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투표하지 않을 권리?

독설 2008. 4. 9. 21:31 by ZeX
요즘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서 덧붙이는 말 중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말입니다.
어째 이렇게 말하고보니 제가 상당히 나이 많이 먹은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넘어가고. (...)



투표는 분명 권리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혹은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국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요. 제대로 된 민주 사회에서는 투표권 외에도 국민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손쉽고 기초적인 권리가 투표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서양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정치 형태입니다. 초창기에는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일부 계층에게 권리가 집중되어있었지요. 근대 영국에서도 부르주아 계층에게는 1인 2~3표가 주어지는 것이 기본이었다고 합니다. 일반 노동자에게는 투표권이 거의 없었고, 여성에게는 당연히 없었지요.

영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인정된 것은 1918년. 그나마도 30세 이상에만 한정되었죠.
프랑스의 경우에는 1944년이었습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여성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은, 그만큼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달라고 끈질기게 투쟁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권리가 함부로 포기해도 될 만큼 하찮은 것이었다면 애초에 투쟁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투표권의 민주 시민의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자유로운 삶을 살 권리,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권리와 동등하면 동등했지 그 이하로 평가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북한 주민들에게조차 허울 뿐이긴 하지만 투표권이 존재합니다.

투표하지 않을 권리? 그런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자살할 권리와 같다고 봅니다. 그것도 그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까지 함께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식입니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투표권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알고 있습니다. 예, 솔직히 저도 찍을 사람 한명도 없었습니다. 정책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모르고, 아는 것은 이름과 얼굴, 소속 당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투표했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시민의 기본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 되어버린 선거.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며 투표권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인 방어권을 포기한 것과 같습니다.



쓰다보니 어째 좀 지리멸렬한 내용이 되었군요. 어쨌든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겁니다.

투표하지 않는 것은 권리의 행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적 자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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