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에 바다에 들어가면서 '설마'하는 마음에 얼굴과 목덜미에만 선크림을 바르고 들어갔더니만, '역시나' 팔과 다리가 살짜쿵익어버렸습니다.(......)
이래서 피서 가면 괴롭습니다아...
더군다나 팔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물에 들어갔더니 팔꿈치와 어깨 중간 부분부터 손손등까지만 벌겋게 익어버리고 그 위는 허옇군요 -_-a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순간 화끈거리는 팔과 다리... 어흑 ㅠㅠ
뭐 푸념은 이만 하고...
여행 후기...?
첫날은 내려가느라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우선은 운주사의 천불 천탑과 와불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어렸을 때 저와 아버지, 여동생 셋이서 기차를 타면서 반쯤 도보로 갔던 여행을, 이번에는 어머니까지 모셔서 차를 타고 다시 가보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무척 신나 보이셨어요.(...)
신나서 그 때 저희가 이랬네 저랬네 말씀을 하시는데, 문제는 그게 저희 둘다 기억이 안 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어쨌든 천불천탑은 그냥 대충 둘러보고(--;;;) 와불을 보러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편이었는데, 그나마 동앗줄로 잡고 올라갈 수 있게 해서 편했습니다.
신기한 건, 와불에 거의 다 온 부분 - 그러니까 산 중턱 - 의 비스듬한 바윗면에도 석탑이 두 기나 세워져 있었다는 겁니다.
거기다 세운 건 둘째치고 그 돌들을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끌고 올라왔는지...
(와불이야 거기 있는 바위를 조각한 거라고 쳐도 말이죠. -_-a)
두번째로는 보성 녹차밭을 들러서 녹차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보기엔 좋았는데 녹찻잎에서 풍겨나오는 약간의 아름답지 못한 향기가 거슬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에 가봤습니다.
사실 이때 쯤에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무렵이었는데, 다산 기념관(?)에서 다산 초당까지 가는 길이 800m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당했습니다.
초반길 절반 정도는 그냥 언덕길이었습니다만, 뒷부분 절반 정도는 산길이었습니다.
산길의 400m는 평지의 800m에 달하는 체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체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날의 마지막으로 해남 땅끝마을에 도달했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배 시간이 거의 다 되서 못 올라갔던 전망대를 올라가봤는데, 어머니는 다산 초당에서 체력을 너무 소진하신 나머지 Knock Down 상태. 결국 아버지와 저, 여동생만 갔습니다.
......만은 볼 것 없더군요. 더군다나 초중고 상장 크기 만한 종이에, 상장과 다를 바 없는 장식이 가미된 '땅끝마을 방문 인증서'가 5천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된다고 붙어있는 것을 본 순간에는 어이가 원자분해되어 흩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망대를 들렀다 내려오니 보길도로 가는 배편이 끊겼더군요. 별 수 없이 민박을 얻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경에 일어나 세번째 배(...)로 보길도에 들어가, 이번에는 고산 윤선도 유적 - 세연정을 보러 갔습니다.(......)
...무슨 귀양 살이 하러 내려온 사람들 사는 곳이 이렇게 산좋고 물좋은 겁니까 대체.
다산 초당도 그렇고 세연정도 그렇고, 더군다나 세연정 내부 일부 유적에는 '술을 마시며 춤추었다'라고 하는 설명판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정말 유배지가 맞긴 맞는 거야? --;;;;
그리고 그 다음에야 겨우 바닷가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는 텐트를 칠 생각이었습니다만, 어머니께서 '요금 차이(텐트 자릿세+주차비+샤워장 사용비+물값 - 민박비)가 크지 않으면 그냥 민박하자'고 하셔서 민박집을 알아봤습니다.
......전용 화장실+에어컨+TV = 하루에 5만원.
볼 것도 없이 냉큼 빌렸습니다.
(참고로 땅끝마을 민박에서는 방에는 목이 부러진 선풍기와 TV, 화장실은 공용이 3만원이었습니다 --;;;)
주차장은 바로 옆에 폐교가 한 곳 있어서 공짜로 주차했습니다.
그리고는 물에 들어갔다가 점심 먹고, 다들 체력 소진해서 낮잠(...)
오후에는 방에서 그냥 뒹굴뒹굴 하다가 매운탕 먹고, TV보다가 잤습니다.
셋째날은 뭐... 오전에는 역시나 물에 들어가서 탐방탐방(...)
전날에 살이 익어버린 일도 있어서 선크림을 발랐더니 더 익는 사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해변이 모래가 아니라 동글동글 자갈이라 발에 밟히는 느낌이 묘했습니다.
게다가 바람도 무려 '강풍경보'가 내려져 있을 정도로 강해서 파도도 상당히 강했습니다.
덕분에 발만 담그려고 갔다가 홀딱 젖는 일도 다반사(...)
물 속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라서 멀리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몇미터만 나가도 발이 안 닿으니 무섭더라구요.
오후에는 공교롭게도 아버지 회사 상급자분이 오셔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분 상대해 드리고, 저희는 나가서 인사 하고 잠깐 어울려 드리다가 방에 들어와서 낮잠 잤습니다.(...)
저녁에는 뭐... 역시나 저녁먹고 TV보다 잤습니다. -_-a
그리고 넷째날... 오늘이죠.
...뭐 별 거 있나요. 짐은 전날 저녁에 다 챙겨서 차에 실어놨겠다, 6시쯤에 일어나자 마자 바로 방 빼고 출발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쯤 되더군요.
잠을 수시로 많이 자서 그런지 의외로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군요.
다만 역시 허리가... --;;;
정말 간만에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가족들이 다 함께 여행간 건 8년만이라고 했는데, 가족들하고 다시 맞춰보니 아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