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6월 18일 오전 9시 40분 내용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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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중인 애니메이션 '우리들의(ぼくらの)'의 오프닝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작 코믹스가 '지어스'라는 이름으로 정식발간 중에 있습니다.
(이름 특성상 앞으로는 '보쿠라노'로 지칭합니다.)
코믹스로 나올 때에는 로봇 만화라는 점 때문에 약간 관심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림체를 보고 좀 아니다 싶어 그냥 무시했었죠. 그런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소개가 보이고, 밥군네 이글루에서 포스팅을 보고는 아주 제대로 꽂혔습니다. 덕분에 시험 끝나자마자 10화를 몰아서 시청.
...눈물이... 멈추질 않아...
약간 과장이긴 합니다만, 오프닝의 가사와 영상, 그리고 본편에서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연결시키니 오프닝에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보통 아이들이 주인공인 로봇 애니메이션의 경우, 전투를 통한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입니다. 사실 그런 점에서는 '보쿠라노' 역시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만... 여기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아이들의 성장, 깨달음, 사랑.
내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싸울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싸울 때마다 부서지는 마을과 죽어가는 사람들.
이쯤 되면 정말 지어스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나타난 게 맞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마지막 한명이 이성을 잃고 지구를 작살내기를 바라고 보낸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프닝에서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어스가 내디딘 발걸음 때문에 무너져내리는 집들.
지어스가 발사한 것으로 생각되는 미사일과, 그 폭발에 부서지는 빌딩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과, 불타는 마을을 걸어가는 지어스.
울부짖는 아이코의 모습.
오프닝에서부터 지어스가 과연 우리편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너 사실은 적이지? (...)
아이코가 고개를 내저으며 울부짖는 모습은 '죽고싶지 않아!!'하면서 절규하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솔직히 저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도망가고 싶겠죠. 타서 싸우면 반드시 죽는다니. 하지만 도망치고 싶어도 만약 48시간 안에 적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지구가 박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내몰립니다.
1화에서 보니, 요코는 계약을 망설였다가 와쿠가 멋대로 손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계약이 되었더군요. 만약 요코의 차례가 되면 '난 하고 싶지도 않았단 말이야!' 하면서 도망치려고 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와쿠가 맨처음에 죽지 않고 그때까지 살아있었다면 원망과 증오가 아주 대단했겠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계약은 해버렸고, 원흉 두놈(...)은 이미 진작에 삼도천 건너가버렸으니...
그나저나 그 남자 군인. '모자라는 파일럿 두명은 우리들이 해야하지 않겠냐'고 나설 땐 언제고, 계약할 때는 은근슬쩍 의수를 내밀어서 계약을 회피하려고 하다니... 이 인간 처음엔 '성격은 급해도 괜찮은 놈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성격도 급하고 혼자 살 궁리만 하는 몹쓸 놈'처럼 보입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나온 희생자 중에는 '차라리 죽은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인간들도 몇 있습니다만, 사실 이런 생각은 가지면 안 되는 거겠죠. 생명은 다 소중하다니까요.
하지만 전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명은 소중한 것일까'
아니, 이젠 이따금이 아니라 자주 든다고 해야겠군요. 예전부터 애니에서 '인간은 병원체'라는 설정들을 제법 접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제 와서는 '인간만 없으면 지구는 물론 우주가 평화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이 소중하다고는 해도, 지어스 앞에서는 무가치하거나 에너지원에 불과할 뿐이니...
게다가 오프닝 가사 중에서 '이 별에 무수히 많은 티끌 중 하나'라는 부분도 그렇고요.
애니나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들은 항상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해! 생명은 소중한 거야!'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클램프의 X에서 등장하는 사츠키는 '인간은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데도 수많은 생명을 죽여. 그런데 왜 인간을 죽여서는 안 돼?'라고 묻습니다. 나중에 유우토는 '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라고 나름의 대답을 들려주기는 하지만, 글쎄요. 과연 그게 인간이 살해당해선 안 되는 이유가 될까요?
지구 전체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그저 자신의 몸에 있는 수많은 기생충이나 병원균 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태풍이나 지진 같은 것은, 지구의 면역기능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거듭되는 전투로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몰립니다. 한번씩 싸울 때마다 한명씩 죽어나가고, 점차 자신의 차례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알려줄 수도 없고,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그들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지구는 남습니다. 지구를 위해 자신들이 죽어갔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부는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할 테고, 파일럿이 된 군인들은 그들과 함께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보쿠라노'의 아이들은,
과연 마지막까지 인류를 위해 자신들의 내일을 버릴 수 있을까요?
덧// 이글루를 돌다가 애니메이션 감독이 글쓴 것이 부분적으로 번역되어 있는 걸 봤는데, 이제부터는 원작과 진행이 달라진다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원작자에게 '아이들을 구해줘도 될까요?'하고 물어봐서 '마법같은 것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군요.
...쳇, 절망과 파멸의 엔딩을 바랐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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