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경로(...)를 통해 퍼온 것입니다.
번역자 분께 양해를 구하려고 했지만, 저로서는 연락이 불가능한 관계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PC용 게임 'Phantom : Phantom of Inferno'의 EIN 루트 번역입니다.
두 권으로 출간된 소설의 번역은 나쯔에 님의 홈페이지로 가시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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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이 저물었다.
오늘의 훈련도 끝이다.
-지지직...-
라디오를 켜고, 화이트 노이즈가 섞인 영어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평상시라면 아인도 잠자코 옆에 앉아,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에 주석을 달아줄 테지만,
그날 밤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가끔 이런 식으로, 아인은 밤에 어딘가로 외출하는 일이 있다.
임무, 인 걸까.
또 누군가를 죽이는 일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질문하는 것이 꺼림칙해서...
그래서 사정은 아직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점점 신경이 쓰여서 라디오 방송은 귀를 지나쳐 버린다.
그 대신, 고막이 포착한 것은...
사막의 밤의 정적을 흐트러뜨리는 차의 배기음이었다.
아인을 마중 나온 차다.
아인: “......”
일어선 아인이, 이 쪽을 흘낏 본다.
변함없이, 전혀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동자.
어디에 가는 걸까?
알고 싶은 생각도 들고, 알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든다.
물어볼까, 물어보지 말까...
하지만, 그런 것을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 언제나 그랬다.
아인은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갔다.
결국, 오늘밤도 잠자코 그녀를 전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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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을 받은 팬텀이,
사이스=마스터의 저택에 도착하자, 이미 사이스는 자랑거리인 콜렉션의 손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사이스는, 고금동서의 총기 수집에 정열을 쏟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참신한 디자인이나 독창적인 설계에 의한 것은,
특히 사이스의 미의식을 자극했다.
자동권총 여명기의 보쳐드=피스톨이나 모젤=밀리터리, P08 같은 고전 권총...
그것들을 한 정씩 손에 들고는, 형상과 구조의 감촉을 맛보면서,
정성스럽게 손질한다.
사이스=마스터에게 있어, 소중하고 지극한 행복의 시간이다.
사이스: “츠바이의 진도는 어떻지?”
의식은 분해된 총의 부품을 항한 채로, 사이스가 팬텀에게 물었다.
아인: “기술면의 훈련은 완성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사이스: “흠...”
팬텀의 대답에 어느 정도의 흥미를 표시하고 있는 것인지,
작업에 몰두하는 사이스의 옆얼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콜렉션의 손질에는 엄밀한 순서가 있다.
작업은, 총이 개발된 연대 순서를 충실히 따라 이루어진다.
구조와 의장의 진화 역사를 따르기 위해서이다.
지금 그가 해체하고 있는 최후의 한 정은,
콜렉션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시대의 것이다.
또한, 그 기발함과 희소성에 있어서도 발군의 지명도의 총이다.
AMT 오토 매그넘 180...
자동권총으로서 처음으로 매그넘 탄의 사용을 시험했던, 야심적인 실험작.
너무 복잡한 구조가 동작불량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실패작의 각인이 찍혀 망각의 저편으로 잠재워진 비운의 총이다.
특수한 전용 카트리지도 공급이 끊겨, 지금은 자작품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내부구조의 감상에 만족한 사이스는,
다시 오토 매그넘을 본래의 형태로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이스: “슬슬, 때가 되었나...”
사이스: “마침 좋은 커리큘럼이 있다. 정신적인 면을 먼저 실기로 이행하기로 할까”
마치 퍼즐같이 복잡한 부품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조립하면서, 중얼거리는 사이스.
파괴력을 추구한 총이면서, 오토 매그넘은 아름답다.
원통을 기조한 가느다란 기관부와,
완만한 테이퍼 형을 그리는 총신.
또한, 삼차곡면으로 구성된 급각도의 손잡이.
기품마저 감도는 우아한 포름(형상).
거기에는 이후 시대의 매그넘=오토매틱에 따라다니는 투박함이 전혀 없다.
그런 섬세한 아름다움 속에,
매그넘탄의 영맹한 파괴력을 갖춘 암비발렌츠.
그것이 오토 매그넘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삐져나온 여분의 건 오일을 닦아내고 정비를 마친 오토 매그넘을,
사이스는 테이블 위로 돌려놓았다.
이것으로 총기 콜렉션의 손질은 일단락 했다.
다음은 슬슬, 최고의 흉기 손질을 시작할 차례이다.
사이스: “아인, 이리 와라”
사이스가 그녀를,
인페르노로부터 부여받은 호칭 ‘팬텀'이 아닌,
옛날처럼 ‘아인'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그녀를 사이스 개인적인 소유물로서 취급할 때이다.
흉기라는 것의 아름다움에 집착해온 사이스가,
그 자신의 손으로 완성시킨 지고의 예술.
그것이 아인이라는 소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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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와 같이, 아인은 옷을 벗고 맨 몸이 되었다.
갓이 달린 램프의 인광(燐光)이 화사하고 가녀린 몸매를, 옅은 윤곽으로 감싼다.
준비해둔 향유(香油)를 손에 적시면서,
사이스는 무방비로 서있는 아인의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
힘줄이 불거진 사이스의 손 안에서,
부드러운 어깨살이 아플 정도로 눌려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잠재되어 있는,
단단하게 덮여있는 삼각근(三角筋) 의 반응을, 사이스의 손가락은 놓치지 않았다.
최저한의 양으로 살인적인 순발력을 발휘하도록 단련된 후,
한계까지 손질된 가늘고 탄력 있는 근육의 묶음.
그 완성도는, 단조와 연마의 경지가 극에 달한 동양의 도검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한 치명적인 근조직을 위에서 감싸고 있는 지방은,
많은 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위장을 해내고 있다.
부드럽게 기복을 만든 피부 아래, 조심스레 숨겨진 치명적인 위력...
그 위험성은, 누구도 눈치 채기 힘들다.
사이스: “완벽해, 너는”
하얗게 빛나는 고운 피부에 사이스는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작은 상처나 더러움도 지나치지 않도록 꼼꼼히 점검하면서,
전신에 손가락으로 향유를 칠해간다.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이스의 손가락에 몸을 맡기는 아인.
종아리부터 대퇴부, 엉덩이, 배...
서서히 손을 미끄러트려 부드러운 살을 주무르며,
그리고 그 아래의 가냘프고 강인한 근육에 닿을 때마다,
사이스는 손가락으로 전해져오는 희열에 황홀해진다.
비단 몇 번이랄 것 없이, 아인은 그 모습에 의해 임무 수행을 수월하게 해왔다.
가련한 소녀에게서 죽음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 방심이, 타깃의 방비에 틈을 만든다.
섬세한 아름다움과, 영맹한 파괴력...
불의에 끓어오른 인스피레이션(영감)에 사이스는,
사이드 테이블에 놓여있던 정비가 끝난 오토 매그넘을 손에 들었다.
사이스: “...이걸 들어라”
아인은 시키는 대로,
오토 매그넘의 가죽 그립을 오른손 손가락으로 감아쥔다.
잘 닦여진 총신과, 소녀의 멍한 눈동자 안에서,
램프의 불빛이 반사한다.
사이스: “자아, 자세를 보여줘”
1.7 킬로의 중량을,
가냘픈 팔이 천천히 들어 올린다.
스텐레스=스틸의 흉기와, 하얀 피부의 흉기...
두 개의 의장(意匠)은,
그 상통하는 모순성과 함께 훌륭하게 융합했다.
미의식의 자극에,
종교적인 환희화도 닮은 것이 사이스의 가슴을 가득 채워온다.
감동한 사이스는,
배후에서 아인의 어깨를 안고 그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사이스: “아인... 너는 완벽하다. 내가 키우고, 내가 창조한, 완벽한 살인병기다”
한 명의 소녀를, 이 정도의 완성도로 갈고닦은 사이스의 의장(意匠).
자기 자신의 재능에, 사이스는 충분히 도취했다.
그러나 진실로 우수한 의장이란, 불멸이어야 한다.
시간을 넘어, 영원한 광채를 뿜는 것이다.
그렇게, 아인의 완벽함도 영원할 것인가...
그것은, 이제 곧 증명된다...
모처럼 손에 넣은 진귀한 소재를,
굳이 스스로 교육하지 않고, 아인의 손에 맡긴 것은, 그것 때문이다.
사이스: “츠바이를 완성시켜라. 네 손으로, 너처럼 완벽하게”
아인: “예...”
사이스: “이것은 너를 완성시키는 최후의 공정이다”
사이스: “아인, 너는 너의 완벽함을, 다음 대(代)로 계승시키는 거다”
아인: “...예,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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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셔 잠이 깼다.
창문에서 쏘아 들어오는 서쪽 태양이, 마침 얼굴에 맞춰져 있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해가 기울 때까지 자고 있었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인은... 어제 밤, 외출한 그대로인가?
.........
하지만 방 밖으로 나온 후, 묘한 것을 눈치 챘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움직이는 표적 장치가 사라져 있다.
어젯밤, 자기 전에는 틀림없이 있었는데...
아인은 한 번 돌아왔다가, 다시 어딘가로 외출한 것일까?
석연치 않지만,
어쨌든 오늘은 훈련을 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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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얼마나 지났을까.
몇 주? 몇 달?
설마 반 년 이상은 아니겠지만... 확증은 못한다.
날짜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팔을 만져본다.
그을린 피부 밑으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의 감촉.
나로서도 놀랍다.
훈련의 성과인가.
이 폐허에서 보낸 날들이 현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다.
...하지만,
그렇지만 더욱더, 꿈속에 있는 듯한,
땅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듯한 부유감은 부정할 수 없다.
...정말로 이건, 암살자 육성인걸까.
...............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해가 저물고, 하늘의 붉은 빛도 마침내 물러갔다...
그리고, 정적의 밤이 찾아왔다.
밤바람을 맞으면서, 망연하게 황야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윽고 저편에서 반짝이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아인... 인가?
마침내 폐공장의 부지로 들어선 것은,
투 도어의 스포츠 쿠페였다.
핸들은, 아인 스스로 쥐고 있다.
아인: “...무슨 일 있어?”
차에서 내린 아인이,
멍하게 서있는 모양을 보고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별로...”
이제 와서, 아인이 차를 운전할 수 있는 것을 알았다고 놀랄 것은 없다.
하지만 왜, 오늘따라...?
지금까지 아인이 다른 차를 타고 다녔던 것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야 한 가운데서, 만에 하나라도 탈주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도록,
아인과 고립된 생활을 보내는...
그것이 저들의 생각이 아니었나?
아인: “따라와, 슬슬 준비해야 하니까”
...하지만 물론, 아인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새로운 훈련이야?”
아인: “아니”
아인: “오늘 밤은... 시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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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스: “어서 오시죠, 월레스 대위. 재난이셨겠습니다”
월레스: “...그래”
사이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젠 안심입니다. 긴장을 푸십시오”
월레스: “알고 있겠지만, 나는 당신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월레스: “...약속대로, 뒷수습은 해주는 거겠지?”
사이스: “물론이지요. 몇 시간 후에는 카리브 해의 새벽을 보시게 될 겁니다”
사이스: “우리들의 사설 비행장에, 세스나 기(機)를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즉시 차로 모셔드릴까요?”
월레스: “부탁하지. 이런 곳에 오래 있을 필요는 없어”
클라우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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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이 데려간 곳은, 평상시에는 잠겨있는 무기고였다.
지금까지의 훈련에서 질리게 사용했던 권총류 이외에도,
아직 사용법을 배우지 않은,
라이플이나 기관총 같은 총기까지 늘어서 있다.
아인: “오늘까지 훈련하면서 가장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총을 골라”
...대체, 뭘 하려는 거지?
...........
훈련으로, 가장 익숙한 총...
그렇다면, 이거다. 콜트 파이슨.
손에 익숙한 크기와 그립도 그렇고, 취급하기 쉬운 사이즈도 그렇고,
가장 성에 맞는 것이었다.
사격 성적에서도, 이 총을 사용했을 때가 가장 성적이 좋았다.
.............
-휘이이잉-
폐공장 밖으로 나왔다.
어느 사이에 왔는지 펜스 밖에는 검게 칠한 리무진이 멈춰서 있다.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누구지?
역시 인페르노의 관계자일까.
의심스러운 듯한 눈초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키가 큰 흑인 여성이 따르고 있다.
...자켓 아래에는 어깨 걸이식 홀스터.
내용물은 아마도, 대형 오토매틱.
그런 판별법은 아인에게 배웠다.
호위역인가.
이윽고 어둠 속에 갇혀진 황야 저편에, 또 하나의 헤드라이트 빛이 나타났다.
저건...
아인이 외출할 때, 언제나 마중 나오는 차다.
리무진 옆에 멈춘 그 차에서, 새로이 3 명이 내려섰다.
...클라우디아, 그리고 사이스=마스터.
나머지 한 사람은, 또 모르는 얼굴이다.
왠지, 이 곳에 모인 사람들 중 가장 허둥대는 것 같았다.
사이스: “미스터=맥과이어. 합중국 해군의 월레스 대위를 소개합니다”
사이스: “오랫동안 우리 인페르노의 무기 공급에 조력해주신 공로자이죠”
월레스: “어이 이것 봐, 비행장에 가는 게 아니었나! 여기는 대체 어디야?”
맥과이어: “....”
사이스: “당신의 마지막 화려한 무대, 라고 해야 할까요”
월레스: “...뭐라고”
사이스: “우리들 인페르노의 지상과제는, 비닉성(秘匿性)의 유지입니다”
사이스: “유감이지만 월레스 대위. FBI 에 마크된 당신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습니다”
월레스: “이, 이 자식들, 배신했군!”
-찰칵-
사이스에게 달려들려 한 월레스를, 흑인 여성의 권총이 제지했다.
빠르다...
어느 틈에 뽑은 거지?
사이스: “유감입니다, 정말로 유감입니다”
사이스: “우리들과의 거래만이었으면 일이 노출되는 상황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사이스: “하지만, 테러리스트에게 무기를 넘겨 준 것은 실수였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어요”
월레스: “빌어먹을... 더럽군! 나, 나는 지금까지 인페르노를 위해...”
사이스: “...그렇군요. 확실히 이대로 당신을 말살하는 것은 기사도 정신에 반하는 것이겠죠”
사이스: “좋습니다, 대위. 당신에게 찬스를 주지요. 도망쳐도 좋아요”
월레스: “...?”
사이스: “유예는 10분. 그 후 우리들은 추격을 시작합니다. 도망칠 수 있다면 당신의 승리요”
사이스: “...아아 그렇지, 만약 원한다면 저기 건물 안에 무기고가 있거든요”
사이스: “마음대로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월레스: “...무슨 속셈이냐?”
사이스: “말했지요, 기사도 정신입니다”
사이스: “무인(武人)인 당신에게 스스로의 손으로 자유와 생명을 쟁취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죠”
사이스: “군인에게 어울리는 방식이지 않습니까?”
월레스: “...얕보는군...”
사이스: “자, 어서. 지금부터 10분입니다”
사이스: “...왜 그러시죠? 그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을 텐데요?”
월레스: “...젠장!!”
남자는 마지막으로, 모여 있는 전원에게 살기 어린 시선을 보내고는
달려서 폐공장 안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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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스: “자, 사정은 들은 대로다. 츠바이”
사이스: “최초의 임무를 주지. 저 남자를 죽여라”
.....뭐라고?
.........
그래, 분명히...
오늘까지 해온 일은, 암살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었다.
언젠가는 아인처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게 될지 모른다는...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하지만,
왜 지금이지?
너무 빠르다.
아직 마음의 준비 같은 게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 장소에 모인 전원에게서 쏟아지는 무겁고 냉엄한 눈초리.
모두의 시선이,
마치 맹수 조련사의 채찍처럼 등을 때린다.
질타한다.
싫어...
잠깐 기다려줘...
누구 없나?
이야기가 통할만한 사람은?
.............
“아인, 이 사람들에게 설명 좀 해 줘!”
“나는 아직 무리야, 그렇지? 훈련은 아직 도중이잖아”
아인: “훈련은 끝났어”
아인: “당신은 잘 했어. 우수했지. 안심하고 실전에 임하도록 해”
그런...
“하지만 난... 아직 너에게는 전혀 미치지 못해”
사이스: “그건 당연하다, 츠바이”
마치 상황을 즐기는 듯이,
사이스=마스터가 끼어들었다.
사이스: “그녀는 다름 아닌 인페르노의 '팬텀'이다.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무리가 아냐”
사이스: “오히려 자네야 말로, 묘한 겸손은 그만 두게나”
사이스: “팬텀의 첫째 제자정도 되면 어지간한 잡병보다는 아득하게 유망해”
사이스: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말고”
리지: “그 잡병이라는 건 나 말인가?”
사이스: “무슨 말씀을, 미즈=리지. 당치 않습니다”
아인: “가도록 해, 츠바이”
“...못 해”
“할 수 있을 리, 없어...”
아인: “........”
-찰칵-
...아인...!?
아인: “첫날밤에 말했었지. 거부해도 좋다고”
아인: “다시 한 번, 선택하게 해줄게”
아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을지, 아니면 거부하고 죽을지...”
그랬다.
아인과 같은, 인페르노의 암살자가 되는 것...
그것이, 이 생명이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것의 대가.
... 알고 있지 않았나.
방향을 틀어 무거운 발을 끌면서 폐공장으로 향했다.
손에 든 총의 그립이 미끄러울 정도로 땀에 젖어 있다.
꿈이야...
이런 건 전부, 나쁜 꿈이야...
그 때와 같은 눈물이, 뺨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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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이어: “...괜찮은 건가? 상대는 현역 SEALS 대원이잖나?”
사이스: “문제없습니다”
사이스: “소양에 관해서는, 이 '팬텀'을 상회하는 소재입니다”
사이스: “여러분을, 이 같은 장소까지 발걸음을 하시게 한 것도...”
사이스: “그의 능력을, 그 눈으로 확인해 주시길 바래서입니다”
맥과이어: “어느 틈에, 저런 소년을 스카우트한 건가?”
대답하지 않고,
사이스=마스터는 충실한 부하를 흘낏 보았다.
사이스: “팬텀, 너는 어떻게 예상하나?”
아인: “월레스 대위는 훈련을 받은 프로이므로, 패닉이나 중압감의 영향은 없겠지요”
아인: “경험도 츠바이보다 풍부하지만, 훈련의 밀도로는 츠바이가 위라고 생각됩니다”
아인: “이와 같이 게릴라전에 적합한 환경은, 도주자에게 어드밴티지를 주게 되지만...”
아인: “지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은 추적하는 츠바이 쪽입니다”
맥과이어: “결론은, 어떻게 된다는 거지?”
아인: “상황만을 본다면 반반입니다. 나머지는 당사자들의 잠재능력으로 승패가 나겠지요”
클라우디아: “츠바이의 승산은?”
아인: “저는 월레스 대위의 역량을 모릅니다”
맥과이어: “...그 소년이 지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사이스: “대위는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이빨을 들이밀겠죠”
사이스: “이 사막에서는 어차피 도망갈 곳이 없으니까요”
사이스: “걱정되시면, 방탄차 안에서 기다리시는 게 어떨지?”
맥과이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 “...예”
클라우디아와 호위인 리지를 데리고, 맥과이어는 리무진 안으로 돌아갔다.
뒤에 남겨진 것은, 사이스=마스터와 '팬텀'두 사람 뿐.
사이스: “...월레스 대위는 걸출한 인재가 아니다”
사이스: “그를 평균적인 SEAL 대원으로 상정해 봤을 때, 어떻게 될 것 같나? 네가 단련시킨 츠바이는”
아인: “소요시간은, 약 15분 전후입니다”
사이스: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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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다.
들리는 것은, 단지 황야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뿐.
첫날밤을 떠올린다.
안쪽 방에서 눈을 뜨고, 홀로 헤매며 걸었던 밤을.
그 때와 같은 장소.
눈에 비쳐지는 어슴푸레한 경치는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다른 장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어둠 속 어딘가에, 월레스 대위는 숨어있다.
아마도 이미 무기를 손에 넣고서.
낙뢰(落雷)의 전조처럼 긴장된 공기.
넓은 건물의 공간이 공기이외의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공포와, 증오와, 그리고 면도칼 같은 살기.
그런 기운에 오싹하면서 발걸음을 내딛는 자신도 또한,
그날 밤의 자신이 아니다.
여러 가지 흉기의 취급법이나,
급소의 위치를,
머리 가득 채우고...
낮도 밤도 없이 사격을 하고...
지금은 이미 손에 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한 총을 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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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공포와 중압감에 찌부러질 것 같았지만...
그 반면, 가슴에는 기대와 닮은 예감이 있었다.
.............
이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닐까?
이 방아쇠를 당긴 순간...
혹은, 총탄에 가슴을 꿰뚫리는 순간...
어딘가 다른 장소의, 따뜻한 침대 안에서 눈을 뜨고,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깨닫는게 아닐까?
익숙한 방에서,
익숙한 가족들과 함께,
익숙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아닐까?
어떤 악몽으로 신음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한 채로...
............
무기고의 문이 보이는 장소까지 왔다.
문은 열려있다.
역시, 상대는 뭔가 무기를 손에 넣었겠지.
무기고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다.
없어진 무기를 확인하면 무엇을 들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문득, 아인의 말을 상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는 기준을, 이전에 배운 적이 있다.
'쫓을 때는 도망치는 입장이 되어서,
도망칠 때는 쫓기는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적의 무기를 알면 그 만큼 싸우기가 수월해진다.
무기고 안을 확인해야 할 터이다.
...........
...그래.
당연히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추격자는 무기고로 온다...
그것을 도망치는 쪽에서 예상했다면, 어떻게 할까?
자신이 도망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 함정을 파기에 절호의 기회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무기고까지 이제 약 20m 정도.
그 방으로의 출입구는 하나밖에 없다.
이것이 함정이라고 한다면... 뭘까?
무기고에 있는 것을 응용하면 즉흥 트랩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을 하고 있을 시간이 있었을까?
효과적인 트랩을 설치하기에는 유예(猶豫)가 너무 부족하다.
더욱이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위험하다.
그렇다면 실내에 잠복할까?
분명히 다세에 무세인 상황이다.
이곳뿐이 아니라,
부지(敷地)밖에도 인페르노의 멤버가 기다리고 있다.
승산이 있다고 한다면, 게릴라전.
특히 최초에 온 추격자는 다른 자들에게 눈치 채이지 않고 처리하고 싶겠지.
그렇다면 총보다, 나이프에 의한 접근전인가.
실내에 숨어, 추격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
...아냐, 역시 잠복은 생각하기 힘들다.
'잠복을 할 때에는 반드시 퇴로를 확보해 둬야해'
이것도 아인에게 배운 철칙이다.
좁은 통로에서 추격자를 맞이하는 것은 득책(得策)이 아니다.
그렇게 그녀는 말했다.
무기고의 입구는 하나밖에 없다.
잠복은 불리하다.
상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다시 관찰한다.
무기고의 입구주위에 몸을 숨길 장소는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기고에 가까이 가는 인간은, 주위에 완전히 노출된다.
...그런가
떨어진 장소에 몸을 숨기고,
거기에서 무기고로 접근하는 자를
저격할 생각이다.
이 암흑 속에서 겨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길게 잡아도 10 미터 이하.
무기고의 입구에서,
그 범위 안에 있는 차폐물은...
멀리 왼쪽에 방치된 지게차를 응시했다.
주위의 공간이,
소용돌이치며 지게차의 뒤편으로 집적되어가는 듯한 감각.
지금 서 있는 장소와, 망가진 지게차...
마치 그 2 점만이, 세계의 전부가 된 듯 했다.
...........
허리를 낮추고, 발소리를 죽여 크게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허공에 맴도는 먼지의 흐름처럼 천천히.
이윽고 지게차의 잔해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위치로 왔다.
그 윤곽을, 달빛이 담담한 음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적이 무기고를 지켜볼 셈으로 그 그림자에 숨어있다고 한다면,
이 위치에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윤곽이 단순한 잔해 이외의 것을 포함하고 있는지 어떤지...
시력으로는 판별할 수 없다.
저 한 뭉치 그림자는,
단순한 철골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 이외의 것과 섞여 있는 것일까.
허리가 마치 깃털이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가고...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은 순간에는, 이미 양쪽 팔이 파이슨의 손잡이를
손에 감아쥔 채 앞으로 뻗어나가, 시선위에서 가늠자와 가늠쇠를 겹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하게 해온 좌사(座射) 자세를,
이번에도 또한 아무런 위화감 없이 신체가 신속하게 재현한다.
마치 자기 자신이 비디오로 재생되고 있는 녹화영상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초탄은 약실에 장전되고, 공이치기가 젖혀지고, 안전장치는 해제되어...
손 안의 총 상태는,
그러고 보니 항상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도 아니었지만,
뚜렷이 알 수 있다.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
뭘까, 이 조용한 기분은.
왜 자신은, 이렇게도 침착한 것일까?
이것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실수하면 상대는 반격 사격을 해온다.
이 쪽은 몸을 숨길 장소 같은 게 없다.
정말로 적은 저기에 있는 것일까?
쓸데없이 탄을 낭비하고,
어딘가 다른 장소에 있을 적에게 있는 장소를 가르쳐줄 뿐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불안한 요소는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아니, 확신이 있었다.
어떠한 이론, 어떠한 철칙보다도, 지금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이대로 방아쇠만 당기면,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
그렇다.
직감도 예측도 아니다.
자신은 사냥감이 저기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로 들리지 않아도, 무취(無臭)의 향기가 거기에 있다.
풀려난 사냥감의 견딜 수 없는 분노와 공포...
그 기운을 붙잡을 수 있다.
사냥꾼은, 알 수 있는 것이다.
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손가락이...
예정을 따르듯, 의식의 바깥쪽에서 방아쇠를 당겨간다.
집게손가락 가운데를 압박하는, 차갑고 딱딱한 감촉.
하지만 그 감촉에, 마치 바람이 수면을 흔드는 것처럼...
파문 같은 불안이 가슴에 솟아난다.
왜, 두렵지 않지?
자신이 있으니까?
아냐... 그런 차원의 것이 아냐.
몸의 위험이라든지, 승패 같은 게 아니라, 지금 쏘려고 하고 있는 것은...
인간, 이라구?
...........
한 줄기 강풍이, 깨어진 창문으로 불어 들어왔다.
-스르릉-
어딘가에 늘어져 있는 사슬 같은 것이, 그 바람에 흔들려
희미한 소리를 낸다.
그 때,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는... 희미하게 몸을 떨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목을 돌린 것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총구 저편에 있던 한 뭉치 그림자는
망가진 지게차와 그 이외의 무언가로 분리되었다.
- 탕탕!! -
..........
집요했던 훈련대로,
손가락은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여느 때와 같은 섬광과, 여느 때와 같은 굉음.
팔에 울리는 반동 또한, 질릴 정도로 익숙한 감촉.
단지, 그 뿐이었다.
..........
쿡, 하고 초연(硝煙)이 코를 찌른다.
섬광 직후라서 그런가?
어둠이 조금 진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윽고 총성의 잔향이 고막을 떠나고,
다시 바깥바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게 되자,
간신히 생각난 듯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격의 총화(銃火)도, 바닥을 뛰는 발소리도... 없다.
문득, 생각했다.
뭔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무도 없는 폐허 안에서, 혼자 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을 찌푸리며 지게차의 잔해를 바라본다.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만으로는, 형태를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묘했다.
아까까지는 확실히...
눈에 비치는 상(像)이,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꼈는데.
어두워졌다기보다,
공기 그 자체의 투명도가 변한 듯한 감각이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볼 수밖에 없다.
발소리를 죽여, 주저주저하며 지게차의 잔해로 향한다.
간신히 지게차의 세세한 부분이 보이게 된 것은,
거의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한 후였다.
녹슨 철 냄새까지 알 수 있다.
-처덕-
발끝을 내려놓은 곳에, 그런 질퍽한 소리가 났다.
슬쩍 신발 바닥을 문질러 본다.
미끌미끌하고 찐득한 감촉.
숨을 들이쉬자, 비강(鼻腔)에 엉겨 붙는 명백한 이취(異臭).
다르다...
이건 철 냄새 같은 게 아냐.
..........
피, 다.
..............
잔해 밑에 웅크리듯 월레스 대위는 쓰러져 있었다.
이미 눈은 의지의 빛을 잃어 탁해지고, 호흡도 하지 않는다.
가끔 어깨가 흠칫 떨릴 때마다, 바닥에 퍼져가는 피의 바다가,
조금씩 윤곽을 넓혀간다.
동맥출혈이다.
아마도 2 발의 탄환 중 어느 쪽인가로...
.........
뭐지, 이게.
왜, 이런 것이 여기에 있어?
모르겠다.
뭐야, 이 위화감은?
그림자를 상대로 방아쇠를 당겼던, 그 아무런 거리낌 없는 감촉과,
지금 콧속에 퍼져가는 생생한 피 냄새가,
아무래도 연관지어지지 않는다.
겨우 그 정도의 일이었는데...
왜,
여기에,
사람이 죽어 있는 거야?
...월레스 대위는, 움직이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었던 것.
죽고 싶지 않아, 살아남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던...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것.
공동(空洞)과 같이, 멍한 눈동자.
힘없이 반쯤 열린 입.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잊은 듯한.
...이런 건 거짓말이지?
전부 속임수겠지?
결투는 끝났다.
승부는 났어.
그럼, 이걸로 골인이잖아?
...........
정말로 힘들었지만 견뎌왔다.
그러니까 이제, 끝나게 해줘.
이런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줘.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전부 사라져 줘...
어딘가 다른 장소로 데려가 줘...
바람이 울고 있었다.
창문으로 쏘아 들어오는 차가운 달빛.
마치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 풍경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거짓말이지?
가녀린 하얀 손이, 스윽 어깨에 올려졌다.
...아인?
어느 사이에...
아인: “또 울고 있구나. 츠바이”
아인...
어째서지...
꿈이잖아? 이런 건.
아인: “말했지. 긴 꿈이 될 거라고”
아인: “그러니까 이건, 꿈의 계속. 당신이 죽거나 미칠 때까지... 결코 깨어나지 못하는 꿈이야”
그런 걸, 견뎌낼 리가 없잖아.
깨어나지 못하는 꿈이라니... 농담이 아냐...
아인: “끝내고 싶어?”
......
끄덕였다.
아인: “그럼, 끝낼 수 있어. 당신 하기 나름이야”
“...어떻게”
아인: “당신이, 당신이 아니면 돼”
아인: “당신의 눈도, 당신의 귀도, 당신의 마음도 버려”
아인: “그리고, 단순한 '츠바이'가 되는 거야”
아인: “모든 것을, 츠바이의 눈으로 보고, 츠바이의 귀로 들으면 돼”
아인: “그러면,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슬프지 않아”
아인: “편해 질 수 있어”
“... 나는, 츠바이 같은, 이름이 아냐 ...”
“그래... 그랬었지”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관자놀이를 눌러왔다.
아인: “어때?”
느낀다.
총구의 각도.
총신의 방향.
쏘아진 총탄은, 틀림없이 소뇌를 꿰뚫을 것이다.
아픔을 느낄 틈도 없다.
-찰칵-
공이치기가 젖혀지는 소리...
그 진동이 직접 두개골까지 전해져 왔다.
아인: “어떻게 할래?”
공포는 없었다.
단지, 무릎에 얼굴을 묻은 듯한 안식감이...
신체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개방감 만이 있었다.
아인: “어떻게 해주길 바래? 내가”
먼 곳에서,
마치 복음(複音)과도 같이, 아인의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죽여줘.
그리고 모든 걸 끝나게 해줘.
눈앞에서 전부를 사라지게 해줘.
나 자신마저 사라지게 해줘...
-찰칵!-
공이치기가 부딪치는 금속음이,
뇌명(雷鳴)처럼 울렸다.
이 용서 없는 잔혹한 세계의,
종말의 때를 고하는 소리.
생명의 스위치를 끊는 소리.
텅 빈 의식 속에서,
그 작고 건조한 소리는,
마치 큰 건물의 메아리처럼,
언제까지고 꼬리를 끌었다.
...........
불발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탄이 들어 있지 않았는지,
결국 아인의 총은 불을 뿜지 않았고 납탄이 머리를 꿰뚫지도 않았다.
단지, 공이치기가 낸 소리만이,
모든 것을 구별 지어 주었다.
가르쳐 주었다.
절망의 끝에 있는, 한없이 조용한 안식을...
힘이 빠진 몸이,
아인의 팔을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의 차가움을 뺨으로 느끼고,
바로 옆에서 구르고 있는 월레스 대위의 사체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몸과, 저 사체의 차이는, 무얼까?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고,
목소리를 내고,
손발이 움직이고...
그 정도가 아닌가?
그 이상 무슨 차이가 있나?
가슴에 손을 대 본다.
느슨한 심장의 고동.
...하지만, 이런 건 생명의 증거도 아무것도 아니다.
체조직에 혈류를 돌게 하는, 단지 그것뿐인 무의미한 펌프 소리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래, 죽어 버린 거다.
죽음에 떨며,
죽인다는 것에 전율하고 있던 혼 째로.
가련한 소년의, 보잘 것 없는 죽음.
기억을 빼앗기고,
억지로 암살자가 되기 위해 훈련받고...
하지만 최후까지,
견뎌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는 이 세상에 없다.
죽음을 원하고, 죽음의 의미를 알았을 때,
그는 죽었다. 이 세계에서 소멸했다.
그 신체만이 남아서,
지금, 여기에 있다.
아인: “일어서, 츠바이”
츠바이...
그것이, 이 빈 껍질이 된 신체의 이름.
요컨대,
단지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머리가 가볍다.
마음은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해져 있었다.
그래, 괴로워할 이유 같은 건 없다.
아픔도, 슬픔도, 모두 살아있는 자가 짊어지는 것이다.
츠바이라는 이름의 시체가, 느껴야할 필요가 뭐가 있나?
지금은 이젠,
스스로 냉소마저 떠올려볼 여유가 있다.
아인: “.............”
왜 그래? 아인?
왜, 그런 쓸쓸한 얼굴을 하는 거야?
네 덕분에 구원받았어.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구.
.............
아인: “훌륭한 솜씨였어, 츠바이”
월레스 대위의 시체를 흘낏 바라보고, 아인은 말했다.
아인: “시험은, 합격”
아인: “이제 당신은, 인페르노의 일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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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으로 가득 찬, 쯔바이의 실기시험이 끝났습니다.
약간이나마 분위기를 좀 더 살려보려고 음악도 넣어봤습니다. -_-a
실기 시험으로 '사람을 죽이고 와라'는 명령에 반발하고 절망하는 마음과,
이미 극한의 살인 병기로 단련된 육체.
그리고 그 마음조차 점점 얼어붙어, 흉폭한 맹수가 되어가는 과정.
아인과 쯔바이의 비극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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