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 이 글은 1990년대에 KBS에서 방영해준 아기공룡 둘리의 구 TV판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일부 수정해서 다시 올린 글입니다.




80년대, 그리고 아마도 90년대 초까지 국내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였던 아기공룡 둘리.

약 1억년 전,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던 한 아기공룡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여러 실험을 받습니다. 실험을 끝낸 외계인들이 보답이랍시고 초능력을 주고는 다시 풀어주는데, 하필이면 시기가 빙하시대. (...몇천년동안 실험을 한 거냐?)

결국 추위에 쓰러진 아기공룡은 빙하에 파묻히게 되고, 다시 시간이 흘러 현대. 빙하에서 그 아기공룡이 들어있는 부분이 떨어져나와 거대한 빙산이 되어 제대로 녹지도 않으면서 바다를 떠돕니다. 그러다가 한강까지 흘러들어와서는 강물을 역류해 올라오다가 한강 다리에 걸리지요. (...)

빙산을 이루는 얼음의 싱싱함(...)을 검사하거나, 검사가 끝나자마자 상인과 시민들이 몰려들어 빙산을 얼음뼈(...)만 남겨놓는다든가 하는 희한한 에피소드 후에, 빙산이 녹으며 물밑부분에 갇혀 있던 아기공룡이 풀려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영희는 강아지라고 생각하고는 집으로 데려오는데...


...여기서 우리의 고길동 씨의 재난이 시작됩니다. (홀짝)


사실 고길동 씨는 객관적으로 보면 매우 평범한 우리 시대의 중산층 가장입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비중낮은 여우같은 마누라와 이상한 걸 주워와서 집안 반쯤 말아먹게 만든 토끼같은 자식들과 함께 사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저씨였죠.



여차저차해서 둘리가 가족으로 인정되는데, 여기서 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됩니다.

일단 선사시대 공룡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것만도 기절할 노릇인데, 이게 초능력까지 가지고 있는데다 집주인 알기를 무슨 길거리의 강아지 보듯 하니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지요.



동 물원에 데려가면 초능력으로 동물들을 괴롭힙니다. 한번은 코끼리였나, 구경하던 아이가 심한 장난을 치는 바람에 코끼리가 화가 나서 아이를 잡아올립니다. 그러자 둘리는 앞뒤 안 가리고 코끼리를 공격(...), 결국 공포에 질린 코끼리가 건물 안으로 도망쳐버립니다.

...잘못한 건 애초에 그 꼬마는데 말이죠. (...)



아프리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고향에 가고싶다며 선풍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그 조그만한 광점을 어떻게 찾았는지, 공군이 출격했다가 두번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해괴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게다가 나중에는 친구들이라며 아프리카 동물들을 몇트럭분이나 데리고 고길동 씨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려보내느라 진땀뺐을 고 길동 씨를 위해 묵념.



그러던 어느 날, 바이올린을 타고 다니는 왠 돌머리 외계인-도우너-이 집에 나타납니다. 집주인 이름을 함부로 고쳐부르질 않나, 식객 주제에 집주인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질 않나, 성질같아선 당장 내쫓거나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만들고 싶겠지만, 아이들도 있고 둘리의 애원도 있어서 내버려 두는 우리의 고길동 씨.

...나중엔 그 돌머리 외계인이 안방 벽까지 뚫어버렸죠. (먼산)



그리고, 이번엔 서커스 단에서 도망친 타조-또치-가 집에 나타납니다. 살다살다 이젠 별 희한한 녀석까지 집안에 들이게 된 고길동 씨, 이번에도 쫓아내기에 실패하고 또치는 고길동 씨 집에서 살게 되죠.

...부양 식구가 순식간에 셋이나 불었습니다. 수입? 늘었다는 소리가 없습니다. 지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청소한답시고 둘리가 작동시킨 청소기 때문에 옷이 찢어지고 머리가 반쯤 대머리가 되질 않나, 물총 장난 치다가 튼 호스의 물줄기 때문에 집이 반쯤 무너지질 않나, 돈이 필요하다며 이 녀석들이 작당해서 은행을 건물째로 들고 튀질 않나 (...)



어떤 작가분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라는 작품이 있는데, 여기서 고길동 씨는 결국 홧병(...)으로 세상을 뜬 것으로 묘사됩니다. 어쩐지 무지 납득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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