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 본 포스팅에는 게임 CROSS†CHANNEL의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후에 게임을 플레이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은 가급적 읽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CROSS†CHANNEL - CROSSING

작사 : 田中ロミオ (다나카 로미오)
작곡 : Funczion
노래 : Marica



군죠(群靑) 학원.
언젠가부터 세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광기, 그 광기를 마음에 담은 - 상처를 가진 - 아이들을 모아놓은 교육시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의식조차 유지하기 힘든 그 곳에서,
방송부는 몇 안 되는 유의식자(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중 하나였다.
본래부터 타인과의 교류가 어려운 사람들. 자연히 방송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원들간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비밀리에 강행한 여름방학 합숙에서... 방송부의 인간 관계는 완전히 파탄난다.
슬픔, 괴로움, 아픔, 분노... 이런 감정을 품은 채 합숙에서 돌아온 그들이 마주친 것은,
모든 인간이 사라져버린 세계였다 ────────


이 게임은 루프(Loop)물이다.
방송부원들이 합숙에서 돌아온 직후의 일주일, 이 기간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엮이고, 틀어지고, 맺어지고, 부서진다.

루프물의 특성 상,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제대로 엔딩 보기가 힘들다.
(특히나 스토리를 이렇게 꼬아놨다면, 혼자 힘으로 엔딩을 보려면 한달은 훌쩍 넘어갈지도...)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니 세는 것이 불가능한 반복되는 일주일.
그 속에서 특정 장소만이 루프에서 벗어나,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여, 다시금 붕괴와 파멸을 경험한다.

애초에 타인이 사라져버린 세계에서, 더군다나 뒤틀린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이 기적인 것이다.
최초의 - 어쩌면 최초가 아닐 수도 있는 - 일주일에서는, 어떻게든 화합을 이루며 일주일을 보낸다.
그리고 그 후의 루프된 일주일은 파멸의 연속이었다.

닿지 않고, 닿지 않으려 하고, 닿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스스로 붕괴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이에, 아주 잠깐, 아주 조그만 교차점.
그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교차가, 단절된 사람들을 연결해주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도 혼자, 살아가는 것도 혼자, 죽는 것도 혼자다.
다른 누군가와 항상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만나는 것, 그 삶이 교차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CROSS ────────
단절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방송이기에, CROSS CHANNEL ────────



=====================================================이 아래는 미리니름 다량 함유(?)=====================================================




솔직히, 이런 부류(성인용)의 게임을 하다보면 대체로 연민의 정이 드는 것은 여성 캐릭터이다.
(銀色, 月姬, Phantom : Phantom of Inferno 등)

그런데 예외적으로, 이 게임에서는 남자 주인공-쿠로스 타이치-이 문자 그대로 불쌍해죽겠다. (...)

후반부 들어, 사람이 사라진 이 세상이 또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합숙에서 돌아오며 주인공이 자신의 눈으로 공간의 교차점을 '보았기' 때문에, 혼자뿐인 세상을 원했지만 동시에 완전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모두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도.
그 후,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으로 한명씩 부원들을 본래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그들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가슴이 아팠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만든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반신(半身)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마저 돌려보내기 위해, 그 사람을 상처입히고, 의지를 꺾고, 돌려보내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다시 세운다.
그리고 허공에 외친 절규.

모두를 본래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남은 세상.
사람도 없고, 물고기도, 새도, 곤충들마저 사라져버린 세상.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혼자뿐인 세상에서, 타이치는 점차 무너져간다.
마음속에 있는 괴물 때문에 사람을 멀리해 왔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도 사람이었다.
단 한순간의 교차조차 없는 세상에서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되돌아가기 위해 찾아간, 루프에서 벗어난 장소 - 본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 - 인 사당.
사당에 존재하던 공간의 뒤틀림은 사라져 있었다.
교차는 끝나, 과거에 교차했다는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돌아갈 곳이, 도망칠 곳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 사실에 분노하고 절망하며, 동시에 마음속의 괴물이 사람들을 해칠 수도 없어졌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는다.

사람은 그저,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
장소도, 성격도, 성별도 관계없다.
있어 주기를 바란다.
사람은 사람이 있어 주기를 바란다.
보다 가깝게, 느끼고 싶어한다.
손을 뻗은 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심.
그것을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를 부른다.
전화로. 말로. 편지로. 태도로.
……무선으로.
어디선가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그것을 바라며.


난 사람이다.
아아.
믿기지 않는다.
깊은 의식에 교란당해,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파괴해버리는 나다.
도움을 충동적으로 거부하는 존재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살 수 있게 된다.
그 충족감으로, 난 살아갈 수 있다.
게이트가 사라져, 세계는 변해갈지도 모른다.
여기는 교차점.
지나쳐버리면, 잔상만이 아름답게 남는다.
환상이 되어 사라져야 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얼마 정도 남았을까?
다음주일까?
다다음주일까?
내년일까?
……내가 죽는 것하고, 어느 쪽이 빠를까?
죽을 수는 없다.
죽으면 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분은, 사라져버리니까.
「……살아주겠어」
살아남자.
최후의 날까지.
그리고 기도한다.
내가 고유의 수명을 끝내기 전까지, 부디.
이 하늘이 사라지기를.


마음 속의 괴물마저 사라지고, 스스로가 자신을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된 타이치.
사람으로 존재하기에, 사람에게 닿기 위해, 매번 반복되는 일주일 속에서 사람들을 향해 방송을 이어간다.


「여기는 군죠학원 방송부」
비록 소용없는 짓이라 하더라도.
끈질기게 살아가겠다.
힘차게 말을 내뱉었다.
「살아있는 분, 계십니까?」
「만약 계시다면 들어주세요」
「지금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 모릅니다」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모든 분들께, 전 말씀드리겠습니다」
「……살아주세요」
「그냥, 살아주세요」
「계속 살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것은 단순한 제 부탁입니다만」
「만약 이 목소리를 듣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가 외톨이는 아니라는 뜻이니까」
「듣고 있는 분이 존재하는 그 순간, 비록 느끼지는 못해도, 저와 당신이 연결된다는 뜻이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혼자서 태어나, 혼자서 죽습니다」
「다른 사람과 친해져도, 본질적으로는 혼자입니다」
「서로 마음이 통해도,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이란 건, 외로운 일입니다」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느냐는……중요한 일이죠」
「그것을 위해……타인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누군가와의 추억이 있나요?」
「그것은 귀중한 것입니다」
「결코 잊지 말아주세요」
「고독과 싸우는 사람의, 유일한 버팀목이니까요」
「제가 바라는 것은, 가까이 있어주는 누군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당연한 일마저 보증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전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요」
눈을 감는다.
만감의 교차를 담아.
「여기는 군죠학원 방송부」
「살아있는 분, 계십니까?」
기도했다 ───
「그럼 다음주에 보죠」





「……이 방송……듣고 있는……분……계십니까?」
「여기는 군죠학원 방송부」
「이번주도 갑니다―」
「제 몇회였더라, 뭐 아무렴 어때」
「제 5회 아니면 6회입니다, 아마도」
「별탈없이 살아 계십니까? 건강하십니까?」
「전 건강합니다」
「……잘 먹고, 잘 살아있습니다」
「뭐랄까……실은 필사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가지를 알게 되고……」
「옛날에 알고 싶어했던 것이,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럽니다」
「……」
「최근 생각한 것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조건없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겁니다」
「그것이 중요하단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전 주변 사람들을 무가치한 걸로 취급하고, 쭉 깔보아 왔습니다」
「거리를 두고, 대화하지 않고, 혼자 지냈습니다」
「흥미가 없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것뿐이지……바라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어떤 사람들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좋아한다」
「그걸로 괜찮다면서」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그러지 않으면……당연한 듯이 곁에 있는 상대를, 가족이나 형제를, 그런 이유를 달아야만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그것을 이해한 순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계속 말을 걸고 있습니다」
「대답은 없어도 됩니다. 들어만 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러므로……전 여기에 있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당신이, 설령 그 누구라 해도」
「전, 분명히 있습니다」
「다음주에 보죠」





「맛있는 밥들 들고 계십니까, 군죠학원 방송부입니다」
「순조롭게 생존중. 사람은 혼자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계십니까?」
「……마음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마음은 살아가기 위한 기능」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의 영역은 결코 넓어지지 않죠」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은, 거리를 두고 태어납니다」
「타인을 이용하는 건 괜찮습니다.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타인과 동화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당신과 제가 접할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약한 마음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합니다」
「겹쳐지려 합니다」
「의존하거나, 예속되거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과 타인의 사이에 접점을 만들려 합니다」
「그래도 말이죠, 그거 불가능합니다」
「사람은 혼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혼자니까요」
「그 단절감은, 절망적인 거리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견디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전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주에 또, 이렇게 방송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주도, 또 그 다음주도」
「죽을 때까지」
「제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당신이 거기에 있어 준다면……전 기쁠 겁니다」
「삶의 보람이 되니까요」
「그럼, 다음주에 보죠───」





「여기는 군죠학원 방송부입니다」
「살아있는 분, 계십니까?」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얘기한 적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안 나서……」
「그래도 분명히, 전 이 일을 얘기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예전에, 전 죄를 저질렀습니다」
「친구를 죽게 했습니다」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결과적으로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옛날, 저를 상처입힌 사람 중 하나였죠」
「기억을 잃고,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기억과 함께 죄도 사라져버린 듯 행동했죠」
「처음엔 저도 몰랐습니다. 꽤 오래 전의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그 녀석에게 받은 상처는, 지금의 저에겐 전혀 대단한 게 아닙니다」
「불초 쿠로스 타이치, 쓴 맛도 단 맛도 모두 본 영 어덜트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아무리 해도 그 녀석을 친구로서 보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물건처럼 봐버리게 되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다, 그런 감정론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안에서, 그 녀석의 가치가 변해버린 것은 확실합니다」
「아니……변한 게 아니라……무가치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를 잃어버린 거죠」
「그 녀석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은 순간, 용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죠」
「죄는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 둘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녀석의 죄 자체는……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평소처럼 농담으로 흘려듣고, 계속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습니다」
「어째서 그 때 '신경쓰지 마'라고 말할 순 없었던 걸까……가끔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제가, 비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사람과의 다툼 없이 길러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다투기 위한 친구를 상처입히고 없애버렸습니다」
「……그것이……제 딜레마입니다」
「기억이 없어져도, 과거에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입어도, 상처를 입혀도」
「……서로 친구로서 지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자살은 할 수 없습니다. 자살만은」
「가끔 제가 인간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상처입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세계에서 사람이 사라지고……일주일」
「혹시 내 탓은 아닐까, 여러모로 생각도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놈이니까요, 저」
「그런 저와 항상 어울려주는 친구들 모두에겐, 이른바 감사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괜찮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소중히 대해도 괜찮습니다」
「내일……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저에겐 아직 친구가 있습니다」
「관계를 쌓아올리는 것은,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괴로울 뿐, 아름답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분도 아직 어디엔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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