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직장을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출근할 때는 맑았기 때문에 우산은 집에 있는 상황.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우산을 하나 사기로 했다. 마침 전에 산 우산이 뭔가 싸구려틱해서 새로 하나 사고 싶기도 했고.
들어가서 우산을 고르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한말씀 하신다. '거기 일회용 우산도 있어요.'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까 들어오고 본 우산들이다. 일회용이라... 하나 들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3,500원이란다. 일회용 치고는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라? 가격이 어째 낯익다. 잠시 생각해보니...
아하, 내가 전에 가격도 싸고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데 뭔가 재질과 상태가 싸구려틱하다고 생각하던 그 우산과 동급의 우산들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우산을 하나 샀다. 가격은 8,900원. 그 우산을 펴들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어렸을 때에는 일회용 우산이라고 하면 정말로 한번 쓰면 더는 못쓸 그런 물건이었다. 몸통은 대나무로 만들었고, 우산살은 굵은 철사에, 비닐은 충격에 약해 조금만 세게 눌러도 찢어지는 파란 비닐로 된 그야말로 일회용 우산들. 몸통 내부에는 나름대로 굵은 철사를 이용해 스위치도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나는 한번 쓰고 버리는 놈이오!'라고 외치는 듯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한번 쓰고 나면 정말로 미련없이 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팔고 있는 일명 '일회용' 우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구조가 단순하고 우산살에 칠도 되어 있지 않으며 스위치도 부실해서 가끔 몸통 안쪽에서 걸려서 안 나오기도 하지만, 엄연히 몇번이나 재사용 가능한 재질로 되어 있다. 이런 것을 일회용이라고 팔고 있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싶었다.
그러면서 또다른 생각도 들었다. 20년도 안 되어서 세상은 지나칠 정도로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이게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100년? 1,000년?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구에 묶여 살면서, 오직 지구에 있는 자원만 파헤쳐 소모하는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문득 예전에 본 이스터 섬에 대한 다큐멘터리 내용이 생각나면서 괜시리 씁쓸해졌다.
집에 돌아와서 일회용 우산 이야기를 하니, 동생이 요즘 파는 비닐 우산을 일회용이라고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과연, 그렇겠구나. 하지만 그런 것을 일회용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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