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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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리아 공화국의 수도인 그레이스메리아 인근, 동부 방공군 제8항공단 제28비행대의 주둔 기지.
오랫동안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의 군대가 그렇듯이, 이 기지의 군인들의 생활도 긴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말이지, 바에서 내가 계산하고 같이 나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이야...」

파일럿 대기실에서는 어제 외박을 다녀온 남자가 신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었다. 다른 동료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미 결혼한 몇명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지만, 그들도 살짝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나한테 묻더라고. 완전히 당황했지. 여기서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면 근성없는 놈이라고 생각될 테고, 그렇다고 냅다 모텔로 가자니 너무 선수 같아 보일 거 아냐. 그래서...」

『스크램블! 스크램블! 대기중인 파일럿은 즉시 기체에 탑승하라! 스크램블! 스크램블! 대기중인 파일럿은...』

돌연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긴급방송이 기지 안에 울려퍼졌다. 순간적으로 멈칫한 것도 잠시, 잡담을 나누던 파일럿들은 재빨리 대기실을 벗어나 라커룸으로 뛰기 시작했다. 굳은 표정, 긴장된 전신의 근육, 혼란스러운 머릿속. 일단 출격명령이 내려졌으니 나가면 무슨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모두들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 최흉의 악몽을 목격하게 된다.


 


「천사랑 댄스라도 추고 있어, 엄마.」

딸 마틸다의 조금은 건방진 인사에, 멜리사는 그저 웃으며 딸아이를 전송했다. 노란 스쿨 버스에 오른 마틸다는 창 너머로 멜리사를 보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마틸다의 11번째 생일. 학교가 끝나면 마틸다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 것이다. 멜리사는 떠들썩해질 집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라디오의 뉴스를 듣기 전까지는.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하며 멜리사는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고위 공무원이 퇴직 발언이라도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짚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틸다는 상상을 포기했다. 잠자코 뉴스에 집중하자,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슈트리곤 편대 주목.』

통신망에 퍼지는 낮은 목소리. 조용하지만 동시에 힘이 담긴 그 목소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간 수고 많았다. 그대들은 영광스러운 조국의 통일을 이끌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나라, 에스토바키아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 도시를 처음 보는 것일 터이다. 그래도 설마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을 테지만.

『이제 그대들의 힘을 만방에 알릴 때다. 그레이스메리아를 우리 손에 넣는다!』

힘차게 울려퍼지는 지령. 그와 동시에, 눈앞에 에메리아의 공군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수도는 정체불명의 전투기들에게 공격받고 있으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1999년 율리시즈가 낙하한 이후, 이웃국가인 에스토바키아가 내전으로 정신없는 동안 에메리아는 비교적 평온한 시기를 보냈다. 16년이 흐른 지금, 에메리아를 누군가가 침략할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처절한 굉음


하지만 지금, 바로 이순간, 멜리사의 눈앞에서 전투기들이 서로를 격추시키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커다란 땅울림


너무나 놀란 나머지 멍하니 서 있는 멜리사의 머리 위로, 붉은 색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멜리사에게는 그 색깔이 마치 피를 뒤집어쓴 것 같아 보였다.


세찬 바람───── 이것은 폭풍?


그리고 다음순간, 그 전투기에서 긴 연기와 함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안돼!」

멜리사는 깨달았다. 그 전투기가 어디를 향해 날고 있었는지, 그 진로상에 무엇이 있는지, 그 미사일이 지금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
그레이스메리아 시민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킹스 브릿지. 에메리아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그 다리로, 지금 붉은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멜리사는 딸의 통학 버스가 킹스 브릿지를 건너다닌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시간 즈음이면 버스가 킹스브릿지를 건너고 있다는 것도. 멜리사의 눈에 다리를 건너고 있는 노란색 차량이 보였다.

「안 돼, 안 돼, 안 돼─────!!!!!」

멜리사의 절규도 허무하게, 미사일은 킹스 브릿지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커다란 폭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킹스 브릿지가 붕괴했다.



 

『킹스 브릿지가 무너졌다!』

에메리아 공군 통신망에 울려퍼진 경악에 찬 목소리. 에메리아의 파일럿들은 지금 자신들의 처지도 잊고 킹스 브릿지를 바라보았다. 아니, 한때 킹스 브릿지라고 불렸던 구조물의 잔해를 보았다.

『맙소사...』

「다들 정신차려! 지금은 교전중이다! 살고 싶으면 놈들을 떨어트려!」

일순간 동작이 둔해진 아군을 다그치며 가루다-1, '탈리스만'은 필사적으로 적기를 쫓아다녔다. 에메리아 최고의 에이스인 그도 지금과 같은 절대 열세인 상황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대는 분명 에스토바키아의 에이스 편대인 슈트리곤. 파일럿도 기체도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그들을 상대로, 지금의 가루다 편대는 너무 무력했다. 실력만이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더라도, 기체의 차이는 메꾸기 어렵다. 더군다나 방금 킹스 브릿지의 붕괴를 목격한 대원들의 사기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는 고스트 아이, 전기 주목. 방공사령부에서 퇴각명령이 내려졌다. 즉시 그레이스메리아에서 이탈하라.』

「뭐? 그게 무슨 헛소리야!」

작전개시와 함께 아군을 서포트하던 조기경보기, '고스트 아이'에서 전달된 퇴각명령에 탈리스만은 경악했다. 지원은 못해줄 망정 포기하고 도망치라고? 그게 군인이 할 소리인가!

『가루다-1, 자네가 어떤 심정인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명령이다. 퇴각하라.』

「미친 소리 하지 마! 수도를 우리 손으로 버리라고?!」

『지금 적기 제 2 파가 탐지되었다. 또한 그 후방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기영(機影)이 확인되었다. ─────이곳에서 죽으면 후일을 기약할 수도 없다. 가루다-1, 퇴각하라.』

탈리스만은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리고 자신의 편대는 분명 에메리아 최고의 에이스다. 지금 자신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레이스메리아 뿐만 아니라 에메리아 전역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가루다-1이 가루다 편대에게. ─────퇴각한다. 즉시 이탈하라.」

『하지만 대장!』

「시끄러! 방금 교신 내용 들었지?! 우리가 죽으면 누가 싸울 수 있겠나! 어서 퇴각해!」

그순간, 멀리서 긴 꼬리구름을 이끌며 무언가가 날아드는 것이 탈리스만의 눈에 보였다.

『뭐지 저건?』

「미사일이다! 전기 회피!」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탈리스만은 미사일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기수를 내려 지면에 닿을락 말락한 높이로 날기 시작했다. 그를 노리던 미사일은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지면에 처박혔지만, 다른 대원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통신망에 퍼지는 절규와 비명, 그리고 그것을 집어삼키는 커다란 폭음을 들으며, 탈리스만은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나는 것도 모른 채, 탈리스만은 어느새 반으로 줄어든 편대를 이끌고 그레이스메리아 상공을 벗어났다.



 

「군이 퇴각하고 있다고?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하늘에서 점차 줄어드는 에메리아 공군기의 숫자.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지상군.
그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동요는 곧 공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하지만 킹스 브릿지가 붕괴한 지금 탈출로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탈출하지 못한채 그레이스메리아는 함락되었다.
슈트리곤 편대가 그레이스메리아 상공에 출현한지 단 12시간 만의 일이었다.


 


며칠 후, 한 남자가 그레이스메리아 철도역에 도착했다.
에스토바키아의 군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은, 우울한 기색이 보이는 눈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지붕이 무너진 철도역, 사람이 사라진 거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조용히 걸려있는 에스토바키아의 국기.

「......슬픈 곳이로군.」



 

한달동안, 멜리사는 미친듯이 딸을 찾아 헤맸다.
마틸다가 탄 통학 버스가 그 순간 킹스 브릿지를 지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본 버스가 반드시 그 버스라는 보장은 없었고, 멜리사는 그 사실에만 매달려 필사적으로 딸을 찾아 다녔다. 시청으로, 병원으로, 광장으로... 나중에는 딸의 생사가 아니라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다는 심정에 전투가 벌어진 지역까지 돌아다녔다.
하지만 멜리사가 본 것은 전투의 흔적들 뿐이었다. 부서진 장갑차와 전차, 내버려져 부패해가는 군인의 시신, 불타버린 짚차, 격추된 전투기의 잔해...

희망을 잃고 길거리에 주저앉은 멜리사를, 시민 몇명이 데리고 도착한 곳은 학교 건물이었다. 이미 몇년전에 폐교되어 재건축 결정이 내려지고 얼마후 철거될 예정이었던 그 건물에는, 지난번 전투로 갈 곳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멜리사도 그곳에서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멜리사는 층계참에 앉아 마틸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귀여운 딸아이, 조금 건방져 보이지만 생기발랄한 것이 보기 좋았던 그 얼굴, 그러고보니 생일잔치 못했네...
그 때, 층계 밑 탁자에 놓인 라디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사와 댄스라도 추라구, 아저씨.』

그 라디오는 분명히 에메리아 공군의 일반통신 주파수에 맞춰진 상태였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무선통신 전문가가 있어서, 혹시 전황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에메리아 공군의 주파수를 감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주파수에서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놀란 멜리사가 움찔하는 사이, 마틸다의 목소리에 이어 낯선, 하지만 강인한 느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복수할 시간이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방금전까지 건물에 가득차있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두들 라디오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전군 진격개시!』



 

「그레이스메리아까지는 일직선이다. 길 잃을 걱정은 하지 마라.」

탈리스만은 농담섞인 말로 편대에 지령을 내렸다. 지난 전투로 잃은 대원들을 대신해 편입된 신참들은, 이번이 첫 실전이었다. 상황에는 안 어울리더라도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고스트 아이가 가루다 편대에게.』

고스트 아이, 에메리아의 조기경보기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체. 그리고 탈리스만의 좋은 이해자. 그도 역시 이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다.

『항공부대 일부가 지원을 하기로 되어있다. 전황에 맞춰 지원을 요청하도록.』

「라져. ...지난 전투 때에는 고마웠다, 고스트 아이.」

고스트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 경고나 상부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일 뿐이었다. 그 외에 전투에 필요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 그였다. 그렇기에, 탈리스만은 씨익 웃으며 그대로 편대를 이끌고 그레이스메리아를 향해 날아갔다.
힘차게 날아가는 가루다 편대를 보며, 고스트 아이의 기장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좀 군대다워졌군...』



 

『저건... 새의 엠블렘─────!!!!!』

에스토바키아의 파일럿은 미처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미사일의 밥이 되었다. 에스토바키아 공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새의 엠블렘, 에메리아의 최고 에이스, 『가루다』가 그들앞에 나타난 것이다.

『젠장, 떨지 마! 아무리 가루다라고 해도 사람이다! 잡을 수 있...』

동료들을 격려하던 그 목소리도 중간에 끊겼다. 이제 그 하늘에는 용을 잡아먹는다는 신조(神鳥)와 그 먹잇감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레이스메리아의 에스토바키아 주둔군 사령부.
주둔 사령관과 중년의 장교에게, 한 젊은 장교가 절도있는 경례를 올렸다. 젊은 장교는 중년의 장교를 신뢰와 경외감이 가득찬 눈길로 한번 바라보고는, 사령관에게 자신이 파견된 이유를 밝혔다.

「제가 파견된 것은, 『그』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레이스메리아 서쪽의, 에메리아 지상군 방어선.
에스토바키아의 맹공에 에메리아 지상군은 패퇴를 거듭, 어느덧 영토의 절반을 넘겨주고 있었다. 패색이 짙은 현재 상황에, 모든 군인이 희망을 잃고 있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가루다 편대의 승전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 카드 놀이를 하고 있던 맥나이트 중사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카드를 바닥에 내던졌다. 어리둥절해하는 동료들에게, 맥나이트 중사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이 지켜주는 한,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어.」

그 말을 들은 동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고, 모두들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되찾는다. 반드시.」


 


「도망치십시오, 한시라도 빨리. 이 도시에서.」

「왜요? 무슨 일이에요?」

에스토바키아의 군복을 입은 장교는 여성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에메리아 서부의 한 피난시설.
일종의 난민 수용소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늘 감돌고 있었다. 그들에게 들려오는 것은 연이은 패전 소식뿐. TV전파 송출도 중단된 상황에서, 에메리아의 라디오 방송들은 모두 절망적인 소식만을 알려오고 있었다. 어른들은 더이상 라디오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라디오는 그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속보입니다! 믿음직한 자들이 돌아왔습니다!」

기쁨에 찬 아나운서의 목소리.

「우리 에메리아의 최고 에이스 편대, 가루다 편대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얼마전 첫 반격전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입니다!」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라디오 아나운서는 들뜬 목소리로 계속 말하고 있었다. 첫 반격에서 거둔 압도적인 승리, 지상군의 반격 움직임, 에스토바키아의 전진 중단...
잠시후, 난민수용소는 환희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제군,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붉은 색으로 도색된 전투기 편대.

『내가 슈트리곤의 편대장을 맡게 되리란 생각은 못해봤다. 그래도 다들 잘 부탁한다.』

겸손한 말. 하지만 슈트리곤의 대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들의 옛 편대장, 보이체크 중령 이상의 실력자라는 것을.

『우리들의 목적은 가루다 편대의 섬멸이다.』

그들의 뒤편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비행기가 4대나 떠 있었다. 게다가 그 중 한대는 다른 기체들의 두배는 되어보였다.

『우리들 『적색의 마법사』 앞에서는 신조(神鳥)도 햇병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자.』

슈트리곤 편대의 눈앞에 에메리아 전투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루다-1은 내가 맡겠다.』

그 말과 함께, 슈트리곤-1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간다, 가루다-1!』


 


『전기 주목.』

에메리아 공군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은 마지막 승부.
전쟁을 더이상 지속하는 것은 위험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전화에 휩싸여 물자 조달이 어려워진 에메리아로서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야만 했다.

『모두들, 힘든 싸움에 지쳤으리라 생각한다.』

눈앞에 적 편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스토바키아의 최강 편대, 슈트리곤.

『하지만, 마지막 힘을 내주길 바란다. 이번 전투로 우리의 싸움은 끝날 것이다.』

슈트리곤 편대의 뒤편으로 거대 기체가 보였다. 공중항모 아이가이온, 호위기 규게스, 전자지원기 콧트스.
그 모두를 시선에 담으며, 탈리스만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오늘, 수도를 탈환한다.』


 


『에메리아 공군 여러분, 제 말이 들립니까?』

전투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되어, 공용 통신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저는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약간 떨리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인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 주저하는 듯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꼭 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그레이스메리아의 하늘에 퍼져나갔다.



 

『작전 사령부에서 긴급연락』

고스트 아이의 교신이 아니었다. 고스트 아이의 시스템을 이용한, 사령부의 직접 통신.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가루다 편대는 이어지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 하늘에서 자네들의 죽음은 의미가 없다. 즉각 공격을 중단하고 귀환하라.』

『이거 혼선된 거지?!』

『무슨 개소리야!』

혼란스러워하는 가루다 편대의 파일럿들.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탈리스만은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교신에 응했다.

「가루다-1이다. 방금 지령은 수신하지 못했다. 우리는 작전을 속행한다.」

『가루다-1! 무슨 말인가! 이건 명령이다!』

「이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탈리스만은 죽은 전우를 떠올렸다.



 

「패배의 뒤에, 무슨 미래가 남아있단 말이야...」

그레이스메리아가 함락된 직후, 퇴각에 성공한 가루다 편대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하들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그리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는 패배감에 휩싸인 탈리스만은 임시 주둔기지의 대기실에서 주저앉아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 누군가 앉으며 말을 건넸다.

「칠흑같은 어둠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아침이 찾아오기 마련이야.」

피곤한, 어두운,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얼굴. 늘 미소를 잃지 않기에 누구나 좋아하는 가루다-2. 그의 둘도 없는 전우였다.


 


그런 그도 방금 전 죽었다. 아이가이온을 파괴하기 위해 분대를 이끌고 돌격한 그는, 슈트리곤과 아이가이온, 규게스의 협공을 견디지 못하고 격추되었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전우의 얼굴을 그리며, 탈리스만은 말했다.

「그러니, 지금와서 멈출 수는 없단 말이다!」

『명령 불복종이다! 알고는 있나!』

「잘 알고 있어.」

탈리스만은 또 한명을 생각했다. 킹스 브릿지 건너편에서 발견되어, 우연히 퇴각하는 지상군에게 구조된 소녀. 수도가 함락되고 나라의 절반이 적에게 점령되었다는 사실에도 생기를 잃지 않던 소녀. 늘 자신을 보며 『아저씨는 에이스지? 그럼 가서 다 눌러버려!』라고 외치던 소녀. 그 소녀의 말버릇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천사와 댄스 타임이다─────!!!!!」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니다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싸우고자 하는 의지

내일의 희망을 위한 투지







"Let's go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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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컴뱃6의 신규 트레일러를 본 후 머릿속 한 구석에서 그 내용이 맴도는 터라, 이참에 한번 트레일러 내용을 텍스트화 해봤습니다. 물론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여기저기 각색한 부분은 제법 있습니다. -_-a

...반다이에선 에이스컴뱃6의 한글화 예정은 없다고 했다더군요.
엑박360 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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