가는 것은 아시아계 황인종들.
오히려 백인이나 흑인의 모습을 찾는 쪽이 힘들다.
그러나 그런 왕래의 틈 속에,
같은 동양인이면서 명백히 주위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두 명의 남자 모습이 있었다.
“어느 나라든, 중국인이 뿌리내린 거리는, 이렇죠”
“중국계 이민이라는 건, 사람뿐이 아니라 거리가 통째로 바다를 건너는 겁니다”
“칫... 밥맛없는 이야기로군”
“...형님”
“새삼스럽게 충고드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 여자, 정말로 신용해도 좋은 걸까요”
“신용 따위 안 해”
“어쨌든, 그 녀석이 가르쳐주는 방향에, 확실히 마약과 돈이 기다린다”
“우리들은, 그걸 가지러 돌진할 뿐이야”
“도중에 뭐가 기다리고 있든 간에, 알 바 아니라구”
“그 녀석의 이야기는, 너무 조건이 좋습니다”
“시가(志賀)... 견실한 것도 좋지만, 쫀 것처럼 보이면 끝장이다”
“공격하는 거다. 지금은 그것밖에 없어”
“발치에 덫이 있으면 뛰어 넘어갈 정도의 각오는 해야지”
“지금은 일본에서도 마약의 흐름을 중국인들에게 휘둘리고 있어”
“...”
“가부키쵸(歌舞伎町)가 이곳처럼 되고 난 후에는, 늦는다구”
...........
다른 예정이 없는 한, 하루에 3 시간은 차를 운전한다...
그것도 아인에게 지시받은 '자습과목'의 한 가지 였다.
로스엔젤레스 시민에게 있어서, 자동차는 의식주에 가까운 필수품이다.
이 거리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신발을 신는 것과 같을 정도로
차를 운전하는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애초에 철도역이라는 것이 없는 로스엔젤레스에서는,
구역의 구분은 그물망처럼 펼쳐진 프리웨이에 의지하고 있다.
그 광대한 도로망을 머리에 새겨넣어 두지 않으면,
지금 있는 장소마저 판단할 수 없다.
면허는 위조이고, 제대로 된 강습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평범한 수준의 운전기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익혔다.
사격이나 격투의 훈련에 비교하면,
신체를 혹사시키지 않고 끝나므로, 훨씬 편하다.
지금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PCH)를 시속 70마일로 달리고 있는 것은,
오래 된 폴크스바겐=골프.
아르바이트로 자취하는 고등학생, 이라는 가짜 신분에 어울리는 차이다.
그 외에도 이용 가능한 차는 시가지 여기저기에 숨겨 두었지만,
그것들은 행동을 위장할 필요가 있을 때 쓰는, 요컨대 비상용이다.
월레스=양(楊)의 명의와,
코리안 타운의 다락방 주소로 등록되어 있는 이 골프가,
즉 자신과 팬텀에게 있어 사적(私的)인 차였다.
.........
오후 시간...
한 쪽편 4 차선의 광대한 PCH에, 다른 차는, 방해가 될 정도의 숫자는 없다.
제한속도를 넘은 스피드로 스티어링을 잡고 있지만,
눈으로는 차밖의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있다.
열려진 사이드 윈도우에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머리를 날린다.
이것도 의무적인 훈련의 하나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프리웨이를 산책하며 보내는 것은, 싫지 않다.
이 질주감은, 동물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옛날 자신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을까?
그런 상상을 부풀려본 적도 있었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애초에 운전 경험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만약 운전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의 상쾌감을 맛보았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토록 방종(放縱)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세계가 넓다고는 해도, 이 로스엔젤레스 정도겠지.
-부우우우웅!-
산만해져 있던 의식이, 불의의 굉음에 움츠러들었다.
귀를 울리는 배기음과 함께,
날아가듯 골프의 옆을 빠져나가는 진홍(眞紅)의 차체...
마치 눈 앞에 붉은 번개가 번쩍인것 같았다.
페라리다.
저런 터무니없는 고급차도, PCH에서는 그렇게 진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굉장한 스피드는 처음 봤다.
시속 150 마일...
250 킬로는 밟고 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지금 그 드라이버...
아마도 여성이다.
일순간이었지만, 헤드 레스트 저편으로,
짙은 갈색의 스트레이트 헤어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짙은 갈색의 스트레이드...
그러고보니, 클라우디아가 그런 머리였다.
- pi pi pi pi -
그런 생각이 떠오른 직후,
가슴 주머니의 휴대폰이 착신음을 울렸다.
“...네?”
‘안녕, 츠바이’
다름아닌, 클라우디아였다.
평상시에는 조용하고 품위 있는 어조가, 오늘은 왠지 들떠있다.
‘다음 드라이브인에서 기다릴께. 빨리 와’
장난스럽게 속삭인 후, 전화는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우연치고는 지나친 타이밍.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설마...
.................
클라우디아: “오랫만이야”
드라이브인의 주차장에 들어서자,
클라우디아가 바로 눈에 띄었다.
뭐라 해도 차가 너무 눈에 띈다.
“저... 대단한, 차네요”
페라리 F40.
이미 정상의 자리를 내려온 한 세대 전의 머신이지만,
그래도 웬만해서 가질 수 있는 차는 아니다.
클라우디아: “V8 트윈 터보 478 마력... 익숙해지면 다른 차는 못 타”
클라우디아: “가끔 이걸 굴리는 일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지”
“오늘은, 리지 씨가 없네요?”
클라우디아: “그녀는, 스피드를 싫어하거든”
그렇다고 해서,
호위도 없이 돌아다닐 입장도 아닐텐데.
“혼자서, 괜찮은가요?”
클라우디아: “걱정이야?”
클라우디아: “그럼, 따라와줄래? 내 드라이브”
농담섞인 어투로 권유받았다.
명령, 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할까?
이 정도의 수퍼카다.
흥미본위로, 타보고 싶은 기분도 들지만...
아냐, 즐기는 기분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는 게 아니다.
조수석에 앉아서는 연습이 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운전 연습을 해야 하거든요”
클라우디아: “그래 알아. 물론 네 연습은 방해하지 않지”
클라우디아: “어때? 이거, 운전해보지 않을래?”
“.....네?”
너무나 갑작스런 유혹에, 귀를 의심했다.
이... 페라리를, 말인가?
.............
무모한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런 류의 차, 특히 페라리의 다루기 까다로움은,
프로 드라이버도 혀를 내두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다시, 부드러운 차체 곡면을 들여다본다.
아름답다.
그것 뿐이 아니다.
보면 볼 수록, 숨겨져 있는 파워를 느낀다.
피어오르는 품격의 차이가, 페로몬처럼 전해져 온다.
이 불가사의한 고양감은 무얼까.
홀려있는 건가? 이 차에...
욕구...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충동은 오랫동안 느낀 적이 없다.
암살자로서, 한계까지 위축된 생활 속에서는, 전혀 인연없는 감정이다.
그래서인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감정을 스스로, 확실히 붙잡아 쥐어보고 싶다.
무모하고, 어리석었지만,
지금 틀림없이 자신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원하고 있다.
...이 차를 자신의 것으로 해보고 싶다고.
“제 차는, 어떻게 하고요?”
클라우디아: “여기 세워두면 되지. 나중에 돌아오면 되니까”
클라우디아는 키를 넘겨주었다.
평정을 가장한채, 조용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고서,
문을 열고 낮은 톱 루프 안으로 미끄러뜨렸다.
외견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트의 낮음에 놀랐다.
거의 지면에 앉아있는 것과 다르지 않은 감각이다.
내장(內裝)은 예상과는 달리 심플했다.
시트도 등받이 조절같은 기능은 없다.
몸을 감싸는 듯한 풀버킷=타입.
미터류의 디자인도, 평범하다.
...하지만, 최고 속도 시속 360 킬로라는 표시만은, 이채(異彩)를 발하고 있다.
멈칫거리며 폭탄의 기폭 스위치를 누르는 듯한 심경으로, 이그니션 키를 돌렸다.
부릉! 하고 아랫배에 울리는 듯한,
뿌연 폭음과 함께 시트 뒷편의 엔진이 몸을 떨기 시작한다.
무심결에 허리가 떨어졌다.
클라우디아: “흠칫거리지 마. 아직 아이들링이야”
틀림없이 클라우디아는,
몬스터 머신을 상대로 놀라고 있는 초보자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다.
조금 분했다.
그러고 보니... 478 마력이었나.
대략 골프 6 대 분인가.
생각만으로도 한기가 들었지만,
이 이상 조수석의 여성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다.
뜻을 굳히고, 기어를 1단으로 넣는다.
클러치를 밟자마자 차체가 덜컥하고 떨고는, 배기음이 두절되었다.
“...아?”
클라우디아: “안돼, 좀 더 뜸을 들여야지”
실소가 섞인 클라우디아의 충고.
“먼저 가르쳐 주세요”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내심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엔진 마력으로 보자면, 지금 정도로 주의 깊은 엑셀이면 적당할 텐데.
그렇다면, 이 차, 예상했던 만큼의 회전력이 안나오나?
어쨌든 엔진을 다시 스타트.
두 번째 발진은 반 클러치를 길게 해서, 이번에는 어색하게 구동계가 이어졌다.
서행으로 드라이브인의 출구를 향한다.
역시 거동은 둔하고 무겁다.
이게, 페라리란 말인가?
..........
도로로 나온 후에는, 조금 대담하게 엑셀을 밟아 보았다.
-부우우웅-
역시 가속은 둔하고 무겁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골프보다도 파워가 느껴지지 않는다.
뭐야?
이 빈약한 회전력은...
“의외로... 다루기 쉬운데요”
클라우디아: “그래?”
3000회전을 오버했을 즈음, 기어를 바꿔 4단으로 가져간다.
타기 전의 긴장과 기대는, 어이없는 안도와 환멸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고급감 만이 세일즈 포인트인, 겉멋만 든 차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클라우디아도, 여자의 솜씨로 잘 다루고 있었지.
유일하게 아직 의문인 것은...
처음에 추월당했을때, 그 엄청난 스피드.
그건 대체 뭐였을까?
클라우디아: “이 앞에 직선 코스에서 좀 더 속도를 내 봐”
왠지, 뭔가 있는 듯한 표정으로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클라우디아: “이 차의 터보 존은 4000회전을 넘은 후부터 거든”
과연, 그런 것이었나.
그러고보니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류의 스포츠카는, 최고 스피드를 중시하기 때문에 저회전 상태에서는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던가.
완만한 경사를 빠져나와,
대서양... 선셋=비치를 끼고 있는 긴 직선코스로.
이 근처에서, 이 차의 진면목을 확인해보자.
일단 기어를 3단으로 떨어뜨리고, 다시 엑셀페달을 밟는다.
-부우우웅-
태코미터는 3000을 넘어, 슬슬 4000대로 들어가고 있다.
클라우디아: “한 가지 충고해 둘께”
클라우디아: “무슨 일이 있어도, 엑셀에서 발을 떼지 말 것. 생명에 관계되니까”
뭐라고?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고 클라우디아쪽을 향했을때,
시계(視界)의 가장자리에서 태코미터 바늘이 4500에 도달하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런, 너무나도 갑작스런 터보차저의 포효.
굵은 엔진음을 찢는 금속질의 높은 굉음은, 거의 절규 그 자체였다.
가속감 같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마치 시트의 뒤에서 모래주머니를 내동댕이친듯한 충격.
다른 곳을 보고 있던 탓에,
목에 힘을 넣을 틈도 없이 되돌린 후두부를 헤드 레스트에 강하게 부딪혔다.
편타성 손상이 되지 않은 것은 기적이다.
모래로 된 그림에 돌풍을 뿜어내는 것처럼,
PCH의 풍경이 시계의 구석으로 흘러 날아간다.
마치 탄환에 타고 있는 것 같다.
“......!!”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부유감과 함께 천천히 차체가 횡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뒷바퀴가 그립을 잃고 있다.
당연하다.
이런 급격한 가속에는, 타이어의 마찰력이 쫓아가지 못한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엑셀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빠진다.
그 때, 태코미터에서 7000을 목전에 두던 바늘이, 순식간에 4000대로 역행했다.
터보의 굉음이 변조되고,
무언가에 충돌한 듯한 쇼크와 함께, 시트가 등에 부딪쳤다.
단순한 엔진 브레이크인데, 마치 역분사라도 한 듯한...
뭐야, 이 극단적인 스로틀은!?
‘엑셀에서 발을 떼지 말 것...’
그런 클라우디아의 충고가, 뇌리를 스쳤다.
그래, 이 정도의 급격한 스피드가 떨어지면...
...아니나 다를까, 급격한 감속 탓에 차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하중을 잃은
뒷바퀴는 드디어 완전히 그립을 잃었다.
도망칠 곳을 잃은 시속 100 마일의 방향성이,
떠있는 후미를 옆으로 밀어 낸다.
큰일이다!
-끼이이이익!!-
머릿속은 패닉에 가득찼지만 그래도 팔만은 반사적으로 역 핸들을 취했다.
비명은 목에 걸려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슬라이드하는 뒷바퀴가 혼을 빼놓는 듯한 절규를 내지른다.
굴착 드리프트로 차체는 4 차선 전부를 가로막듯 횡단했고,
간신히 가드레일 위치에서 다시 뒷바퀴가 지면을 밟았다.
이번에는 역 핸들 상태인 채로, 코끝부터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려 하는 차체를,
다시 급핸들로 내측 차선으로 돌려놓았다.
간신히 컨트롤을 찾았을 때는,
속도는 시속 30마일까지 떨어져,
태코미터는 터보로 변모하기 전의 비력(非力)한 떨림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수 백 미터 후방에는,
마찰을 일으킨 타이어 자국이,
오싹해질 듯한 이중사선을 노면에 남겨놓고 있겠지.
거의 텅 빈 PCH였기에 무사했던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페라리의 속도를 떨어뜨린 후 노측대(路側帶)로 다가가 정지시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핸들마저 쥐고 있지 못할 것 같았다.
안도와, 그리고 공포의 여파로 전신의 힘이 빠져버렸다.
시동을 끄고 엔진을 멈추자 땅울림 같은 배기음이 침묵하고,
진공 속에 내쳐진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깊이 숨을 토해내고,
그리고 간신히,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핸들에 올린 양손이 떨고 있다.
...얼마나 흉악한 차인가.
이 차는, 부자가 취미나 과시용으로 아무렇게나 타는 종류의 고급차가 아니다.
괴물 같은 가속력과, 맹렬한 엔진 브레이크...
터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겨우 몇 밀리의 엑셀 워크로 그 경계를 드나든다.
엑셀 페달을 통해,
사신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것이다.
그런 파괴적인 스릴에 홀린, 진짜 스피드광만이 이 차를 선택하겠지.
클라우디아: “어때? 역시 몰기 쉬운 차 같아?”
대체, 어떻게 된 신경인가...
조수석의 클라우디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띠고 있다.
까딱 잘못했으면 미끄럼 사고로 죽을 뻔 했는데, 그런 위기감은 털끝만치도 없다.
마치 자랑거리인 깜짝상자를 보여준 어린애처럼, 득의양양한 미소.
클라우디아: “하지만 대단해, 츠바이”
클라우디아: “처음으로 운전한 페라리를, 스핀시키지 않고 바로잡다니”
클라우디아: “너, 드라이빙의 천재일지도 몰라”
“...고맙군요”
그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기뻐할 기분도 나지 않았고, 그렇다 해서 놀림받았다고 화낼 수도 없다.
뭐라 해도, 동반으로 죽게 할 뻔한 것이다.
웃어넘길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겁없음은 뭘까.
역시, 인페르노와 같은 조직의 간부정도 되면,
보통의 배짱으로는 곤란한 것일지도 모른다.
클라우디아: “자 그럼... 어쩔까? 아직 계속할 생각은 있는지”
클라우디아: “그만하려면, 네 차있는 곳까지 바래다줄게”
대답하는 대신,
이그니션 키를 돌리고 다시 페라리의 엔진을 시동시켰다.
-부르르릉-
다시 각성한 V형 8기통이, 위협적인 아이들링 음을 내왔다.
이 신음 속에 숨겨진 영맹한 파워는, 이미 몸으로 맛보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움츠러들 일은 없다.
깜짝상자에 두 번째는 없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네가 점점 마음에 드는데”
“...그건, 칭찬하는 말로 생각해도 될까요?”
클라우디아: “물론”
클라우디아: “굴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거든”
-부우우웅-
이번의 스타트도, 쓸데없는 흔들림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에 발차시킬 수 있었다.
...........
정신을 바짝 차리기는 했지만, 역시 F40은 그리 만만치 않은 머신이었다.
PCH에서 산타모니카=프리웨이, 헐리우드=프리웨이...
고속도로를 차례차례 지나,
조정감각을 익히기 위해 악전고투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는다.
뜻대로 조정하기는커녕, 몰고 있는 이쪽이 휘둘리고 있다.
먼저 무엇보다, 엑셀 워크에 요구되는 정밀함이 보통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취급하면 바로 뒷바퀴가 미끄러진다.
손끝으로 폭탄처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특히 가속시의 버릇이 안 좋다.
슬쩍 밟는 것 만으로 과잉 파워로 응해오는 주제에,
응답 그 자체는 한 템포 느린 것이다.
터보 유닛이 요구하는 공기량이, 틀림없이 꽤 많은 것이다.
그래서 스로틀 해방에서 터보 가동까지 타임 랙이 생긴다.
결국, 스피드와 안정을 유지하려면,
회전수를 5000 근처로 유지해서 가능한 만큼의 터보를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너링에 있어서는 그렇게도 되지 않아서,
순식간에 회전수를 잃고 짐 실은 말처럼 낮은 회전 상태로 떨어져 버린다.
...이렇게까지 조작성을 무시하고 파워에 편중한 머신을,
대체 누가, 어떤 요구에 응해 설계한 걸까?
클라우디아: “상당히 익숙해진 모양이네”
클라우디아: “괜찮으면 시범을 보여줄께”
고마운 제안이었다.
슬슬 이 놈의 난폭함에 질리고 있던 참이었다.
“부탁합니다”
노측대로 다가가 정차한후, 내려서 클라우디아와 자리를 교대한다.
클라우디아: “나도 말야, 이 차, 처음에는 조수석에서 드라이버를 보면서 타는 방법을 배웠어”
클라우디아: “그래도 실제로 운전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지만”
“누구, 다른 사람의 차였나요?”
클라우디아: “꽤나, 옛날 일이지만”
클라우디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미션 레버에 가느다란 손을 걸쳤다.
-부우우우웅-
1단으로 발진한 후, F40 은 몰라볼 정도의 거동을 보였다.
마치 수면 위를 가는 물새처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
...같은 차가, 타는 사람 솜씨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나?
태코미터의 바늘은,
머신이 본성을 드러내는 4500 회전 보더라인을 향해 조금씩 다가든다.
클라우디아: “자, 츠바이”
클라우디아: “슬슬, 페라리의 콕핏으로 안내하지”
4500회전, 터보 작동.
해머 같은 G가 신체를 시트에 밀어붙인다.
하지만... 차체에 흔들림은 없다.
시범을 보여 주겠다는 말에는, 전혀 과장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격이 틀려서 참고할만한 레벨이 아니다.
펌프스를 신은 발끝은, 기계처럼 정밀하게 엑셀 페달을 조정하고 있다.
트윈 터보의 악마는, 완전히 그녀 마음대로였다.
클라우디아: “아까 커브 빠져나가는 방법에 꽤 고민했었지”
간파하고 있었나...
뭐, 그만큼 애먹고 있으면 당연한가.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나면서 머릿속에서 도로 지도를 펼쳐본다.
2Km 정도 앞에 마침 오른쪽 커브가 있다.
하지만 감속하는 줄 알았더니, 전혀 그런 기색은 없다.
커브를 향해, 클라우디아는 무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스피드로 돌진한다.
“...저어?”
클라우디아: “페라리에는, 페라리 나름대로의 도는 법이 있어”
클라우디아: “조금 난폭하지만 말야”
100미터가 채 안되는 가드레일이 순식간에 눈에 엉겨 붙는다.
단두대에 서게 되면, 길로틴 칼날이 저렇게 보일까.
........
농담이 아냐, 이봐...
그 때,
엑셀 페달 위에서 클라우디아의 발끝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떠올랐다.
처음으로 클라우디아가 보이는 엔진 브레이크에 의한 급감속.
당연히, 차의 무게는 순식간에 오버 스티어에 쏠려, 뒷바퀴가 미끄러져...
클라우디아의 양손이, 핸들 위에서 빙글 흔들렸다.
마치 우아한 춤의 손놀림처럼.
-끼이이이익!-
선명한 역 핸들로, F40의 뒷바퀴가 왼쪽으로 미끄러진다.
앞쪽은 오른편을 향해, 커브의 진행방향을 향한 채.
틈을 주지 않고 밞은 엑셀에 반응해,
뒷바퀴는 슬립에서 헛돌기로 거동을 바꾸었다.
물론 드리프트 앵글은 유지한 채로다.
드리프트를...
이 스피드로 컨트롤하고 있는 건가!?
놀라움이 목소리로 나왔을 때,
클라우디아는 옆으로 도망치려하는 뒷바퀴를 역 스티어로 비틀어,
파워를 전진 요소로 바꾸었다...
F40은 탄환처럼 스피드를 유지한 채 직진을 재개했다.
클라우디아: “자, 뭐 이런 식이야”
술술 떠벌이는 클라우디아의 얼굴에는, 긴장한 낌새도 없다.
클라우디아: “저 정도의 경사라면 터보를 멈출 필요도 없어”
클라우디아: “이걸 익숙하게 하게 되면, 제 구실을 하는 F40 유저야”
“....네에”
다시 말하자면,
지금 같은 마법을 쓰는 인간만이 F40을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부우우우웅-
회전수를 유지한 채 코너를 돌파한 F40 은,
이어지는 직선 코스에서 더욱 더 물을 만난 듯한 가속을 계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우디아는 기어를 톱으로 넣었다.
사이드 윈도우의 경치는, 더 이상 아무런 판별이 안 된다.
모든 색채가 유성처럼 꼬리를 끌며, 현기증 같은 줄무늬를 그리고 있다.
스피드 미터를 엿보았다.
시속... 320Km.
...........
그 때,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지만...
확실히 들렸다.
요란하게 울부짖는 엔진음 저편으로,
마치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같은... 가볍게 들뜬 웃음소리를.
그녀는 소리를 내서 웃고 있었다.
이 사람은, 공포감이라는 것이 없는 걸까?
마비되어버린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클라우디아의 얼굴에서 솟아나는 미소에는,
그런 병적인 분위기는 없다.
그녀는...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
어른이라면 벌써 잊어버렸을 터인, 특별한 미소.
장난꾸러기다.
뭔가 통쾌한 장난을 치고 난 후의 장난꾸러기의 미소다.
스피드가, 그녀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위험하고, 불안한, 아무런 얻을 것이 없는 어리석은 행동인데..
그런 타산을 뛰어넘어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쾌감만을 얻고 있는,
무구한 기쁨의 표정이다.
인페르노의 간부로서, 이지적인 분위기가 판에 박혀있는 클라우디아에게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도 생각된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의외였고, 마치 다른 사람 같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웃고 있는 클라우디아도, 또한...
클라우디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갑자기 질문해 왔기 때문에, 무심결에 정직하게 대답할 뻔했다.
“......”
“.....아뇨, 별로”
‘귀엽다고 생각해서’라니...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뭐라 해도,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
쿡하고 웃으면서, 다시 클라우디아는 멋진 드리프트 워크로 코너를 돌파한다.
어떻게 이런 기술을, 대화하면서 할 수 있는 거지?
클라우디아: “리지도, 평소에는 바이퍼를 타면서 말야”
클라우디아: “내 차 조수석만은 절대로 타려고 하질 않는다구”
클라우디아: “무서워? 너도”
“그야...”
무섭다. 당연하다.
하지만, 희희낙낙하고 있는 클라우디아를 보고 있자면...
점점,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그야 말로 겁내는 모습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꼴이 되어버린다.
“아마, 조수석이어서 그렇겠죠”
클라우디아: “어머나, 말 잘하네”
클라우디아: “다시 한 번, 이 쪽에 타볼래?”
미칠 듯이 거칠어져 있던 터보 차저가, 마치 얌전한 사냥개처럼 침묵했다.
시프트 다운해 가면서 감속하는 솜씨도,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화려하다.
시트에도, 거의 흔들림이 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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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뭐 복선 같은 내용이 약간 들어가 있지만
2부에나 들어가서야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Nitro+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메카닉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철저하고 자세하다는 점입니다.
그저 수퍼카의 능력만 보여줘도 될만한 장면에서, 그 머신이 저속에선 어떻고, 고속에선 어떻고 하는 것까지 그대로 살려 묘사할 정도니까요.
이후에도 그런 점은 변하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Nitro+의 게임은 메카닉에 대한 설정이 상당히 치밀한 편입니다.
어쩌면 이 사람들 메카닉 매니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 그러고보니 2m 짜리 데몬베인 개러지 킷도 만들어낸 적 있었죠 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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