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와아... 이렇게 보니까 엄청 많이 모였네."

무투회 예선 날, 야외 공용 실험장에 모인 참가자들을 보며 프레이야는 감탄스레 말했다. 장관까지는 아니어도 확실히 대단한 모습이긴 했다. 고대 지구 역사에서 중세라 불리는 시대의 기사단은 전쟁에 나서기 전 출정식이라는 것을 했다는 모양이지만, 괴수와의 전쟁이 한시도 끊이지 않고 있는 현재의 기사단에서 그런 것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때문에 세자릿수 이상의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거의 볼 수 없었으니, 200명 가까운 인원이 모여있는 지금 모습은 확실히 놀라울 만도 했다.
난전으로 진행되는 예선전 특성상 정해진 시작 지점 같은 것은 없었기에 참가자들은 실험장 이곳저곳에 흩어져서 잡담을 나누거나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3년차 이상이었기에, 2년차인데다가 키가 작은 편인 프레이야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본 상급생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것을 본 프레이야는 처음에는 하급생이라고 그러는가 싶었지만, 그런 시선에 익숙해져 흘려넘기는 레나도 표정을 찌푸리는 것을 보곤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상급생들을 째려본 레나는 내뱉듯이 말했다.

"칫,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그런 데 신경 쓸 주변머리 있으면 자기들 걱정이나 할 일이지."

"왜 그래, 레나? 선배들이 뭐라 그러는데?"

"별로. 아무것도 아냐. 괜한 트집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나보고 뭐라고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숨기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뭐라고들 하는 건데?"

곁눈질로 보며 수군댄다고는 해도, 그 시선이 '자신들'이 아니라 프레이야 자신에게 향해있다는 것은 당사자인 프레이야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레나는 레이더에 가까운 청력을 지니고 있기에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프레이야의 말에 레나는 별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얘기해주었다.

"네 외모 때문인 것 같아. E-34 얘기가 자꾸 나오네."

"뭐야, 그거였어? 상관없잖아. 닮았다고 동일인물인 것도 아닌데, 뭐."

별일 아니라는 듯한 프레이야의 태도에 놀란 것은 근처에 있던 상급생들이었다. 좋게 말하면 대범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신경한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프레이야의 성격을 알고 있는 레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아, 저기 누가 나오는데. 시작하려나 보다."

관람석에서 걸어나온 사람은 기사 교육부 총장인 마일로였다. 시간을 보니 이미 오후 2시, 예선전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걸어오다 멈춰선 마일로는 실험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와 무선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말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모인 것 같고 시간도 되었으니 이제 시작하자. 중앙 기사단 교육부의 후반기 무투회 예선전을 개시한다. 다들 힘껏 노력하길 바란다.]

마일로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스피커에서 울려퍼진 시합 개시를 알리는 효과음이 공용 실험장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효과음은 교육생들의 함성에 곧 지워져버렸다.




1:1이 아닌 다수 대 다수, 그것도 진영이 나뉜 것이 아니라 완전한 개인전이라면 아무래도 순간적인 동맹으로 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종종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누가 참가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 충분한 경우라면, 가급적이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격해서 탈락시키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이 경우 타겟이 되는 것은 최상위권보다는 자신보다 반보나 1보 정도 앞서 있는, 말하자면 당장은 꺾을 수 없지만 숫자로 밀어붙이면 커버 할 수 있는 실력차를 가진 사람이 된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학년이 낮은 사람은 애초에 그런 식으로 밀어내는 대상에서 1차적으로 제외된다. 아무래도 1년차보다는 2년차가, 2년차보다는 3년차가 강한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프레이가 교육생 신분으로 정식기사를 묵사발 내고 다니긴 했지만 그건 예외 중의 예외다.
그런 이유로, 지금 레나와 프레이야는 공격 대상, 견제 대상에서 빠져있어서 별다른 공격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체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나 어부지리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것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레나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확 뛰어들어서 아무나 한명 날려버릴까..."

"그냥 기다리자. 숫자가 좀 줄어들면 우리들도 신경이 쓰일 테니까 공격해오겠지. 그때 싸우기 시작해도 늦지 않잖아?"

자존심이 강한 편인 레나에 비해, 여유로운 편인 프레이야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 가능한 한 오래 싸우지 않은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모두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이다. 프레이야와 얘기를 나누던 레나의 청력이 둘의 뒤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흡!"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기사 교육생들은 연습용 검도 금속제를 사용한다─ 레나는 자신이 막아낸 검의 주인을 보았다. 타이의 색을 보니 4년차 남학생인 것 같았다. 완벽─하다고 자신이 생각─한 기습을 레나가 막아내자 4학년생은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렸고, 그 좌우로 4학년생 남녀 세명이 나타나며 레나와 프레이야를 향해 검을 겨눴다. 그 모습을 본 레나는 미소를 지었고, 반대로 프레이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이젠 좀 기분이 풀리겠네."

"난 가능하면 좀 더 이대로 있고 싶었는데."

두명의 그런 태도가 성질을 긁었는지, 4학년생들은 험악한 표정을 짓더니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두명씩 짝을 이뤄 레나와 프레이야의 상체와 하체를 한꺼번에 노려오는 공격. 일반적인 2년차 교육생이라면 여기서 최소한 1군데의 타격을 허용하고 이후 일방적으로 밀렸겠지만, 두 사람은 달랐다.
레나는 하단으로 들어오는 검을 발로 밟으면서 상단 공격을 검으로 빗겨 쳐냈고, 프레이야는 아예 앞구르기 텀블링 식으로 두 공격의 틈새를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4학년생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레나는 자신을 공격한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 팔꿈치로 한명의 갈비뼈를 강하게 찌르는 것과 동시에 검으로 다른 한명의 허리를 가격했다. 거기에 더해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며 다리후리기, 이어서 방금 팔꿈치에 맞은 교육생의 등을 다시 한번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프레이야는 착지하자마자 다시 뒤로 뛰면서 몸을 반바퀴 틀고, 그와 함께 검을 휘둘러 한명의 겨드랑이 부근에 검을 때려넣었다. 그리고 같은 편의 몸에 가려서 미처 공격을 못하고 있는 다른 한명의 품으로 뛰어들면서 다른 쪽 검을 명치에 찔러넣었다. 그렇게 네명이 쓰러지는데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사실 방금 쓰러진 네명이 4학년생 중에서 다소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2학년생 둘이 4학년생 네명을 순식간에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예선전이 종료될 때까지 정말 원없이 싸워볼 수 있었다.




[예선 종료. 반복한다, 예선 종료. 모두 검을 내리고 공격을 중지하도록. 이후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은 실격 처리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나와 프레이야가 그야말로 폭풍처럼 밀려드는 공격을 방어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 탈락자가 속출, 예선 종료가 선언되었다.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검을 늘어트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너무 지쳐서 뭐라고 말할 기력도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종료 선언 후 5초가 지나는 동안, 새로 일어서는 교육생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가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섰을 뿐이었다. 제한시간 5초가 끝나자마자 공용 실험장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가 교육생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고, 다시 분석 프로그램이 전체 참가자들 중에서 일어서 있는 사람을 식별하고 숫자를 추려냈다. 이런 식으로 본선 진출자가 확정되기까지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본선진출자는 총 21명으로 확인됐다. 그럼 어디보자... 흠, 11명은 16강으로 직행하고, 남은 10명은 1:1 대전을 거쳐 승자가 16강에 진출한다. 대진표는 확정되는대로 게시판에 공고하고 개별 통보도 할 테니 기다리도록 해라. 자, 다들 오늘 수고했다. 푹 쉬어라. 아, 그리고 의무반! 얼른 나와서 쓰러진 녀석들 치워! 저 놈들도 월요일엔 수업 들어야 할 것 아냐! 서둘러!]

마일로의 호령에 의무반이 헐레벌떡 실험장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레나와 프레이야는 예선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자 긴장이 풀렸는지 두 사람 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아, 하아...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 완전 개인전이라는 거 진짜 못할 일이구나."

"그러게, 처음에 너무 힘을 뺐나 봐. 그냥 적당히 흘리면서 시간만 끌걸 그랬나?"

탈락자들이 들으면 복장이 터질 만한 소리였지만, 프레이야와 레나가 하는 말은 자신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 4학년생 네명을 쓰러트린 게 너무 눈에 띄는 바람에 그 후에 셀 수 없이 많은 공격을 받아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완전히 피하거나 막아내지 못하고 타격을 받은 것도 몇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팔 다리에는 여기저기 멍이 들고 감각도 무뎌져 있었다. 만약 틈을 만든답시고 공격으로 전환했다간 본선 진출은커녕 30분도 안 되어서 바닥에 누웠을 것이다.

[아, 그리고 본선 진출자들도 의무반에 들러서 검진 꼭 받고 들어가라. 움직일 수는 있더라도 안쪽에 뭔가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기껏 본선에 올라갔는데 뼈에 금간 것도 모르고 나갔다가 뻗어서야 대대로 웃음거리 밖에 안 된다.]

마일로가 덧붙이는 말에 피식 웃으면서, 프레이야는 끄응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레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예선도 끝난 마당에 공용 실험장에 계속 주저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자, 그만 들어가자. 좀 쉬어야지."

"그래, 솔직히 지금 심정으론 저녁이고 뭐고 그냥 씻고 바로 자고 싶네."

"아, 그건 동감. 하지만 검진도 받아둬야지.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얼른 해버리자."




천천히 의무반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본 마일로는 팔짱을 끼고는 턱을 매만졌다. 프레이야가 간단히 탈락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 난전 속에서 살아남아서 본선에 진출한 것은 조금 의외였던 것이다. 타고난 감각이라고 할까, 확실히 소질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따금 보이는 불안정함이 문제였다.

"그런데, 저 녀석 스타일을 보면 어째 프레이식 검술은 좀..."

넌지시 조언을 해볼까 생각한 마일로였지만, 이내 그만 두기로 했다. 총장 입장에서 특정 학생에게 유별나게 관심을 두는 것은 여러모로 보기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마일로의 연줄로 입단 테스트도 건너 뛰었기 때문이 그 이상 프레이야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어려웠다.

"뭐, 정 안 되면 나중에 비밀 쪽지라도 보내면 되고."

...마일로의 엉망진창 센스는 노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본선 대진표는 이틀 후에 발표되었다. 16강 직행 여부는 예선전 다음날 제비뽑기로 결정되었는데, 레나는 직행, 프레이야는 21강(?)전을 해야 했다.

"조금은 행운이라는 걸 기대했는데, 역시 그렇게는 잘 안 되네."

"그런데 상대는 누구야? 흐음, 3학년... 쟝 볼리오..."

"시훈이 아는 사람이야?"

프레이야가 전달받은 대진표를 들여다본 시훈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프레이야와 레나는 시훈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정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훈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모르겠는데."

"뭐야, 방금 전에는 아는 것처럼 말했으면서. 기대하게 만들지 말라구."

"딱히 안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태도가 그랬잖아, 태도가."

"그건 네 생각이고."

"그 자세에 그 억양이면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해!"

또다시 말싸움에 들어간 레나와 시훈에게서 시선을 돌린 프레이야는 다시 대진표를 보았다. 결승전까지 가려면 쟝까지 포함해서 4명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시합은 일주일에 두차례, 첫 시합인 21강전은 바로 내일 방과후였다.




프레이야와 쟝의 시합은 21강전 마지막 경기였다. 앞서 벌어진 네 경기는 다들 실력차가 상당한 상대끼리 붙은 경우라 꽤나 싱겁게 끝나버렸고, 이번에도 2학년과 3학년의 시합이라는 점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승부는 뻔해보였다. 그래서인지 관람석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시작할 때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대련장에 들어선 프레이야는 숨을 크게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업이나 개별 대련을 위해 대련장에 들어온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상급생과 공식 대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었다. 긴장을 풀 겸 가볍게 스트래칭을 하고 있자니 정면의 문이 열리며 갈색 머리의 남자 교육생이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대련 시작 위치에 선 남학생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프레이야도 급히 마주 목례를 했고, 그 직후 방송이 흘러나왔다.

[3학년 쟝 볼리오와 2학년 프레이야 샤테니르의 시합을 시작한다. 시합은 한쪽이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혹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속행되며, 시합 중지 및 종료 선언 이후에 벌어진 공격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학생의 실격 처리 및 인성평점 감점 처리를 한다. 시합 시작!]

아까도 그랬지만 정말 할 말만 하고 순식간에 시작해버리는 안내방송이었다. 당황한 프레이야가 미처 자세를 다잡을 틈도 없이 쟝이 돌격해 들어왔다. 앗 하는 사이에 쟝은 프레이야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큭!"

검을 뽑아 받아내기에도, 피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프레이야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면서 오른손으로 오른쪽 허리의 검을 역수로 잡아 올렸다. 프레이야의 검이 반쯤 빠져 나온 순간 쟝이 휘두른 검이 충돌했다.
몸을 뒤로 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안정되지 않은 자세에서 검을 받아낸 프레이야는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쟝의 공격에 그대로 대련장 벽으로 날려졌고, 미처 자세를 고치기도 전에 또다시 쟝이 쫓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랐다. 튕겨져 날아가는 동안 검 두자루를 모두 뽑아든 프레이야는 왼쪽 검으로 쟝의 두번째 공격을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검을 찔러넣었다.

"?!"

프레이야는 장이 달려오던 속도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지만, 쟝은 몸을 비틀어 프레이야의 찌르기를 피하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의외의 공격에 프레이야는 또다시 바닥을 뒹굴었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쉴 틈은 없었다. 재빨리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전방을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재차 공격하려던 쟝이 멈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틈을 타 간격을 벌린 프레이야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빠르다... 지금 보여준 것만 봐서는 일단은 고속 돌격이 주특기. 게다가 그 상황에서 발차기가 나온 걸 보면 검술만이 아니라 격투도 상당한 수준으로 익히고 있는 모양이고, 한번 기회를 잡으면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방식인가 보네. 1년차가 이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날 줄이야...'

"이봐, 후배."

"...네?"

한창 정리중인 프레이야에게 쟝이 말을 걸어오자,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인 프레이야는 한발늦게 대답했다. 제대로 얼굴을 바라보니 쟝은 아직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어쩐지 얄밉다는 생각을 하는데 쟝이 말을 이었다.

"너 말이야, 왜 쌍검을 쓰는 거지?"

"그게 무슨 뜻이죠?"

혹시 프레이식 검술을 쓴다고 트집을 잡으려는 건가 싶어서 노려보려는데, 쟝의 표정은 시비를 걸 때 짓는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말이지, 쌍검을 쓰는 사람은 보통 좌우가 거의 따로 논다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좌우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지 않아? 상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히 검 두자루를 든 사람이 아니라 검 한자루를 든 두 사람을 상대하는 느낌이 드는 식으로 말이지."

프레이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니핀에서 앤과 대련할 때에도 앤의 움직임이 그랬다. 쌍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드문 것과, 제대로 쓰는 사람이 강자가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넌... 아직 배우는 도중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어. 내 친구 중에도 쌍검 쓰는 녀석이 있어서 조금은 아는데 말이지, 넌 사고 분리가 안 된다고 할까... 좌우의 분리와 연계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거든?"

쟝의 말을 들은 프레이야는 어쩐지 알 것도 같았다. 지금껏 프레이야가 써온 프레이식 검술은 그저 기술 하나 하나를 몸으로 직접 익힌 수준에 불과했고, 그것을 응용하거나 연계시킨 적은 없었다. 앤과 대련할 때에는 몇번 시도한 적도 있지만, 매번 헛점이 커서 반격의 실마리가 될 뿐이어서 기사단에 입단한 이후로는 그만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검 한 자루에 집중하는 게 어때? 그 편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좋지 않을까? 검 두자루를 쥔다고 무조건 강해지는 건 아니잖아."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일단 선배의 충고이니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지금 시합 중인데요?"

"응, 그런데?"

"시합중인 상대에게 그런 걸 가르쳐주고 지도해도 되나요?"

지금 프레이야와 쟝의 싸움은, 실전은 아니지만 엄연히 무투회 본선 시합이었다. 즉, 상대가 자신보다 강해서 좋을 게 없는 상황. 교관과 제자의 관계라면 또 모를까, 학년까지 다른 교육생이 시합 도중에 충고를 해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프레이야의 물음에 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가르쳐준다고 결과가 바뀔 것 같지도 않아서 말이야."

빠직.
프레이야의 이마에 십자 무늬의 혈관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즉, 쟝은 프레이야에 대해 '그 정도 쯤 가르쳐 줘도 이길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도 저런 식으로 대놓고 무시당하면 참기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프레이야는 아직 14살의 아이였다.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오아요, 그럼 어디 선.배.님. 말씀대로 해보죠. 각오하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프레이야는 왼손의 검을 쟝에게 던지는 것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하면,

"결국 져버렸네..."

프레이야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쟝의 도발 아닌 도발에 발끈한 프레이야가 돌격하고, 쟝의 초상능력인 바람에 휘말려 날려진 후 목에 검에 들이밀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시간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고, 정식기사들이 보기엔 어설픈 부분이 많았지만 둘의 공방은 상당히 치열했다. 폭풍처럼 오가는 두 사람의 검격과 격투술은 보는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은 프레이야의 눈에, 자신의 앞에 다가와 멈추는 두 다리가 보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 전까지 시합을 했던 쟝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수고했다. 대단하던데? 다시 봤어."

"그렇게 말해도 점수 따기엔 이미 글렀어요, 선배."

입을 삐죽 내밀면서도 프레이야는 쟝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프레이야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자니 쟝이 말을 이었다.

"아니, 진짜로 다시 봤어. 확실히 넌 쌍검보다 그냥 검 한자루를 드는 게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처음에 쌍검 쓸 때에는 빈틈이 꽤 많아 보였는데, 나중에 한자루 들고 덤비니까 오히려 틈이 없어지던걸?"

쟝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프레이야가 검 한자루를 버리면서 긴장감이 더 높아졌고, 그에 따라 집중력도 높아지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게다가 몸의 움직임도 쌍검을 쓸 때보다 더 부드러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엔 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생각에 프레이야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느닷없이 프레이야가 허리를 굽히자 쟝은 당황했다.

"뭐, 뭐야? 왜 그래?"

"고맙습니다, 선배. 덕분에 좋은 공부 했어요. 이걸로 방법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도 너 같은 후배 알게 돼서 기쁘다. 그럼, 다음 무투회 때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쟝은 웃으면서 대련장을 나갔고, 프레이야도 그 뒷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대련장을 나왔다. 대련장 밖에는 레나와 시훈, 길리엄, 프리드리히가 기다리고 있었고, 프레이야가 나오자 시훈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호라, 플래그? 이걸로 플래그 성립?"

"뭔 소릴 하는 거야!"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시훈의 머리가 거의 직각으로 꺾였고, 그 모습을 보며 다들 풉 하며 입을 가렸다. 레나는 한방에 시훈의 헛소리를 닥치게 만든 후 프레이야를 돌아보았다.

"수고했어. 아쉽네, 기왕이면 같이 계속 올라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하지만 꽤 좋은 경험이었어. 의외의 소득도 있었고."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때, 레나와 프레이야의 말을 듣던 프리드리히가 입을 열었다. 프레이야의 시합 도중 친구들 사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왔는데, 무언가를 알아온 모양이었다.

"그 쟝이라는 선배 말인데, 3학년 중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상위권에는 들어가는 모양이야. 상위권 10%... 그러니까 4학년 중에서도 그 선배보다 못한 사람도 꽤 있는 수준인 것 같던데."

"그 정도였어? 아니 잠깐, 그런데 어떻게 그런 걸 알아냈어?"

"우리 반대쪽 관람석에 3학년 선배들도 와 있더라고. 근처에 가서 얘기하는 걸 좀 들었지. 프레이야 너 생각보다 잘한다고 칭찬하던데?"

"그거 엿들은 거잖아... 뭐, 특별히 누구 피해준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한숨을 내쉬며 말하던 레나가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끝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행은 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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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투회 편은 이걸로 종료입니다 (...)
주인공이라고 처음부터 무턱대고 먼치킨이 되어버리면 재미가 없죠. 먼치킨이 되더라도 그건 나중에. 일단은 강해져가는 모습이 나와야...

그건 그렇고,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반쯤 플래그가 세워지는 상황이 되어버렸군요. 이런 걸 캐릭터가 멋대로 살아 움직인다고 하는 건가...
...그런데 어쩐지 건버스터의 스미스 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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