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줄거리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장보고'함의 장교 이찬석(정우성)은, 훈련도중 아군 잠수함에 실제로 어뢰를 발사하려던 함장을 사살한다. 이 행동으로 상관살해죄가 인정되어 총살형을 언도받고 집행받지만, 모종의 조치를 받고 알 수 없는 건물 안에서 눈을 뜬다. 혼란스러운 찬석 앞에 202(최민수)라는 번호표을 단 사내가 나타나, 찬석의 주민등록증과 가족사진을 태우고는 방을 나간다. 찬석이 탈출하려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것은 도크, 그리고 거대한 잠수함. 다시 나타난 202의 말에서, 찬석은 탈출이 불가능한 것을 깨닫는다.

찬석은 미사일 유니트로 배속받으며 번호 431을 부여받고, 동료인 432(설경구)로부터 유령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잠수함의 이름은 유령.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인수한, 대한민국 최초의 핵잠수함. 그 이름처럼 유령은 존재 자체가 기밀이며, 승조원들 역시 기록상으로는 모두 죽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름이 아니라, 마치 죄수처럼 번호로만 불릴 뿐이다.
주변 강국들이 유령의 존재를 눈치챘다고 생각되는 현재, 유령은 또다시 작전을 위해 출항한다. 431은 함내를 돌아다니던 도중, 조리장이 가족사진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유령 승조원에게는 절대로 허가되지 않는 일. 하지만 431은 조리장의 일을 눈감아준다. 한편 함내에서는 함장과 부함장 202간의 마찰이 점점 심해지고, 함장은 202가 모르게 431에게 미사일 발사용 열쇠를 건넨다.

마침내 자신을 따르는 승조원들과 함께 함장을 살해하는 202. 그러나 미사일 열쇠는 발견되지 않고, 202는 직감적으로 431이 열쇠를 갖고 있음을 알아챈다. 431을 붙잡은 202는, 이번 작전은 정부가 주변 강대국들의 압박에 굴복하여 유령을 침몰시키기 위해 계획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복수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발사해야한다며, 함장이 설치해둔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발사해야한다며 열쇠를 내놓으라는 202. 그러나 431 역시 조리장에게 열쇠를 맡긴 상태였고, 202는 승조원들을 시켜 조리장을 붙잡는다. 그 와중에 이미 접근하던 일본 잠수함이 격침된다. 202 일행에게 쫓기던 조리장이 급한 마음에 열쇠를 삼켜버리자, 202는 두번 생각하지 않고 431의 눈앞에서 조리장의 배를 가른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접근하는 일본 잠수함. 202는 또다시 일본 잠수함을 격침시키고, 비밀리에 유령에 탑재되어 있던 핵미사일의 발사 수속을 밟는다.

가까스로 포박을 풀고 빠져나온 431은, 202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432에게 몰래 도움을 요청하지만, 431 앞에 나타난 그는 431을 공격한다. 간신히 432를 죽이고 도망친 431은, 함장이 설치한 폭탄을 찾아낸다.

"당신이 말하던 것을 찾았다. 이젠 당신이 택할 차례야. 함장이 설치해놓은 폭탄으로 함께 죽든지, 이 미친 짓을 끝내고 기지로 돌아가든지."


하지만 202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미사일 발사 수속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다시금 일본 잠수함이 접근해온다. 물러서지 않는 431과 202. 마침내 핵미사일 발사 준비가 완료된 유령 내부에서, 시한 폭탄이 폭발한다. 서서히 침몰하며 압궤되어 가는 유령을 향해, 일본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가 다가온다. 절망에 빠진 채 탈출을 시도하거나 자살하는 승조원들에게, 유령을 포기하니 서둘러 탈출하라고 명령하고 자살하는 202.

"유령이 침몰하는 건 저 어뢰때문이 아니야. 스스로 강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 때문이야."


시시각각 다가오는 어뢰, 발사 준비가 완료되어 발사구도 개방된 핵미사일, 가라앉아가는 유령의 함교에서, 431은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 바다 밑에 유령이 있었고, 그 속에서 일어났던 혼란스러운 싸움을... 그와 나의 싸움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는지를..."
"나는 지금... 하늘이 보고 싶다."




시도는 좋았으나 실패한 영화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영화라는, 상당히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개봉된 영화.
하지만 들인 돈이 아깝다는 평가와 함께, 영화 속 잠수함 '유령'의 마지막처럼 침몰해버렸다. (...)
물론 수중 전투 장면 등의 연출은 뛰어났다. 다만, 그 연출과 소재를 다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할까. 지나치게 '국수주의 vs 사대주의'의 시각으로 몰고 간 것이 실수였다고 보인다.

담고 있던 메시지는 좋았다. 조금 지나칠 정도로 '자국 제일주의'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_-a



강대국 사이에 끼어버린 나라의 운명

사실, 이런 상황에 놓인 나라들 모습이 다 그렇고 그렇다.
뭐든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기가 힘들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만 해도, 독일제 209급 잠수함을 들이는 것을 미국 쪽에선 상당히 못마땅해 한다. 실제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 우리나라의 209급 잠수함들이 미해군 대잠 방어망을 여러번 돌파해낸 것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우방국이라고 해도, 자기네 군대가 밀린다는 것은 상당히 배 아프며, 장기적으로 볼 때 위협적인 일이다.

영화 속에서, '유령'이라는 이름의 잠수함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최초의 핵잠수함, 최초의 핵무기 탑재 병기이다. 그러나 국가의 영향력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이를테면, 사시미를 들고 있는 조폭 앞에서 병약한 고등학생이 커터칼 하나 쥐고 있는 격이다.
정부 측에선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유령을 포기하려 하고, 202는 이에 반발하여 강대국들을 향해 핵을 날리려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주는 징벌이며 교훈이 될 것이라면서.
자, 그런데 생각해보자.
핵을 날리는 건 그렇다 치자. 문제는 그 뒤다. 유령을 제외하면 강대국에게 대항할 만한 강력한 수단이 없는 것이 영화속 한국의 현실이다. 그리고 미사일을 날리고 나면 유령은 틀림없이 격침된다. 강대국들의 함대 손아귀는 벗어나더라도, 한국으로부터도 이미 버림받았으니 사태 수습차 출동한 한국 해군에 의해 격침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핵공격을 받은 국가가 한국 정부를 그대로 놔둘 리도 없다. 엄청난 배상비와 외교적 압력이 가해질 테고, 한국의 영향력은 곤두박질 칠 것이 틀림없다. 한 때의 혈기(?)로 사고를 칠 일이 아닌 것이다.



민족의 울분,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 토해내서는 안된다

"저 교만한 코쟁이들이나 쪽바리들 앞에 우리의 5천년 역사를 빼앗길 순 없어! 내가 유령이고! 내가 우리의 한이야!"


영화속에서 202의 대사 중 한 부분이다.
민족의 한이 구구절절이 배어 있는 느낌의 대사.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버지와 대화를 좀 나눴다.
아버지는 100% 202 편이신 듯 했다. "너라면 어쩌겠냐? 나라면 그냥 미사일 날린다."

그 때 아마 나는 우물우물 얼버무린 것 같은데,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런 상황에서 핵미사일 날리는 건 미친 짓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의 요구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핵미사일이 날아가 도쿄나 워싱턴을 날려버렸다 치자.
...그걸로 끝이 아니란 말이다. 도시 하나 날려버린다고 국가 전체의 행정이 마비될 리가 없다. 잠시의 혼란은 있을지 몰라도, 혼란이 수습되고 나면 우리나라는 초토화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설마, 우리나라 군사력을 가지고 일본이나 미국이 전력으로 공격해 오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일부 극우주의자 빼고)
물론 그렇다고, 항상 알아서 기어다니면서 살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을 내려면, 모든 정황을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내야 한다.
그 한번으로 완전히 상대를 끝장내버릴 수 있든가, 아니면 그 일이 누구 소행인지 절대로 알 수 없게 속이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가능할 때까지 일 내는 것은 참아야 한다.
고대에서 현대로 올수록, 전쟁 중 민간인 사망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애꿎은 민간인만 죽어나는 것이다.
군인이 화풀이(?)로 미사일 날려서, 보복당해 죽는 것은 민간인이라니. 너무 부조리하지 않은가?
제발 앞뒤 생각하고, 자기들이 사고치면 그 피해는 누가 당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 좀 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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