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큭!"

시영은 머리 위에서 내리쳐지는 한주의 플랑베르주를 블레이드와 총검을 동시전개해서 머리 위에서 교차시켜 간신히 막았다. 플랑베르주는 에너지 블레이드이고, 근접용 에너지 무장은 실체 무장에 비해 중량이 가벼워서 위에서 내리치는 공격은 약하기 마련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한주의 공격은 시영이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시영이 위에서 짓누르는 힘에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의 옆으로 돌아간 렌화가 피스톨 두정을 한주에게 연사했다. 한주는 플랑베르주를 회수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본 렌화가 왼손의 피스톨을 어설트 라이플로 변경해서 사격을 이어갔지만 한주는 교묘하게 회피하며 빗나간 탄환들이 뒤편에 있던 IS들에게 명중하도록 만들었고, 렌화는 결국 사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시 공격준비를 하는 시영과 렌화를 보며 한주가 입을 열었다. 전투자세는 잡고 있었지만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제법이군. 이렇게까지 버틸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건 내가 할 말이야. US가 공표된지 이제 반년도 안 됐는데 그 조종 실력은 대체 뭐야? 당신 혹시 테스트 파일럿이었나?"

렌화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한주에게 물어보았고, 그 말에 전투 중임에도 한주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통증을 참는 듯한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반응까지 합쳐져 있었다.

"끄응... 당신, 뉴스도 안 봐? 라그나뢰크는 원래 US 테스트를 위해 고용된 테스트 파일럿 집단이었다고."

한주의 면박에 렌화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못했고, 곁에 있던 시영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렌화를 흘겨보았다.

"어쨌든 여기 모인 IS 파일럿들은 정예만 간추렸나 보군. 꽤 힘든 상황이 됐어."

파일럿들이 정예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라그나뢰크 A-1팀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 맞붙었을 때 이미 120 : 100 이었던 기체 수가 지금은 90 : 50까지 줄어있었다. 기본적으로 A-1팀이 숫적으로 열세이다보니 가끔 발생하는 2:1 상황에서는 대부분 속절없이 격추되었고, 그러면서 병력 차이가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렌화와 시영은 이대로라면 다른 곳에서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한주는 아직까지도 여유를 잃지 않은 채였다. 표정도 방금 전보다 한결 나아 있었고, 그 얼굴을 본 시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안 됐군. 너희는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어."

"뭐? 그게 무슨..."

렌화가 한주의 말을 미처 되묻기도 전에, 전장 바깥에서 수많은 탄환이 날아들어 IS들을 공격했다. 대부분의 IS들은 하이퍼 센서의 경고를 보고 회피하는데 성공했지만 일부 기체들은 회피 도중 상대하던 US의 공격을 받거나 그 공격을 회피하느라 반응이 늦어져 격추당했다. 하이퍼 센서에 표시된 150기에 달하는 US가 접근 중이라는 정보에 시영은 말문이 막혔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 US들-라그나뢰크 A-2팀-은 A-1팀의 US들과 합류해서 일방적으로 IS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한 대의 US가 한주에게로 접근했다.

"늦지는 않았나 보군. ...괜찮아?"

"그래, 괜찮아. 그리고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어. 손실이 제법 있기는 했지만 덕분에 교훈은 됐네."

표도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 한주는 다시 시영과 렌화를 돌아보며 말했다. 처음부터 지는 것은 생각도 안 했다는 듯한 태도였다.

"자, 전세 역전이군. 90:200,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너무나도 여유만만한 표도르와 한주를 보며 시영과 렌화는 이를 갈았다.




같은 시각, 시우는 중국 산시(山西)성 진중(晉中)시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은황, 지금 IS와 US가 전투를 하는 곳이 정확히 중국 어디지?"

시우는 사실 IS들이 전장으로 선택한 곳이 어디인지 제대로 몰랐다. 시우에게도 통보가 가기는 했지만 메시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삭제했고, 시영이 소장과 통신을 주고받을 때 어렴풋이 듣기는 했지만 귀기울여 들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중국 칭하이 성, 시닝 시와 칭하이 호(湖) 사이에 있는 중국 인민 IS 연구소입니다.]

은황은 시우의 질문에 대답하며 바이저 내부에 방향과 거리를 띄웠다. 지금 속도라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시우는 또다른 것을 물었다.

"현재 전황도 알 수 있어?"

[작전 참가중인 IS의 코어로부터 코어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정보 공유 시도. 접속 확인, 공유 완료. 현재 IS 잔존 기체 87기, US 잔존 기체 196기.]

"제길, 차이가 두배가 넘잖아. 누나, 그러니까 홍천은? 무사해?"

[적 US와 교전중. 레일건 파손 외에 특별한 손상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발, 늦으면 안 돼!"

시우는 시닝을 향해 한층 더 속력을 올렸다.




"아아악!"

"제길, 이 자식 어떻게 되어먹은 녀석이야?!"

"누가 이쪽 좀 도와줘!"

- 여기도 부족해 죽겠는데 어떻게... 아앗!

A-1팀과 합류한 라그나뢰크 A-2팀은 그 숫자를 살려 IS들을 철저하게 압도해갔고, 그 중에서도 표도르의 펜리르(Fenrir)는 컨셉부터 다수와의 전투를 상정하고 만든 기체이다보니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12개의 비트를 날려 움직임을 봉쇄한 후, 실드를 관통할 정도의 고출력 레이저 라이플로 치명타를 노리는 전법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늑대 그 자체였다. 물론 IS 파일럿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서 비트의 절반을 떨어트리는데 성공했지만 남은 6기로도 퇴로를 봉쇄하고 행동을 제약하는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펜리르는 IS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요소를 또하나 가지고 있었다.

"망할, 도대체 왜 안 열리는 거야!"

"큭, 무장 전개만 가능하면...!"

"뭐가 문제야, 대체?!"

A-2팀이 전투에 끼어든 직후, IS 파일럿들은 확장영역에 보관되어 있는 무장들을 전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IS의 기능에는아무 문제가 없었고 코어 역시 모든 기능이 정상이라고 보고하고 있었지만 확장영역을 개방하려 하면 에러와 함께 사용불능 메시지가 출력되고 있었다. 시영이 이 사실을 처음 깨달은 것은 탄환이 바닥난 어설트 라이플의 탄창을 교체하기 위해 확장영역에 들어있는 탄창을 꺼내려고 했을 때였다.

"어떻게 된 거지?"

시영의 동작이 멈춰지자 한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팔등에 장착된 머신건을 발사했고, 시영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다시 한번 확장영역을 개방했지만 이번에도 실패 메시지만 떠올랐다. 시영은 혀를 차며 머신건을 수납하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에러 메시지가 뜨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영, 뭐하는 거야!"

생각에 빠지는 바람에 움직임이 느려진 시영을 향해 채찍 형태로 변형된 한주의 에너지 블레이드가 날아들었고, 중간에 끼어든 렌화가 공격을 받아냈다. 에너지 윕(whip)이 휘감기지 않도록 솜씨좋게 쳐낸 렌화는 성난 표정으로 돌아보며 소리쳤지만 시영은 그 후에도 몇초간 하이퍼 센서의 정보를 확인한 끝에 확신을 내렸고, 맞은편에서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끝낸 한주를 보며 말했다.

"확장영역을 못 쓰게 만들었지?"

"뭐? 시영, 그게 무슨 소리..."

"당신네 동료 팀이 합류한 이후부터 갑자기 확장영역을 쓸 수 없게 됐어. 수납된 무장을 전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전개된 무장을 수납하는 것도 안 되던데. 하지만 당신과 한창 싸울 때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걸 보면 나중에 온 당신네 동료 US 중에 그런 기능을 가진 기체가 있다는 얘기겠지."

시영의 말에 렌화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주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네 기체가 정비 불량이라는 이유는 아니고?"

"그럴 리는 없어. 출격 직전, 그리고 여기 도착해서도 전투 직전에 점검을 반복해서 이상 없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다시 보니, 여기 있는 US들은 모든 무장을 외부 파일런에 장착한 채 바꿔드는 식으로 전투를 하더군. 그 방법은 확장영역을 사용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는 적지만 대응 속도가 약간 떨어지지. 하지만 그런데도 그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라그나뢰크는 이미 확장영역 사용불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뜻인 동시에, 역시 그 상황에서는 US들도 확장영역을 쓸 수 없다는 뜻도 돼."

"제법 괜찮은 추리로군.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그런 결론을 찾아내다니 놀라워. 어때, 우리 쪽으로 오지 않겠어?"

느닷없는 한주의 스카웃 제의에 렌화와 시영은 어안이 벙벙했고, 그 모습을 본 한주는 재미있어하며 말을 이었다.

"하핫. 농담이다, 농담. 아무렴 설마 내가 IS 파일럿을 아군으로 하려고 할까.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 짓거리를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그래, 네 말대로 아까 도착한 멤버들 중에 확장영역을 틀어막는 기능을 가진 US가 있지.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도 너희들이 뭘 할 수 있지? 100기가 넘는 US 중에서 그 기능을 가진 기체가 어떤 것인 줄 알고 찾으려고? 알아챈 건 대단하지만 알아봤자 소용없는 정보여서 안 됐군. 그리고..."

거기까지 말한 한주는 날카로운 눈으로 시영을 노려보았다. 얼음으로 된 칼날같은 그 눈빛에 시영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렇게 눈치빠른 사람이 적진에 있어서 좋을 건 없겠지. 넌 지금 죽어라."

한주의 말이 끝난 순간, 시영은 어느 틈엔가 5개의 비트가 자신과 렌화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비트가 없는 방향은 한주가 있는 정면뿐이었다. 당했다는 생각에 시영이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누나아아아아아!!"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날아온 레이저가 비트 3개를 파괴했고, 그 틈에 시영과 렌화는 남은 비트의 사선(射線)에서 벗어났다. 방금 전 공격이 자신의 뒤편에서 쏘아졌다는 것을 눈치챈 한주는 재빨리 몸을 돌리며 대검 형태의 플랑베르주를 휘둘렀고, 코앞까지 접근한 은색의 IS는 플랑베르주의 참격을 맞받아친 다음 그 반동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시영의 곁으로 이동했다. 시우와 은황이었다.

"누나, 괜찮아?"

"시우?! 어떻게 된 거니?! 그보다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괜찮으니까 여기 왔지. 걱정하지 마."

"괜찮으면 그냥 집에 있든가! 왜 여기에 온 거야! 위험해지면 어쩌려고!"

시영이 성을 내며 소리지르자 시우는 멍한 표정으로 시영을 돌아보았고, 그제야 시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바보야! 누나는 그래도 네가 싸움터에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안심했는데, 이게 뭐야! 제발로 이런 곳에 오면 난 어떻게 해!"

"...미안, 누나."

시영과 시우는 지금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잠시 잊고 그렇게 마주 보고 있었다. 시우가 시영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 은황이 경고를 발했다.

[비트 2기 고속 접근! 요격을 위해 비익 사출합니다! 전투행동 이행 권고!]

경고와 동시에 적의 비트를 상대하기 위해 은황이 비익 6기를 전부 사출했지만, 그 중 반이 사출되자마자 날아온 레이저에 맞아 격추되었다. 나머지 비익은 돌격해온 적 비트와 충돌해서 파괴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하나도 한주의 에너지 윕에 두동강이 나 추락했다.

"신파극은 다 찍으셨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실까!"

그렇게 외치며 돌격해오는 한주와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표도르를 본 시영과 시우, 렌화는 거의 동시에 상대들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표도르와 시우, 한주와 시영, 렌화의 구도였다.
표 도르와 싸우게 된 시우는 표도르의 US 펜리르가 철저하게 원거리 사격전에 특화된 기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들고있는 무장부터가 대형 레이저 라이플이고 사이드 스커트에 부착된 무장은 어설트 라이플 뿐이었던 것이다. 비익이 멀쩡했다면 은황과의 연계전투로 들어갔을 테지만 비익은 방금 전의 공격으로 남김없이 파괴된 뒤였고, 시우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구미호를 스피어 모드로 전환한 시우는 표도르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이야아앗!"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시우를 본 표도르는 침착하게 라이플을 연사했지만 시우는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들을 피해내며 빠르게 접근했고, 표도르는 자신도 빠른 속도로 후진하며 계속해서 시우에게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뒤를 보지 못하며 후진하는 상황 때문에 속도를 마음껏 내는 것은 힘든 데다, 시우 역시 접근하며 팔등에 달린 플라즈마 암 머신건으로 견제사격을 날리는 통에 표도르의 속도는 갈수록 떨어져서 둘 사이의 거리는 차근차근 줄어들고 있었다. 마침내 거리가 10여 미터 내로 좁혀지자 시우는 순간가속을 사용했다.

"흡!"

"핫!"

엄청난 가속력으로 접근한 시우는 구미호의 창날을 표도르에게 찔러넣었고, 파고드는 것을 허용한 표도르는 라이플의 개머리판으로 창날을 올려쳐 위기를 모면했다. 시우는 구미호가 위로 띄워지며 자세가 흐트러지자 그대로 다리를 들어올려 올려차기를 날렸고, 표도르는 서둘러 몸을 뒤로 빼며 그 공격을 피하고는 다시금 라이플을 겨눴지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구미호가 휘둘러지는 것이 더 빨랐다. 구미호의 창대에 맞은 라이플은 총구가 옆으로 비껴가며 엉뚱한 곳으로 발사되었고 애꿎은 US와 IS가 한대씩 동체가 관통되어 추락했다. 하이퍼 센서를 통해 그 상황을 파악한 시우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표도르는 시우의 연속 찌르기를 피하거나 빗겨내며 반격할 틈을 노렸지만 원거리 특화 기체의 특성상 한번 접근을 허용하면 그 뒤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펜리르에 근접 무장은 단 하나도 장착되어 있지 않았고, 그것은 오로지 원거리 지원 사격에만 집중하려고 한 표도르 자신의 요구사항이었다. 원래는 한주의 서포트에만 집중할 생각으로 그렇게 요구했던 것이지만 표도르는 지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동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창 찌르기에 표도르는 몸을 왼쪽으로 한껏 젖히며 창날을 피해냈고, 그와 동시에 왼손을 뻗어 창대를 움켜쥐었다.

"윽?"

시우는 당황해서 구미호를 잡아당겼지만 표도르는 어느새 몸을 반대쪽으로 틀어 오른쪽 어깨를 최대한 뒤로 빼고 있었다. 레이저 라이플이 워낙 대형이라 지금처럼 밀착한 상태에서는 상대를 조준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시우는 반사적으로 구미호를 수납하려고 했지만 실패 메시지가 뜨고 나서야 확장영역이 사용 불가 상태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눈앞에 겨눠진 레이저 라이플의 총구를 본 시우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행동을 했다.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더니 관자놀이쪽으로 총구 옆을 들이받은 것이다. 풀페이스 헬맷을 쓰고 있었고 스스로 들이받은 것이기 때문에 시우가 받은 충격은 거의 없었고, 상상도 못한 행동에 표도르만 일순 굳어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시우는 왼팔등에서 암 블레이드를 꺼내 레이저 라이플을 절단했다.

"이런!"

라이플이 두동강난 것을 본 표도르는 서둘러 거리를 벌리며 반토막난 총몸의 뒤쪽을 시우에게 집어던졌고, 시우가 그것을 쳐내는 사이 사이드 스커트에 달려있던 어설트 라이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표도르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시우의 오른팔등에서 암 머신건이 발사되는 것이 더 빨랐다. 발사된 탄환은 펜리르의 동체와 라이플에 명중했고, 동체의 타격은 실드에 막혔지만 총신과 탄창에 충격을 받은 라이플은 탄환이 유폭을 일으켰다.

"크윽!"

바로 코앞에서 일어난 폭발에 표도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그 순간 시우는 구미호를 겨누고 순간가속을 사용했다. 다음 순간,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은 펜리르의 실드는 US 동체, 그리고 그 파일럿과 함께 구미호에 관통당했다. 위치는 명치 바로 위쪽. 치명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표도르는 피를 흘리며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지만 그 얼굴은 풀페이스 헬맷에 가려져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표도르의 손이 시우의 어깨 근처까지 올라왔을 때, 시우는 표도르의 복부를 걷어차며 구미호를 뽑아냈다.그 반동으로 밀려난 표도르와 펜리르는 잠시 떠 있는 듯 하더니 그대로 서서히 지상으로 추락했다.

"표도르!"

그 때,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들려와 시우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영과 렌화의 협동공격을 받으면서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한주가 추락하는 표도르를 보며 지른 소리였다. 한주의 표정은 경악에서 슬픔으로, 슬픔에서 안타까움으로, 안타까움에서 분노로 차례로 변하더니 눈앞에 있는 렌화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저돌적인 공격이었다.

"저리 꺼져어어어엇!!"

"으?! 꺄아아아악!"

플랑베르주를 대검 형태로 변형시킨 한주는 순간가속으로 정면에 있는 렌화의 코앞까지 접근했고, 그와 동시에 플랑베르주를 그어 내렸다. 본래대로라면 실드가 어느 정도 타격을 경감시켜 주었을 테지만 어찌 된 일인지 플랑베르주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렌화의 몸을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갈라버렸다. 시영과 시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그런 일을 당한 것은 렌화 만이 아니었다.

"아악!"

"큭! 뭐야, 실드가?!"

"실드가 발동하질 않아!"

"에너지는 충분한데 어떻게 된 거야?!"

IS와 US를 막론하고, 모든 기체의 실드가 사라져 있었다. 에너지 게이지에는 분명히 실드 에너지가 남아있었고 코어의 실드 생성 작용이나 US의 실드 발생기 모두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실드에 막혀야 할 공격들이 남김없이 서로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US의 파일럿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전투를 속행했지만 IS 파일럿들은 예전부터 자잘한 공격은실드로 받아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미처 회피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

"설마, 네가 한 건가!"

"죽어랏!"

시영은 시우에게 돌격하는 한주를 보며 그렇게 외쳤고, 한주는 플랑베르주를 채찍 형태로 변형시켜 휘둘렀다. 시우는 급히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피했지만 구미호의 창날 부분이 에너지 윕의 끄트머리에 걸리며 절단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구미호 일부 손상. 라이플 모드와 캐논 모드 사용시 오작동 위험!]

"젠장할!"

시우는 구미호를 내던지며 등에 부착된 삭풍도를 뽑아들었다. 확장영역이 다시 사용 가능해진 듯 구미호는 허공에서 빛으로 변해 사라졌지만 시우가 지닌 무장은 원래부터 구미호 외에는 삭풍도와 암 머신건, 암 블레이드 뿐이었고 확장영역을 사용하는 무기는 구미호 뿐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한주의 공격을 받아내려고 자세를 잡던 시우는 돌연 눈을 크게 뜨더니 갑자기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 직후에 한주의 등 뒤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확장영역이 열린다는 것을 알자마자 시영이 어설트 라이플의 탄창을 교체하고는 사격을 가한 것이다. 방금 실드의 소실 현상을 보고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한 결과였다.

"아앗?!"

"뭐야, 대체?!"

하지만 시영의 공격은 한주의 US, 수르트의 후방 실드에 가로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다른 기체들의 실드는 모두 소실되었는데 수르트의 실드만 멀쩡히 작동되는 것을 본 두 사람은 당황해서 동작이 굼떠졌고, 한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플랑베르주를 휘둘렀다.

"아아악!"

시영이 플랑베르주가 날아드는 것을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거리였고, 결국 시영은 플랑베르주에 휘감겨 끌어당겨졌다. 시영이 꼼짝없이 베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시우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은 너무도 이른 판단이었다. 한주는 플랑베르주의 끝에 묶인 시영을 마치 해머 던지기용 해머처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시영은 이리저리 휘둘려지며 다른 IS들과 충돌했고, 때때로 공중에서 갑자기 낚아채어지며 다른 방향으로 내던져지기도 했다. 방향 급전환에 의한 관성 충격은 시영의 IS인 홍천의 PIC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쳐도 다른 사람들과 부딛히는 충격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시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시우는 이성을 잃었다.

"으아아아아앗! 죽여버린다아아아아아아아!!"

커다랗게 고함치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시우를 본 한주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시영을 시우에게로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플랑베르주를 풀어 시영을 그대로 시우에게로 내던졌다. 삭풍도를 들고 돌격하던 시우는 눈앞에 던져진 시영을 보고 반사적으로 받아들었다.

[시우! 회피!]

서둘러 시영의 상태를 살펴보려던 시우는 은황의 경고에 급강하를 했고, 그 순간 한주의 플랑베르주가 시우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첫번째 공격이 빗나가자 한주는 플랑베르주를 계속해서 휘둘러 시우의 뒤를 쫓았고, 시영을 품에 안은 시우는 반격은커녕 공격을 맞지 않도록 도망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우!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누나가!"

[좌측 10m 이동! 5m 강하! 다시 7m 전진! 그대로 지상까지 강하하세요!]

은황의 지시에 시우는 반쯤 반사적으로 움직였고, 시우를 노리던 플랑베르주는 도중에 다른 US에 가로막혀 시우를 쫓지 못했다. 은황이 말한대로 착지한 시우는 지면에 시영을 눕히고는 서둘러 상처를 살펴보았다. 시영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IS 슈트도 곳곳이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머리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적어도 두개골 함몰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았다.

[시우, 서두르세요. 이대로 있다간 또 공격이 옵니다.]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은황의 재촉에 시우는 몸을 일으키고는 한번 더 시영을 내려다 본 다음 날아올랐다. 상승하는 도중 플랑베르주가 시우를 노리고 내리꽂혔지만 시우는 그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내며 삭풍도를 휘둘러 플랑베르주를 쳐냈다. 한주가 빗나간 플랑베르주를 회수하는 것과 시우가 한주와 같은 고도에 선 것은 거의 동시였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다 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격했다.




"...제길."

시우는 또다시 공격이 실드에 막히자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은황은 실드가 사라진 데다 남아있는 원거리 공격무기는 양 팔등에 달린 암 머신건 뿐이었고, 그나마도 아까 시영의 경우를 봐서는 수르트의 실드에 막힐 것이 뻔했다. 수르트의 실드 에너지량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군용 IS와 동급으로 본다면 아직 남아도 한참 남아있을 터였고, 머신건의 탄환으로 그 실드를 뚫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시우에게 남은 방법은 근접전 뿐이었지만 한주의 플랑베르주가 대검과 채찍 형태를 오가며 변형하는 것때문에 함부로 파고들 수도 없었다. 이미 몇번 시도해봤지만 그때마다 재빨리 플랑베르주를 대검 형태로 되돌려 반격하는 바람에 오히려 시우가 위험해지곤 했다. 벌써 은황의 전신장갑 곳곳이 찢어지고 패여있었다.

"죽여달라는 건가?! 그 마음 고맙게 받지!"

대책을 궁리하던 시우에게 한주의 플랑베르주가 또다시 날아들었고, 시우는 이번에도 살짝 피해내며 삭풍도로 플랑베르주를 처내려고 했다. 하지만 플랑베르주는 그대로 삭풍도의 날을 휘감더니 강한 힘으로 끌어당겼고, 시우는 하마터면 삭풍도를 놓칠 뻔했다. 당황해서 두 손으로 삭풍도를 쥔 시우를 보며 한주는 비웃음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가 제법이군. 무기를 놓치지도, 부서뜨리지도 않다니. ...건방져!"

한주가 갑자기 플랑베르주를 위로 휘두르자 시우는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끌어올려져 허공으로 던져졌고, 시선을 급히 한주에게로 돌리자 코앞으로 단검 한자루가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으윽!"

억지로 고개를 틀자 단검을 헬맷을 스치며 지나갔고, 시우의 뒤편에서 빛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삭풍도를 휘감았던 플랑베르주는 어느새 풀려 다시금 시우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우는 간신히 피했지만 어깨 장갑이 일부 찢겨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우는 결단을 내렸다.

"은황! PCS 발동!"

[현재 에너지량으로는 PCS 발동 후 1.2초만에 임계점에 도달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상관없어!"

시우의 대답과 동시에 은황의 각 관절부에서 빛의 입자가 흩뿌려지며 한주를 향해 내리꽂혔다. 하이퍼 센서를 통해 보정된 시력으로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움직임에 한주는 보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시우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임계점 도달. PCS 해...]

"진조 발동! 대상은 내 생명이다!!"

그 외침과 함께 은황은 다시금 폭발적인 가속을 이용해 솟구쳐 올랐고, 시우는 PIC로 관성 제어를 받고 있으면서도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지금 시우가 느끼는 아픔은 관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오프 어빌리티를 이용해 자신의 생명력을 강제로 뽑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시우는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며 돌격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지만 그런 돌격에도 한주는 치명타를 피했고, 시우가 선회해서 되돌아오는 그 짧은 순간 동안 홀로스크린으로 무언가를 조작했다. 그리고 다시금 시우가 돌격해오자 스크린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취했고, 시우는 그 직후 한주가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

[왼쪽!]

은황의 경고에 왼쪽을 바라본 시우는 한주가 자신과 거의 맞먹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시우는 몰랐지만 한주의 US인 수르트는 원오프 커스텀 중에서도 동력원인 CPR이 무려 세개나 장착된 특제품이었다. 본래는 그 중 두개는 ASC(Active Shield Canceler, 실드 소실 장치)의 사용에 쓰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별로 쓰이지 않았지만, 한주는 지금 ASC를 정지시키고 CPR 세개를 모두 기체 기동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PCS를 발동중인 은황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르트는 본래 그런 고기동을 상정하고 만든 기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PIC가 관성을 완벽하게 상쇄해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한주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시우와 공격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전장을 가로지르는 두 줄기의 번개, 그 자체였다.

너무나도 빠른 자신들의 움직임에 시우와 한주는 이미 무장을 놓친지 오래였다. 두 사람이 교차할 때마다 주고받는 공격은 검이 아니라 IS와 US의 주먹이었고, 그때마다 은황과 수르트의 장갑이 깨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그렇게 몇번째인지 모를 공격이 교차된 직후, 갑자기 한주의 움직임이 이상해졌다. 속력이 떨어지며-그래도 다른 기체의 두배 정도 되는 속도였다- 비행 궤도도 굉장히 불안정한 형상을 띄었다. 시우는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시우의 몸도 한계에 달해 있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끌 수는없었다.
기합성 같은 것은 없었다. 반쯤 부서진 암 블레이드를 전개한 시우는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짜내어 한주와 수르트를 옆에서부터 베어냈다. 그리고 한주는 그대로 힘을 잃고 추락했다.

"허억, 허억, 허억..."

시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상으로 떨어지는 한주와 수르트를 보았다. 시우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IS와 US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IS 측이나 라그나뢰크 측이나 예상 못했던 경과와 결말 때문이었는지, 그곳에 있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경고! 적기 2대가 고속 접근중! 충돌 코스!]

"?! 크윽...!"

은황이 위험을 알렸지만 타이밍이 늦었고, 시우의 몸 상태도 이미 만신창이였기에 제때 반응할 수 없었다. 요격을 위해 몸을 돌리려 했을 때에는 이미 적기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시우!"

"저 녀석들이!"

"떨어졋!!"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중에서 낯익은 목소리도 있었던 것 같았지만 시우는 거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적기들은 완전히 달라붙어서 은황과 시우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고, 시우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서 그 둘을 떼어낼 기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은황이 또다른 경고를 발했다.

[경고! 접촉중인 적기의 에너지 반응 증대! 이대로는 폭발합니다!]

"너희들..."

"잊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러면 서운하지. 한때는 동고동락하던 사이였는데 말이야."

시우를 끌어안은 두 기체는 타케미카즈치와 덴드로븀, 바로 스칼렛과 후지노였다. 시우는 몰랐지만 두 사람의 기체는 IS 코어와 CPR을 모두 장착하고 있었고, 서울에서 전투가 끝난 후 은황이 흡수한 에너지는 IS 코어의 에너지 뿐이었기 때문에 시우가 떠난 후 CPR의 에너지로 기체를 재가동 할 수 있었다. 그 후에 둘은 스텔스 모드에서 시우를 추적했고, 지금 이렇게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생겼다고는 해도 타케미카즈치와 덴드로븀의 손상은 은황보다 심각했고, 무엇보다 모든 무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바로 CPR의 폭주를 이용한 자폭이었다.

""그러니까 함께 가자고─────!!!!!"

곧이어 두 명의 기체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반파된 세 대의 기체는 섬광에 휩싸였고 잠시 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중국 시각으로 2137년 2월 25일 오후 1시 20분경, 군산연의 연구원들이 필사적으로 개발한 CPR 긴급 정지 코드에 대한 보고가 CEO들에게 올라갔고, 약 20분 뒤 같은 내용이 UN 안보리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다시 10여분 뒤, 인공위성을 통해 긴급 정지 코드가 지구 전역에 발신되었고 그에 따라 모든 US가 강제로 동작을 멈추었다.

그렇게, 라그나뢰크의 무력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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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편 에필로그와 외전 1편 남았습니다.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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