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는 상당히 낡았다. 아마 임대 아파트였다가 일반 아파트로 전용되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구조는 복도식에, 엘리베이터도 소음이 상당히 나는 물건이었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천장 구석에서 기름이 새어 떨어질 정도로 낡아서 불안하기까지 했다.
민원이 많았겠지만, 결국 작년 겨울에서 올 초에 걸쳐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있었다. 그 후로는 엘리베이터가 상당히 좋아졌다. 처음 한동안에는 끼깅 거리는 소음이 약간 들렸지만 지금은 잘 길이 들여졌는지(?) 소음도 별로 없다.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인지 엘리베이터 시공사에서 불편 및 불만 사항을 접수한다는 공고문을 지난 달에 붙여놓았다. 사실 이미 접수 기한은 지났다. 4월말까지였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그 공고문도 한번 슥 보고 '아직도 붙어있네' 하고는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늘 퇴근하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그 공고문에 아침까지는 보지 못했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았다. '불만은 이제 그만!' 이라고 쓰여 있는, 교회에서 만들어 붙인 스티커였다. 내용과 출처를 알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는 충동적으로 그 스티커를 떼어내고는 그대로 찢어버렸다.
생활 환경에 대한 불평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엘리베이터는 생활 편의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미심쩍은 부분과 불편한 점, 의심스러운 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며 또한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불만은 그만이라니?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단순한 개인의 불평 불만으로 끝날 문제란 말인가? 자신의 생명,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인가?
아직도 그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자기들 말로는 전도를 한다고 한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부른다. 필요없다고 해도, 안 나간다고 해도, 심지어 성당을 다닌다고 말해도 그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십여년 전 실수로 그들에게 문을 열어줬던 이후로, 나는 절대로 문을 열고 말하지 않는다. 문을 열었다가 벌어지는 일을 경험했기에. 그 경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에.
나는 아직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라고 한 적도, 그들의 행동에 수긍한 적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대표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대변자가 아니다. 그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지는 않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귀찮은 벌레들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벌레들 사이에 맹독을 가진 독충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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