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모처럼 귀국한 시우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시우는 바로 다음날부터 IS 연구소에 끌려나가야만 했다. 그 덕에 전통시장에 가자던 사브리나와의 약속도 공중에 떠버렸지만 개인적인 약속보다는 단체와의 약속이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그 상대가 국가적인 단체라면 더더욱 그렇고, 이미 한달 전부터 잡혀있던 스케줄이라서 개인 사정으로 변경하는 것은 무리였다. 시영이 출근하는 것과 함께 연구소에 도착한 시우 일행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리자나 사브리나, 나알리아는 시우와 함께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완전한 외부인인데다 특별한 용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우가 들어갈 구역은 보안 관계상 출입허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별 수 없이 세명은 로비의 대기실에서 시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일단 오늘은 은황의 오버홀과 분석을 위해서 온 거라서 금방 나올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

"알았어."

"빨리 갔다와. 너무 시간 끌지 말고."

"기다릴게."

"그럼 최대한 빨리 갔다올게."

여학생들과 헤어진 시우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제2 연구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몇몇 연구원들이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보고는 곧 아는 체를 했고, 시우도 마주 인사를 했다.

"오, 시우 왔구나."

"안녕하세요~."

"시우 왔냐? 오랜만이네."

"자, 다들 지금 하던 거 마무리 짓고 은황 분석 들어갈 준비해라. 시우 너는 저기서 은황 전개한 다음 내려오고."

"네."

은황 담당팀의 팀장인 김진호의 지시에 시우는 연구실 한가운데에 마련된 분석대로 올라가 은황을 전개한 다음, 앞에 준비된 케이지에 은황을 맞춰 세우고 나서 은황에서 내려왔다. 시우는 분석대에서 완전히 내려서기 전에 은황에게 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은황."

[네, 시우.]

"오늘은 여기 연구원님들이 여러가지로 널 분석할 테니까, 도와드릴 수 있는 한 도와드려. 혹시 물어보시는 거 있으면 알고 있는대로 대답해 드리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진호 팀장님. 은황 분석은 어느 정도 걸릴까요?"

진호는 은황이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약간 놀랐다가 시우의 질문을 듣고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번에 인철과 시영, 현준의 보고로 은황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금방 진정할 수 있었고, 막 연결된 데이터 전송 케이블을 통해서 확인되는 데이터와 그 양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어디 보자, 보고로 듣기는 했지만 그 후로도 또 변한 게 있었다지?"

"네, 임해학교 끝날 무렵에 원 오프 어빌리티도 생겼어요. 시간 관계상 그건 분석하지 못했구요."

"다른 건 얼추 분석이 끝났지만 이건 처음부터 살펴봐야 할 테고... 적어도 오늘 하루는 통째로 걸릴 것 같다. 여유를 잡으면 내일까지는 해야될 것 같고. 넉넉잡고 사흘 후에는 다시 부르마."

"네? 다시 부르신다구요?"

진호의 말에 시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석이 끝나면 은황을 돌려준다고 해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진호는 그렇게 쉽게 시우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래.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데이터고, 실제 움직임은 또 별개니까 네가 직접 움직이는 걸 보여줘야지. 가능하면 실감나게."

"그... '실감나게'라는 말씀은..."

그제야 진호의 성향을 떠올린 시우는 머리에 커다란 땀방울이 하나 매달린 느낌이었다. 스쿨 입학 직전에 연구소를 들락날락하며 받았던 각종 테스트-를 빙자한 각종 실험-의 장면들이 시우의 눈앞에서 진호의 얼굴에 오버랩되었고, 진호는 기대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모의전이지. 물론 시영이하고."

"......"




"시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 일 아니야."

로비로 돌아온 시우를 맞이한 리자는 시우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그렇게 물었고, 시우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크게 위험한 것도 아니었고, 다만 예전의 괴롭힘 당하던 느낌의 그 기억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진 것 뿐이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 어디 가보고 싶어?"

"한국적인 곳."

"재래시장!"

"도시 느낌 안 나는 곳...?"

어째 차라리 관광지를 데려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있어도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문 시우로서는 어디를 데려가면 좋을지 난감했다. 잠시 고민하던 시우는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코스를 골랐다.

"그러면 일단 남대문 시장에 가서 구경하다가 점심 해결하고, 오후에는 경복궁에 가자."

"경복궁?"

"음... 그러니까, 대한민국 이전에 있던 조선이라는 왕국의 궁궐이야."

"아하, 왕궁이구나."

리자의 반응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갑자기 불안해졌다. 리자는 독일인이니 성 형태의 왕궁, 아니 차라리 왕성이라 부르는 형태에 익숙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이라고 왕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종의 노파심이랄까, 혹시 실망할지도 몰라 시우는 일부러 몇마디를 덧붙였다.

"참고로 동양식이다보니 유럽의 왕궁이나 왕성과는 많이 다를 거야. 너무 기대하지는 마. 일본식하고도 다를 테니 그거 떠올리면서 예상하지도 말고."

정작 그렇게 말하는 시우도 황거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는 점에서는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여기가 한국의 왕궁이야? 뭐랄까, 좀 허전하네."

"그러게. 왕이 살던 곳 치고는 너무 재미없어보인다."

"황량한 느낌도 좀 들어."

남대문 시장은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순식간에 돌고 그대로 경복궁으로 직행해버렸다. 사브리나가 한국의 재래시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2세기인 현재, 서울에서 재래식 시장은 그야말로 멸종한지 벌써 1세기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시우는 '원래 세계'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남대문 시장이라면 재래 시장이라는 생각에 그곳으로 데려간 것이지만, 2136년의 남대문 시장은 대규모 상가단지가 되어 있었다. 시우는 당황했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일을 어떻게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기분을 풀어달라는 이유로 액세서리 가게에서 세명에게 팔찌를 하나씩 사서 바쳐야만 했다. 그렇게 간신히 실수를 무마한 시우는 남대문에서 분식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후 일행을 데리고 경복궁으로 향했다.(분식 가게에서는 그나마 가장 무난한 라면과 국수로 해결을 봤다.)

"음... 뭐, 사실 내가 보기에도 쓸데없이 넓어보이긴 해."

리자와 사브리나, 나알리아의 말을 들은 시우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확실히 동양이든 서양이든 왕궁은 쓸데없이 크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곤 했다. 위로 높든, 옆으로 넓든 간에. 게다가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 많은 것인지, '사람을 쓰다보니 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넓히니 또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사람을 더 채우니 또 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더 필요해졌고, 그래서 더 넓히니 또 또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사람을 더 더 채우니...'라는 무한 반복으로 그렇게 된 건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시우, 저건 뭐하는 거야?"

경복궁을 둘러보던 시우 일행은 마당(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널찍하게 트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막대를 10 발자국 정도 떨어진 금속 병에 던지는 모습을 보았고, 궁금해진 사브리나는 시우를 돌아보며 물어보았다.

"아, 저건 투호라는 놀이야. 궁중놀이...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신분이 되는 사람들이 즐겼다는 것 같아. 하는 방법은, 보면 알겠지만 일종의 다트라고 보면 돼. 저기 금속 통에 화살을 던져서 통 입구나 옆의 고리에 들어가면 되는 거야. 한번 해볼래?"

"해볼래, 해볼래. 리자랑 나알리아도 같이 해보자."

갑자기 신이 나서 투호놀이를 하러 기다리는 줄의 맨 뒤에 서는 사브리나의 모습을 보며, 시우는 추석이나 설이었으면 널뛰기도 있고 해서 더 재미있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양각색의 외국인 여자아이들이 줄을 서자 다른 사람들이 눈치없이 쳐다보기도 했지만 세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애초에 경복궁을 관람하러 온 다른 외국인들도 많이 있어서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도 아니었다. 눈에 띈다면 여자아이들의 모습보다는 그 여자아이 셋이 시우 하나와 함께 다니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시우도 이리 와서 같이 하자."

"아니, 난 다트도 제대로 못하니까..."

'구경만 할게'라는 뒷말은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세명이 지긋이 보는데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묘한 눈길(남자들과 여자들의 시선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로 쳐다보자 시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줄에 합류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있고, 투호가 척 보기에도 다소 심심해 보이는 이유도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차례가 돌아오자 먼저 사브리나가 화살을 잡았다.

"음... 핫!"

사브리나는 뭔가 희한한 기합소리를 내며 화살을 던졌고, 날아간 화살은 금속 통에서 조금 벗어난 땅에 떨어졌다. 다음 번에는 좀 더 가까워졌고, 세번째에는 통의 옆면에 부딪쳐 떨어졌다. 네번째에도 통 입구를 살짝 벗어나는 바람에 튕겨나가자 사브리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그리고 저거 입구가 너무 좁은 거 아니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거 남자들보다는 주로 '여자들'이 '즐기던' 놀이라던데?"

"너네 나라는 대체 뭘 시킨 거야...?"

사브리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화살을 겨냥하기 시작했고, 시우는 그 말을 듣고는 '옛이야기에서 활 하나로 용까지 때려잡는 내용'을 떠올리며 새삼스레 그 전개를 납득했다.

"그러고보면 별로 연관성은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한창 집중하고 있는 사브리나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리자와 나알리아는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보았다.

"우리나라 옛이야기들을 보면 칼보다는 주로 활과 화살로 괴물이나 용을 잡는 얘기가 많아...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대부분이네. 그것도 '지나가던' '선비'가 '구렁이', 그러니까 아나콘다급 뱀을 화살로 쏘아 잡는다거나, 어떤 장수가 활로 용을 쏴 죽인다든가. 마지막은 좀 다르던가?"

"...너네 조상들은 대체 뭘 어떻게 훈련한 거니?"

듣고 있던 리자도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는 동안 사브리나는 20대의 화살을 모두 던졌고, 그 중에서 통에 들어간 것은 7대였다. 사브리나는 한숨을 쉬며 화살을 다시 뽑아와 리자에게 건네주었다.

"은근히 잘 안 되네. 조준 제대로 안 하면 화살대가 길어서 튕겨나갈 수 있으니까 잘 해."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리자였지만 실제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아서 20대 중 8대가 금속 통에 들어갔다. 그나마 그 중 두대는 통이 아니라 옆의 고리에 들어간 것이었다. 리자는 화살을 회수해서 나알리아에게 건네주며 시우에게 말했다.

"왠지 마지막엔 하이퍼 센서까지 쓰고 싶어지는데. 정말로 이런 걸 여자들이 즐겼다고?"

"아니 뭐, 내가 직접 본 건 아니니까 확답은 못하겠지만 기록에는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자."

화살을 받은 나알리아는 그대로 화살을 시우에게 넘겨주었고, 얼떨결에 받은 시우는 나알리아와 리자, 사브리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세명의 표정은 '자, 얼른 시우도 던져!'라는 느낌이었다. 시우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화살을 던지는 위치에 서서 금속통을 잠시 노려본 다음 화살을 던졌다.

"읏차."

툭.

첫 화살은 아예 통까지 가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두번째는 조금 더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마찬가지였고, 세번째에서야 겨우 통에 부딪히게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어렵네, 이거."

시우는 중얼거리며 화살을 계속해서 던졌고, 결과는 20대 중 6대였다.




사흘 후, 금요일 오전. 시우 일행은 다시 국립 IS 연구소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모두 회수했고, 분석률은 40% 이상 진행되고 있으니 이번에는 나와서 모의전으로 실제 기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싶다는 연구소측(정확히는 김진호 팀장)의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자와 나알리아, 사브리나의 출입 허가도 나와 있었다. 대련을 위한 아레나 시설과 로비, 여가시설만 출입 가능한 종류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대전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 분명히 한국에는 IS가 넷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리자의 말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상대는 지난번에 진호가 말해두다시피 했으니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응, 우리 누나."

"시영 언니? 언니도 IS가 있었어?"

"언니는 연구원이잖아?"

"...테스트 파일럿도 하는 거야?"

"응, 뭐... 연구원도 하면서 테스트 파일럿도 하고, 실제 실력은 몇년 전에 몬도 그로소에서 3위 했다던데."

시우의 대답에 세명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화하고 부드럽기만 할 것같은 시영이 일종의 무투회인 몬도 그로소에서 3위까지 올랐다는 사실은 그만큼 의외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영이 시합에 들어가면 얼마나 냉정해질 수 있는지 아는 시우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걸음을 옮기던 시우 일행은 어느새 아레나에 도착했고,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던 연구원들과 만났다.

"어, 시우 왔냐?"

"안녕하세요. 저기, 은황은요?"

"나 참, 누가 파트너 아니랄까 봐. 2번 피트에 가 봐. 거기 있을 거야."

"고맙습니다."

인철은 시우가 만나자마자 은황부터 찾자 헛웃음을 터뜨리며 가르쳐 주었고, 시우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피트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보다 걸음이 조금 빨라져 있었고, 뒤따라 가던 세명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었다. 2번 피트로 들어선 시우는 피트 반입구 앞에 놓여있는 은황을 보았다.

"은황!"

[어서 오십시오, 시우.]

"그래, 상태는 괜찮아?"

[네, 이상 없습니다.]

"연구원들이 분석하면서 뭐 새로 알아낸 건 없고?"

[특별히 새로이 확인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조현준 연구원이 원 오프 어빌리티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며 한동안 분석 업무를 소홀히 하기는 했습니다.]

"...역시였나. 그래서, 벌써 지어진 거야?"

[아니요, 시우의 의향을 물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래서 어떤 이름을 붙이자고 했는데?"

[뱀파이어릭 터치, 에너지 드레인, 흡성대법, 서큐버스였습니다.]

"...자기 일 아니라고 대충 막 지은 거야, 뭐야? 그런 해괴한 센스의 명칭을 어떻게 붙여. 게다가 마지막에 서큐버스는 또 뭐야... 에이, 그냥 내가 생각한 걸로 하자. 앞으로 원 오프 어빌리티의 명칭은 '진조'(眞祖)야."

[알겠습니다. 원 오프 어빌리티, '진조'로 명명합니다.]

"그것말고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고?"

[본래 2세대로 개발되었으나 각종 특징을 종합한 결과 3세대, 혹은 2.5세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2.5세대? 그건 또 어중간하네."

제 2 개발팀에서 은황을 개발할 때만 해도 다기능 라이플 구미호를 이용해 무장 추가나 별도의 패키지 장착 없이 다양한 전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것은 2세대를 넘어서는 기체를 개발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유한 IS 관련 기술로는 아무래도 무리였고, 구미호는 어찌어찌 개발했지만 에너지 관리 문제 때문에 목표로 했던 '어떠한 상황에서든 최상의 성능 발휘'는 실현되지 못한 상태로 시우에게 인계되었다. 하지만 세컨드 페이즈를 통해 광익과 비익을 얻게 되었고 원 오프 어빌리티인 진조마저 발현되며 뜻하지 않게 목표가 거의 실현되었던 것이다. 현재 각국에서 한창 개발중인 3세대 기체들은 이미지 인터페이스를 통한 특수 무장 사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고, 은황의 세컨드 폼에서 생겨난 비익은 이 특징에 거의 들어맞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3세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익을 제어하는 것은 시우가 아닌 은황이었기 때문에 완전한 3세대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단말을 파일럿이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파일럿의 의사를 파악하여 코어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뒤집어질 일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에 맞춰 자의적으로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함께 피트로 들어온 리자와 사브리나, 나알리아는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은황이 말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시우와 은황이 주고 받는 대화의 분위기가 아무리 봐도 인간 대 인간의 관계였던 것이다. 그것도 어쩐지 자신들 이상으로 친밀해 보이는데다 은황의 목소리가 20대 초반의 성숙한 여성의 느낌이라는 점이 세명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시영 언니보다 이쪽이 더 문제였나.'

'잠깐, 그럼 쟤는 24시간 내내 시우랑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잖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라이벌 출현...'

세 사람의 심경이 굉장히 복잡미묘해진 것도 모른 채 시우는 은황과 계속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고, 데이터 수집용 콘솔을 조작하고 있던 현준이 보다 못해 시우를 재촉했다.

"시우야, 언제까지 얘기만 하고 있을래? 얼른 모의전 데이터 얻어야 그거 또 분석하지. 늦어지면 우리만 죽어난다구."

"아, 죄송해요. 금방 준비할게요."

현준의 말에 대답한 시우는 은황에게로 다가가 자신의 몸에 장착했다. 착용감으로는 오버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기에 개선된 부분이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었다. 시우가 은황을 장착하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을 본 현준이 분석 결과 알게 된 점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은황은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야. 전면강화 패키지도, 특화 패키지도 장착이 불가능해. 물론 지금 상태로도 거의 모든 전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현재 보유한 무장 이외의 수단은 사용할 수 없으니까 그 점 주의해야 한다. 원래 원 오프 어빌리티가 발현되면 확장영역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은황은 좀 더 그게 심해서 패키지도 사용을 못하게 됐어. 그나마 다행인 건 구미호에 무장을 추가시킨 이후에 발현된 거라서 거기까지는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야."

거기까지 들은 시우는 난감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하면 은황은 지금 이상으로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앞으로는 시우 자신이 강해져야만 한다는 소리였고, 가능한 조용히 살고 싶은 시우로서는 그다지 바라지 않는 바였다. 사실 IS 스쿨에 들어간 시점에서 조용히 산다는 것은 물건너 가버린 지 오래였지만 시우는 아직도 그 소박한 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에너지 소모 속도가 퍼스트 폼에 비해서 현저히 빨라졌어. 원래 리미터 걸린 상태에서는 구동 에너지가 2시간 분량이지만 지금 은황은 비익과 광익 때문에 길어야 1시간,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가면 30분이 고작이야. 나중에 리미터를 해제하게 되거나 원 오프 어빌리티를 쓰게 되면 또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하아... 여러모로 피곤해지게 생겼네요.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세상에 귀찮은 거 좋아할 사람이 있겠냐. 확인 끝났으면 얼른 출격해. 시영이는 벌써 준비 끝낸지 오래다."

"네엣."

현준의 말에 시우는 구미호를 전개한 다음 은황을 움직여 아레나로 나가는 게이트로 향했다. 중간에 리자, 사브리나, 나알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세명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우를 배웅했고, 시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활주로에 올라섰다. 잠시 후 게이트가 열리자 시우는 쏜살같이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우왓!"

게이트를 나가자마자 시우는 위에서 내리꽂힌 시영의 IS '홍천(紅天)'의 레일 캐논에 직격될 뻔했다. 한발 먼저 아레나에 나와있던 시영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시우가 보인 순간 그대로 발사한 것이다. 역시 전투에 나서면 인정사정 없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가차없이 상대하는 건 여전하네."

- 너 역시 쓸데없이 말 거는 게 여전하고.

시영은 그렇게 시우의 말을 맞받아 치면서 어설트 라이플을 연사했고, 시우는 다시 한번 회피기동으로 탄막을 피하며 구미호를 마주 쏘는 동시에 비익을 사출했다. 무장이나 기체의 스펙에서는 은황이 훨씬 우세했지만 시우의 전투 경험은 이미 테스트 파일럿을 벌써 몇년이나 해보고 몬도 그로소 상위 입상까지 한 시영에게 비할 바가 못 되었고, 시영은 주로 근접전 위주의 전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거리 사격전으로 끌고 나가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시영 역시 그렇게 놔둘 정도로 녹록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6개의 비익을 본 시영은 씨익 웃었다.

"억?!"

비익의 포구에서 빔이 발사되기 직전, 시영은 순간 가속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순간 가속을 연속으로 사용하며 지그 재그로 고속 이동, 순식간에 시우의 정면에 도착해서는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미처 피하지 못한 시우는 급하게 왼팔의 암 블레이드를 사출해서 간신히 시영의 공격을 받아내었지만 뒤이어 들어온 돌려차기는 그대로 시우와 은황의 허리에 꽂혔다.

"크헉!"

시우는 숨을 토해내는 소리와 함께 십여미터를 날려졌고, 간신히 자세를 바로 잡자마자 이번에는 다시금 전개된 시영의 레일 캐논이 불을 뿜었다. 미처 피할 틈이 없었던 시우는 급히 광익을 정면으로 끌어와 은황을 덮듯이 겹쳤고 시영의 탄환은 광익의 에너지 윙에 막혀 소멸되었다. 그 사이에 은황이 움직인 비익이 시영을 노리고 공격했지만 시영은 이번에도 재빨리 공격을 피하고 시우에게 접근했다. 비익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사방에서 공격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바짝 접근한 상태에서는 오발의 위험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치잇, 은황! 비익 회수! 서브 스러스터로 사용한다!"

[알겠습니다. 비익 회수. 동체에 부착하여 서브 스러스터로 활용합니다.]

은황의 말과 함께 시영의 주위를 맴돌던 비익이 회수되어 양 허벅지와 허리 뒤편에 각각 2개와 4개가 부착되었다. 전방위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기동성을 높이는 편이 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시영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고, 오히려 이제야 본격적으로 해볼만 하다는 듯이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하앗!"

"흡!"

시우는 구미호를 창의 형태로 변형시킨 다음 시영에게 고속 접근했다. 돌격하는 것과 동시에 창의 길이를 살려 찌르기를 했지만 시영은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동시에 왼손에 들고 있던 총검을 시우를 향해 휘둘렀다.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총검을 본 시우는 허벅지의 비익을 분사시키면서 상체를 힘껏 뒤로 젖혀 총검을 피해냈고, 그 기세를 몰아 한바퀴 회전하자마자 창을 옆으로 휘둘러 시영을 공격했다. 시영은 총검이 허공을 가르자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구미호의 길이가 길었기 때문에 실드가 깎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시우가 다시 창을 고쳐 잡으려는 타이밍에 시영이 몸통 박치기를 걸어왔고, 그대로 숄더 태클에 당한 시우는 뒤로 밀려났다. 자세를자로 잡은 시우의 눈에 돌격해오며 찌르기를 시전하는 시영의 모습이 보였다. 시우는 허리 뒤편에 부착한 비익 중 오른편의 두개의 방향을 돌리고 분사해서 몸을 고속회전시키며 찌르기를 피했고, 회전력을 그대로 넣어 시영의 등에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큭!"

시영은 균형을 잃고 날려갔지만 억지로 몸을 세우지 않고 오히려 그 힘을 방향만 틀어 뒤이어 날아든 시우의 공격을 피해내는데 이용했다. 시우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 시영은 그대로 블레이드를 양손으로 쥐고 내리쳤고, 시우는 구미호를 들어올려 블레이드를 막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시우는 안면에 강한 충격을 받으며 공중에서 한바퀴 돌았다. 시영이 시우의 머리에 킥을 날린 것이다.

"윽?!"

풀 페이스 헬맷과 실드 덕분에 실제로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가 흔들리는 것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시영의 맹공이 이어졌고, 시우는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잘 막아냈지만 아까까지와 비교했을 때 자세에 틈이 많아 점점 실드가 깎여 나가고 있었다.

[실드 에너지 잔량 50%입니다. PCS와 진조의 사용을 제안합니다.]

은황의 말을 듣고 나서야 시우는 PCS를 사용하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전투중인 당사자로서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유지 가능 시간은?'

'기존 설정 유지시 PCS 유지는 10초가 한계입니다.'

"이대로 당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PCS!"

[PCS 발동. 임계점까지 9.8745초.]

시우는 PCS가 발동되자 전속력으로 시영을 향해 돌진했다. 시영을 붙잡은 상태에서 진조까지 발동한다면 역전도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어설퍼!"

"큭!"

하지만 시영의 반응은 시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시우도 정면에서 달려드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생각에 궤도를 여러차례 바꾼 다음 좌측 측후방에서 시영에게 돌격했지만 시영은 그것마저 간파하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시우의 구미호를 또다시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해내고 블레이드를 찔러넣은 것이다. 블레이드에 스스로 몸을 던져넣은 꼴이 된 시우는 충돌 직전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 블레이드를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서 실드 에너지가 또다시 소모되었고, 시영을 붙잡기 전에 날아든 어퍼컷에 맞아 공중으로 떠올랐다. 자신의 비행속도와 시영의 펀치력까지 더해진 완벽한 크로스 카운터에 시우의 의식은 반쯤 날아갔고, 뒤이어 가해진 블레이드의 연속 참격에 시우는 눈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엇?"

PCS가 완전히 정지된 시우를 몰아붙이던 시영은 시우가 갑자기 자신의 블레이드를 팔과 몸통 사이에 끼우자 당황했다. 시영이 알기로 시우는 이렇게 위험도가 높은 전법을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풀 페이스 헬맷 너머로 시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시영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직후, 시우가 삭풍도를 꺼내들었다. 구미호는 아까 공중으로 쳐올려졌을 때 놓친 상태였다. 상황이 심상찮다는 것을 느낀 시영이 총검을 다시 전개한 것과 삭풍도가 휘둘러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시영은 허공으로 솟구친 자신의 총검을 보았다. 단순한 중량과 힘의 차이로 놓친 것은 아니었다. 검날이 충돌하는 순간 시우가 무게 중심을 교묘하게 이동시켜 시영이 총검을 놓치게 만든 것이다. 그대로 시우가 찌르기 자세에 들어가자 시영은 서둘러 블레이드를 놓고 물러섰지만 시우는 순간 가속으로 시영에게 접근하며 삭풍도를 찔러넣었다. 노리는 곳은 목이었다.
삭풍도는 실드를 뚫지는 못했지만 시영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금까지 시우와 대련을 몇번 하기는 했지만 시우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위험한 공격을 한 적은 한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IS를 이용한 모의전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전에는 IS 없이 목검을 사용하는 근접전 훈련이었기에 상황이 다르긴 했다.
시우의 공격이 실드에 막히기는 했지만 실드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시우는 멈추지 않고 목과 미간, 흉부를 노리고 삭풍도를 휘두르고 찔러왔다. 아까와는 다른 매서운 공격에 이번엔 시영이 수세에 몰렸고, 실드 에너지도 빠른 속도로 소모되었다. 은황의 실드 에너지도 위험한 수준이어서 한번 빈틈을 보이면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시우의 공격이 하나같이 급소만 노린 공격들이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실드 에너지 잔량 10%. 구동 에너지 잔량 25%.」

눈 앞에 뜨는 에너지 잔량 경고 메시지에 시영은 혀를 찼다. 이대로 계속 방어만 하다간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 게 뻔했다. 시영은 각오를 한 후 찔러들어온 삭풍도를 향해 몸을 던졌다. 삭풍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시영은 미리 준비해둔 어설트 라이플을 전개해 시우의 헬맷 앞에 가져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당기려고 했다.
시영이 어설트 라이플을 전개하는 것과 동시에 시우는 왼팔의 암 블레이드를 사출해서 눈앞으로 다가온 시영의 어설트 라이플을 두동강냈다. 암 블레이드가 팔등에 기계식으로 내장되도록 변경된 덕분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왼팔을 들어올려 시영의 머리 위로 암 블레이드를 내리쳤다. 시영은 서둘러 피했지만 이어지는 시우의 공격에 몇번 버티지 못하고 결국 실드 에너지가 바닥나고 말았다. 아레나에 시합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렸다.

- 시합 종료. 자, 다들 수고했다. 피트로 돌... 야, 한시우!

시우와 시영을 불러들이려던 진호는 시우가 공격을 멈추지 않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지만, 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시영을 공격했다. 아까까지는 모의전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고, 더구나 시영의 IS인 홍천은 이미 실드가 바닥나서 단 한번의 유효 타격도 위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우는 아까 전부터 계속 급소만 공격하고 있었다.

"시우야, 멈춰! 모의전 끝났어!"

- 한시우! 그만 해! 뭐하는 거야, 임마!

"시우!"

"시영 언니!"

시영과 진호, 리자와 사브리나의 외침에도 시우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홍천의 외부 장갑이 차츰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악문 시영의 귀에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지금 의식이 없습니다.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중입니다.]

"은황? 은황이야?!"

시영은 계속되는 시우의 공격을 막고 피하며 그 목소리에게 되물었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의식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이야?!"

[약 3분 전 있었던 PCS 발동 중 시영의 카운터 공격과 그에 이은 연속 공격에 시우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후의 행동은 시우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을 들은 시영의 얼굴은 침통해졌고, 연구원들 역시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리자와 사브리나, 나알리아는 시우가 저렇게 폭력적이고 살벌한 본능을 억누르고 있었나 하고 놀랄 뿐이었다. 그 분위기를 날리려는 듯이 시영은 악을 쓰며 외쳤다.

"그래서, 해결책은 있겠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에게 절대방어를 발동시켜 강제 해제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게 가능하면 벌써 했어!"

은황의 말에 시영은 혀를 차며 소리쳤다. 한국의 IS는 총 4대이지만 그 중 2대는 군 소속이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고, 남은 둘은 시영의 홍천과 시우의 은황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시 말해 시영 혼자 힘으로 은황에게 절대방어를 발동시키라는 말이었지만 실드는 완전히 바닥나고 구동 에너지도 20%가 채 안 남은 시영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홍천과 은황 말고도 IS가 셋이나 더 있었다.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시우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리자가 전개한 프레이르의 슈투름 하머(Sturm Hammer)가 직격한 것이다. 지면에 쓰러지기 직전 균형을 회복한 시우를 향해 이번에는 나알리아의 그레이 실프가 탄막을 쏟아부었다. 유도 미사일까지 섞인 일점 포화에 시우는 피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드는 착실히 깎였고, 이어서 사브리나가 대물 저격총으로 시우의 복부에 탄환을 명중시켰다.

"우리도 도울게요!"

"절대방어만 발동시키면 되는 거죠?!"

"한꺼번에 하면 될 거에요!"

하지만 사브리나의 저격에 휘청거리던 시우는 근처에 있던 시영을 붙잡아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방패로 삼는 동시에 진조의 능력으로 에너지를 흡수하려고 한 것이다. 나알리아와 사브리나는 총구를 돌리고 사선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했고, 리자는 슈투름 하머를 다시 사용해서 이번에는 옆에서 시우를 후려쳤다. 공격당한 충격으로 시우는 시영을 놓쳤고, 은황이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들을 제어하여 진조와 PCS를 모두 발동 불가로 만들어놓았기에 에너지 흡수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투 태세를 회복한 시우의 앞에 다섯명의 사브리나가 각자 어설트 라이플과 대물 저격총, 피스톨을 조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즈라엘에 장비된 특수 장비 '디코이 메이커(Decoy Maker)'로 만든 환영이었지만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리 없는 시우는 그저 닥치는대로 공격할 뿐이었다. 환영들을 상대로 공격을 가하는 시우의 등 뒤로 어마어마한 탄막이 쏟아졌다. 나알리아의 그레이 실프에 장비된 특수 장비 '나인 핸즈(Nine Hands)'에 의한 전무장 동시 사격이었다. 무지막지한 포화가 그치고 나서 먼지가 가라앉은 곳에는 IS 슈트 차림의 시우가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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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런 저런 설정들 많이 준비는 해놨는데 정작 사용된 건 얼마 없었네요.

...역시 설정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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