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지온 공국이 지구 연방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하며 스페이스 콜로니를 낙하시킨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인 전쟁으로 커진 1년 전쟁의 말기, UC 0079년 12월. 패색이 짙어진 지온 공국군에게 한가지 첩보가 입수된다. 바로 남극의 지구 연방군 군사 기지에서 신형 MS가 개발되고 있다는 것.
이에 지온군은 특수 임무 부대인 사이클롭스 대(隊)를 침투시키지만 작전은 실패하고, 신형 MS를 탑재한 우주선은 무사히 날아오른다. 부하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오열하는 사이클롭스 대의 대장 슈타이너를 뒤로 하고...

중립 콜로니 사이드 6의 어린 아이들에게, 전쟁이란 그저 재미있는 흥미거리와 놀잇감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탄피와 군인 뱃지 수집에 열을 올리고, MS와 전함의 사진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다. 11살의 알프레드 이즈루하(이하 알) 역시 그런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알은 친구인 체이가 '연방에는 MS가 없다'면서 'MS를 찍어오면 연방군 계급장을 주겠다'고 하자, 아버지를 만나러 우주항에 가는 김에 비디오를 찍기로 한다. 통제 구역까지 들어갔는데도 컨테이너 하나 밖에 찍지 못한 알. 하지만 그 컨테이너는 바로 남극의 연방군 기지에서 옮겨진 물건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알은 우연히 옆집에 이사온 여자와 마주친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예전에 그 집에 살던 크리스티나 맥켄지(이하 크리스). 알과는 이웃집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던 사람이었다.
알과 크리스는 서로 반가워하지만, 크리스에게는 알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크리스는 사이드 6로 옮겨진 신형 MS의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알은 어제 찍은 영상을 체이에게 보여주지만 이것으로는 안 되겠다는 말에 의기소침해한다. 마침 그 때 콜로니 내부에서 지온군과 연방군 MS의 교전이 일어나고, 피탄당한 지온군의 자쿠가 공원으로 불시착하는 것을 본 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은 지온의 신참 파일럿, 버나드 와이즈먼(이하 바니)과 만난다.



바니는 알의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그 안에 담긴 컨테이너의 영상을 보게 된다. 바니는 카메라를 돌려달라며 달려드는 알에게, 자신의 계급장과 알의 카메라를 맞바꾸자고 제안한다. 알이 승낙하자, 바니는 카메라의 디스크만을 가지고 카메라는 돌려준다. 파손된 자쿠를 놔둔 채 모습을 감추는 바니.

달의 지온군 기지에 도착한 바니는 디스크를 상층부에 제출하고, 이 영상을 분석한 중령은 '뉴타입 전용의 기체'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슈타이너의 반발을 무시한 채 사이클롭스 대에 파괴 작전을 지시한다. 그리고 바니는 뜬금없이 사이클롭스 대의 보충병이 된다.
(개발 당시 건담은 뉴타입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히 뛰어난 성능의 신형 기체였고, 현재의 아무로 레이는 뉴타입으로서 거의 완전히 각성한 상태였다. 결국 현재 건담의 성능으로는 아무로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연방에서는 뉴타입을 위한 신형 기체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사이클롭스 대는 전투에 휘말린 민간선으로 위장, 신형 MS 캠퍼를 조립하기 위한 모든 부속과 무장을 반입하는데 성공한다.
전날 밤 바니가 버려둔 자쿠의 콕핏에서 잠이 든 알은 아침이 되어 급히 집으로 돌아가던 중 트레일러에 치일 뻔 하는데, 화를 내며 얼굴을 내민 사람은 바로 바니였다. 당황한 바니는 급히 트레일러를 출발시키지만, 알은 뒤따르던 다른 트레일러가 신호대기에 걸린 틈을 타 매달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지온군이 콜로니에 들어왔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알이 매달린 트레일러를 운전하던 가르시아는 알을 눈치채고는, 차를 거칠게 움직여 알을 떨어트린다. 그러자 알은 경찰서를 찾아가 뺑소니 신고를 하며 트레일러를 찾고, 마침내 사이클롭스 대가 임대한 창고에 도착한다. 경찰의 검문에 사이클롭스 대는 일제히 긴장하고, 대원 중 한명인 미샤(러시아 식 이름인 미하일의 애칭. 절대로 여자 아님!)의 손에 나이프가 쥐어진 것을 눈치챈 알은 바니에게 매달리며 이복 형제인 척 한다.
겨우 경찰을 돌려보낸 사이클롭스 대. 알 역시 돌려보내려 하지만 자기도 함께 하겠다는 알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알을 제거해야한다는 제안을 무시하고, 슈타이너는 알에게 배지를 주고는 바니에게 집에다 바래다주라고 한다. 그리고 데려다주는 도중, 바니는 알에게 자신이 '1기만 더 격추하면 에이스'라고 허풍을 떤다.

슈타이너가 알에게 준 배지에는 도청기가 들어있었다. 알의 어머니가 외출하자 바니는 몰래 알의 집에 숨어들려다 우연히 눈치챈 크리스가 휘두른 야구 배트에 맞고 쓰러지고, 놀라서 뛰쳐나온 알은 크리스에게도 바니가 자신의 형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크리스의 집에서 정신을 차린 바니에게 사과하는 크리스. 크리스의 부모님은 크리스가 기가 세서 그렇다며, 그렇다보니 군에도 들어갔다고 말한다. 이에 알은 바니 역시 군인이라고 소리치지만, 바니는 자신은 예비역이라고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날에도 사이클롭스 대를 찾아간 알은 조립 중인 캠퍼를 보고는, 파일럿은 1기만 더 격추하면 에이스가 되는 바니가 좋다고 말한다. 이에 슈타이너는 조종은 베테랑인 미샤가 맡는다고 말하고, 미샤와 가르시아는 바니가 허풍을 떨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은근히 비꼰다.

"바니, 미안했다. 앞으로 1기면 에이스인데"

"아직 4기였어? 놀랐는걸. 바니 정도라면 벌써 20기는 격추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한편, 연방군 기지에서는 크리스가 신형 건담인 NT-1 ALEX(이하 알렉스)의 반응 속도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반응 속도에, 이렇게 민감한 기체를 실전에 쓸 수 있는 거냐며 의문을 표하는 크리스. 정비관은 알렉스는 사실상 괴물이나 다름없는 뉴타입의 전용기라고 한다.
그리고 바니와 알은, 콜로니 공사용 터널을 이용해 그 기지에 잠입. 알렉스의 사진을 찍고 빠져나오는데 성공한다. 뿌듯한 마음에 활짝 웃는 두 사람.



그 시각, 슈타이너는 사이드 6의 방송에서 '모든 콜로니에서 지온군을 추방한다'는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르시아는 지온군에 협력하고 있는 바텐더에게서 연방군 기지의 지도와 내부 설계도를 입수하고 돌아오는데, 바니와 알이 그 기지에 잠입해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알고는 바니에게 주먹을 날린다. '작전을 망칠 셈이냐'며 화를 내는 가르시아.
슈타이너는 그런 가르시아를 말리면서 바니에게 알을 집에 데려다주라고 명령하고, 한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런 무모한 짓 다시는 하지 마. 죽고 싶지 않으면, 명령대로 행동해라"

바니는 알의 집에 도착하지만, 깊이 잠든 알은 도무지 깨어나지 않는다. 결국 알을 크리스의 집에 맡기고, 바니는 돌아서기 전에 크리스에게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크리스 역시...

작전날짜가 다가오면서, 사이클롭스 대의 대원들은 도구를 사는 한편, 몰래 폭탄을 장치하는 등 분주해진다.
그런 동안, 알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지온은 적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마침내 작전 전날, 묵묵히 장비를 챙기던 가르시아는 바니에게 말을 건다.

"바니, 죽지 마라"

작전이 개시되자 슈타이너와 가르시아, 바니는 연방군으로 위장한 채 기지에 잠입하고, 미샤는 캠퍼를 움직인다. 연방군의 주의가 캠퍼로 향해있는 사이 가르시아는 기지 통제실의 경보 시스템을 해제하고, 슈타이너와 바니는 밖에서 연방군인의 잡담을 받아넘긴다.

"댁들은 신입인가?"

"아, 1주일 전에 막 도착했지"

"너는?"

"나도 막 배치받았어"

"댁은 사투리가 있는데, 어디 출신이야? 오스트레일리아 쪽인가?"

"그래, 시드니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자랐지"

"시드니라... 좋은 곳인가?"

"최고지. 지금쯤 마을은 눈으로 새하얄 거야"

슈타이너와 바니는 곧 격납고에 도착하지만, 방금 대화를 나눴던 연방군인이 달려와 그들에게 총을 겨눈다. 지구에 가본 적이 없는 바니는, 12월인 지금 남반구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여름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따로 행동하고 있어 포위당하지 않았던 가르시아는, 슈타이너가 신호하자 연방군에게 총격을 가한다. 슈타이너와 바니는 재빨리 무기를 잡고 행동하지만, 그 와중에 슈타이너가 총에 맞는다.
미샤의 캠퍼를 막기 위해, 연방군은 콜로니 밖에 있던 강습양륙함에서 MS를 출격시킨다. 한편, 기지 내에서는 가르시아가 바니에게 슈타이너를 부탁하고는, 알렉스를 파괴하기 위해 폭탄을 들고 돌진한다. 하지만 도중에 총에 맞고 쓰러지고, 결국 가르시아는 알렉스 옆에서 자폭한다.

연방군의 MS를 모두 격추한 미샤는 격납고를 부수고 바주카를 겨누지만, 방금 전 탑승한 크리스가 아슬아슬하게 알렉스를 발진시킨다. 크리스는 알렉스의 중장갑으로 버티며 공격하지만, 미샤가 조종하는 캠퍼는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다. 그리고 대치하는 두 MS.
미샤는 미리 근처에 세워뒀던 트레일러에서 체인마인(Chain Mine)을 꺼내 휘두르고, 돌격해오던 크리스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에 휘감긴다. 그 순간 체인마인이 일제히 폭발하고, 연기속에서 부서져 떨어지는 알렉스.
하지만 다음 순간, 알렉스의 부서진 장갑 내부에서 기체의 본 모습이 나타난다. 알렉스의 중장갑은 외부에 덧입혀진 추가장갑이었던 것이다. 미샤는 빔 사벨을 꺼내들고 달려들지만, 크리스는 알렉스의 팔에 내장된 30밀리 개틀링 건을 캠퍼에 퍼붓는다. 탄창이 텅 빌 때까지 발사된 알렉스의 개틀링 건에, 결국 캠퍼는 쓰러진다.
그 근처에서, 의식을 잃은 슈타이너를 차에 태우려던 바니는 알과 마주친다. 알은 기지에 견학을 왔다가 가르시아의 죽음과, 캠퍼와 알렉스의 교전을 모두 목격했던 것이다.



다음날, 크리스는 경찰이 연방군이 이곳에서 신형기를 개발한 탓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자 싸우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라고 소리친다. 그 말에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 같은 건 한 명도 없네. 숫자의 문제가 아니야'라며 돌아서는 경찰.
한편, 알은 어제 전투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아이의 시신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외면하듯, 도망치듯 달려가는 알.
바니는 자신이 버려둔 자쿠 옆에서 떠날 채비를 하면서, 슈타이너의 마지막과 바텐더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니... 그 녀석은... 건담은... ...어떻게 되었나?"

"놈은... 미샤가 파괴했습니다. 우리도 어서 탈출하도록 하죠"

"바니, 거짓말이 서툴구나..."

슈타이너가 죽은 후 바텐더를 찾아간 바니는, 한시라도 빨리 위조 여권으로 탈출하라는 말을 듣는다. 크리스마스날 밤까지 알렉스가 파괴되지 않으면 지온은 핵으로 사이드 6를 완전히 파괴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바니를 찾아, 불시착한 자쿠가 숨겨진 공원으로 찾아온 알에게, 바니는 지온의 핵공격 예정을 말해주고는 자신은 도망칠 거라고 말한다. 이에 자쿠를 수리해서 건담(알렉스)을 파괴하자는 알. 여전히 바니가 에이스라고 생각하는 알에게, 바니는 자신은 1기도 격추하지 못한 햇병아리일 뿐이라며 소리지르고, 살고 싶으면 어서 도망치라고 한다. 자신도 도망칠 거라는 바니를, 알은 강하게 비난한다.
크리스와 마주친 알은 콜로니가 공격을 받으면 어쩔 거냐고 묻고, 크리스는 맞서싸울 거라고 대답한다.

"무서운 건 견딜 수 있어도 외톨이가 되는 건 견딜 수 없으니까"

"외톨이?"

"엄마나 아빠나 알, 그리고 친구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다 죽어 버리면 나 혼자만 살아 있다는 건데,"
"나만 도망쳐봤자 혼자서 살 수 없는걸..."


그러면서 도망치는 것 역시 그 사람의 방식이고,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기에 옳고 그른 것은 누구도 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제 캠퍼와 교전한 연방군에 의해 부서진 학교에서, 알은 탄피를 줏으며 기뻐하는 친구들과 만난다. 복잡한 마음에 울음을 참으며 억지로 웃는 알. 결국 알은 경찰서에 지온이 핵공격을 할 거라고 신고하지만, 지난번 뺑소니 거짓말 사건 때문에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우주 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바니는, 우연히 크리스와 닮은 여성을 보게 된다. 실연당한 듯한 그 여성은, 전화를 걸어 울면서 소리친다.

"그것 말고 다른 거짓말을 할 근성도 없으면서!"


그날 저녁, 알은 아버지가 어머니와 화해하고 크리스마스에 돌아오신다는 말을 듣는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지온이 핵공격을 해 온다. 그렇게 되면 모두 죽는다. 충격을 받고 방에 틀어박힌 알에게, 바니가 전화를 걸어온다.

"바니, 있잖아... 저번엔 미안했어"
"부탁이야. 우리를 구해줘, 바니"


"그래, 그럴 생각이야"

"정말?"

"그래,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 한번 더 공격할 거야. 도와주겠어?"



콜로니 전체가 크리스마스 준비에 떠들석한 가운데, 바니와 알은 힘을 합쳐 자쿠를 수리한다.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이클롭스 대가 반입해온 트레일러를 가지러 간 바니와 알. 그런데 눈앞에서 트레일러가 견인되고 있었다. 연방군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알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 바니는 남은 1대의 트레일러를 빼돌린다.
(설정상 우주세기의 차량은 전기 동력이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다)
확보된 무기는 히트 호크 1개, MS용 수류탄 12발이 전부였다. 건담(알렉스)의 개틀링 건을 걱정하던 바니는, 발연통(색이 있는 연기를 내는 통)과 축제용 애드벌룬을 이용해서 주의를 끌기로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지온의 핵공격까지 만 48시간이 안 남은 상황에서 자쿠의 수리가 완료된다. 그날 저녁, 바니는 알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 자신의 유언이 담긴 디스크를 건넨다. 자신이 죽게 되면 디스크를 보고 그 말대로 하라면서.

"바니, 죽지 않을 거지? 이길 수 있는 거지?"

"물론이지, 맡겨두라니까"

"잘 자, 바니"


"하나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다시는 나쁜짓 안하겠다고 맹세할게요"
"부탁이에요, 바니를 지켜주세요"
"이 콜로니를... 모두의 생명을 구해주세요"
"아멘"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오후 2시. 지온의 핵공격까지 만 10시간이 안 남은 상황. 공원에서 자쿠가 일어선다. 그 시각, 알은 우주공항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케이블 카를 타고 공항에서 내려오던 중, 아버지에게서 핵무기를 실은 지온의 전함이 연방에 항복했다는 말을 듣는다. 황급히 케이블 카에서 내려 달려가는 알. 바니가 싸울 이유는 더 이상 없다.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알은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연방군 기지는 자쿠의 등장으로 비상이 걸린다. 알렉스가 나타나자, 바니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기지 근처의 숲으로 상대를 유인한다. 그리고 크리스 역시, 평지 전투가 유리함에도 인명 피해를 없게 하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숲에 숨겨뒀던 발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속에서, 바니가 설치해둔 애드벌룬이 부풀어오른다. 그 연기 속에서, 알은 바니를 말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치지만, 거대한 MS 교전 소음을 상대로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았다.
애드벌룬에 건담(알렉스)의 주의가 쏠린 틈을 타, 바니의 자쿠가 히트 호크를 휘둘러 개틀링 건을 파괴한다. 그 와중에 각각 부상을 입는 바니와 크리스. 엉겨붙어 산비탈을 미끄러져 가는 알렉스와 자쿠를 따라, 알은 싸울 필요가 없다며 있는 힘껏 소리친다. 결코 들리지 않을 희망의 말을...
그리고 연방군 기지 시설까지 들어온 알렉스와 자쿠는, 크리스와 바니는 소리치며 달려오는 알의 눈앞에서 서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자쿠의 히트 호크는 알렉스의 목을 베어 날렸고, 알렉스의 빔 사벨은 자쿠의 콕핏을 관통. 알은 이 모든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다. 그리고 폭발하는 자쿠.
폭발의 충격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멍하니 앉아 자쿠를 바라보던 알의 눈에, 알렉스의 콕핏에서 기절한 채 실려나오는 크리스가 보인다.

그리고, 결국 공개되지 않은 바니의 디스크의 내용은...

알, 알았지? 잘 들어줘
이 꾸러미 속에는 내 증언을 담은 테이프와 증거물이 들어있어
이 콜로니가 핵미사일의 목표가 된 이유를, 아는 데까지 얘기했어
만약, 내가 죽으면 이걸 경찰에 전해줘
어른들이 진짜라고 믿어 준다면 이 콜로니는 구해질 거야
내가 직접 경찰에 자수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뭐랄까... 그렇게 하는 건 도망가는 것 같아서
여기서 싸우는 걸 그만 두면, 자신을 속이는 것 같은...
연방이 밉다거나, 부대원들의 원수를 갚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잘 얘기를 못하겠지만 그 녀석과... 건담과 싸워보고 싶어졌어
내가 군인이라 그런 건지, 이유는 나도 잘 몰라
알, 아마도 난 죽겠지만,
그 때문에 연방군의 병사나 건담의 파일럿을 원망하거나 하지 말아줘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해야한다고 여기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야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자책하거나 하지 말아줘
이게 내 마지막 부탁이야
혹시 운 좋게 살아남아서 전쟁이 끝나면 말이야
꼭 이 콜로니에 돌아올게, 만나러 올게. 약속해
이걸로 이별이다. 잘 있어, 알. 건강해라
크리스에게도 안부 전해줘


시간이 흘러, UC 0080 1월 14일. 신문에는 지구연방과 지온공국 간의 평화협정 체결 소식이 실려 있다. 1년 전쟁의 종전.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왔다.
새학기가 시작된 그날, 집을 나서는 알의 모자에는 바니가 준 지온군 뱃지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알은 다시 떠나는 크리스를 만난다. 부임지가 지구로 변경되어 전임가게 되었다는 크리스.

"바니한테도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알이 전해줄래? 내가 못 보고 가서 아쉬워 했다고..."


"응, 바니도..."
"분명히, 분명히 아쉬워 할 거야"

부서진 학교 건물에서 진행되는 개학식에서, 알은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전쟁을 흥밋거리로 여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그 무서움과 슬픔, 참혹함을 아는 어른이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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