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tic Blue Hole

※ 이 팬픽은 나노하 StS 이후 약 70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인물은 등장하지 않으니 이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날부터 페이, 에리나를 비롯한 OVL의 일부 사원들은 철야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신형 디바이스 연구나 협력 회사와의 협상 준비 때문이었지만, 사실은 ELF 에르트 지부의 관리국 급습 작전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시내의 다른 곳에 흩어져있는 다른 간부들과의 연락은 '협상을 위한 사전 의견 조율'이라는 명목으로 화상 회의실을 통해 이루어졌다.

- 그런데, 왜 새해 전입니까? 조금 촉박하지 않나요?

-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은 그것도 길어요. 난 지금이라도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 그건 너무 빠릅니다. 우리는 제대로 준비도 안 되어 있어요. 자칫하면 오히려 역으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올해 안으로 결정한 것은..."

계속해서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다른 간부들-에리나가 돌아온 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OVL에 근무하는 사람들 뿐이었기 때문에 지금 회의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을 향해 페이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윽박지른 것도 아니고 표정을 찡그린 것도 아니었지만 간부들은 금세 말을 멈추고 페이의 말을 들었다.

"내년 1월, 디바이스 소지법과 마도사 등록법이 발효되면 늦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되면 민간 마도사 협회의 힘을 빌릴 수도 없으니까요."

- 지부장, 설마 일반인까지 끌어들일 생각입니까?

"일반인의 피해는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건 우리들 ELF가 아니라 평범한 에르트 인들이에요. 보내드린 데이터를 보셨다면 아실 텐데요."

페이의 말에 대꾸하던 간부는 입을 다물었다. 그만큼 에리나가 가져온 정보는 충격적이었고, 온건파라고 해도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지금 이 회의는 '왜 공격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왜 올해 안에 공격해야 하느냐'를 따지기 위한 것이었다.

"내년이 되면 비국원 마도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사냥이 벌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에르트는 완전히 무장해제 당하는 셈이죠. 그때가 되면 순수하게 우리들 힘만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이나 본거지에 연락을 넣고 지원을 받는 건 시간도 걸리고 관리국에 들킬 위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본부가 있는 지역이니 관리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부족한 전력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은 질량병기 뿐인데, 마도 문명이 있는 차원에서 어쨌든 질량병기는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룰 수는 없어요. 차라리 민간 마도사들과 연합하는 편이 낫습니다."

- 그렇다면 굳이 올 연말까지라고 기한을 잡으신 이유는 뭡니까? 조금 더 당길 수는 없을까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지 않습니까?

"저도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아직 민간 마도사 협회와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께 먼저 설명을 드린 다음에 할 생각이었죠. 그리고 그 회답이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기한을 길게 잡을 수밖에요."

- 그렇다면 일단 계획을 두개 세워야겠군요. 마도사 협회가 참여하는 경우와 참여하지 않는 경우. 기왕이면 참여해주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테지만...

- 반드시 그런다는 보장이 없으니 문제군요. 어쨌든 그들은 민간인이니까.

- 이런 상황에서 발을 뺀다면 그건 에르트 인이 아닙니다.

- 아니,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요. 협회로서는 우리가 접촉해온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울 테고, 또 우리가 주는 정보의 신뢰성도 의심스러울 테니...

"자, 여러분. 그러면 왜 올해 안에 작전을 개시해야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신 겁니까?"

다시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던 간부들은 페이의 말에 회의의 목적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진 이상, 그들은 이제 각자 작전 준비에 바빠질 것이다.

"세부적인 작전 계획은 결정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일상 업무를 유지하면서 각자 알아서 준비해주세요.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회의 종료 선언과 함께 회의실의 화상이 꺼졌다. 의자에 앉은 채 담배를 꺼내 물던 페이는 불을 붙이려다가 화상 회의실에는 재떨이가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고, 인상을 구기며 라이터를 다시 집어넣었다. 사장실에 돌아간 다음 불을 붙일 생각이었다. 페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자리에서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자, 그럼 다른 녀석들을 닦달하기 시작해볼까."




"저기, 필리아. 이건 또 뭘까요?"

"글쎄요...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은데요..."

"하아, 이젠 아주 대놓고 부려먹네요. 협조 요청도 아니고 참가 명령이라니..."

10월 25일, 실비아는 집무실에서 막 관리국 내 통신망으로 내려온 공문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공문이라는 것이 정말 황당한 물건으로, 우선 제목부터가 '작전 참가 명령서'였다. 현재 테러 대책부에서 수립, 추진중인 테러 단체 기습 작전이 있으니 현장 기습 때 무조건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실비아였지만, 수신 목록을 보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다른 집무관 몇명과 무장대 중대장까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장대 1개 중대가 5개 소대 총 120명이니, 거기에 테러 대책부 인원까지 넣으면 대충 계산해봐도 130명은 가뿐히 넘어갈 것이다. 아마 150명까지 가지 않을까.

"이렇게 대인원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곳인가? 대체 어떤 상대길래 그러지?"

하지만 공문 어디를 살펴봐도 소탕 대상은 물론, 적 본거지나 심지어는 작전 일자까지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이 작전은 모든 임무에 우선하니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라는 말 뿐이었다.

"도대체 뭐람..."

다행히 당장 급한 업무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내용이 확실하지 않은 명령서는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계속해서 읽어보던 실비아는 공문에 '본부장 트론 서바이스의 지시'라는 문구까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작전 투입 인원의 규모와 세부 사항 비공개까지 트론이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비아는 아무말 없이 공문을 노려보았다.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정작 그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실비아는 공문이 뜬 창을 닫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11월 1일 오후 3시, OVL 본사 화상 회의실.
마도사 협회의 회답을 받은 페이는 다시 다른 간부들에게 연락을 넣어 최종적으로 확정된 작전 계획을 전달하고 있었다.

"마도사 협회에서 긍정적인 답신이 왔습니다. 단, 우리가 PA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수량은 200기."

- PA 200기?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양의 두배가 넘잖습니까!

- 시설을 풀가동한다고 해도 족히 40일은 걸릴 텐데, 요구가 너무 과하군요.

- 하지만 마도사 협회는 그대로 관리국과 맞서기에는 조금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통상의 배리어 재킷과 디바이스 뿐이니, PA를 장착한 고랭크 국원은 상대하기가 힘들겠죠. 이해 못할 건 아니에요.

"어쨌든, 그 문제도 있고 전달 루트도 확보해야하니 이번달 안으로는 무리입니다. 아무래도 다음달 중순 쯤이 되겠군요."

에르트 시에 있는 ELF의 시설 중 PA 관련 시설은 제조보다는 정비를 위한 시설이었다. 물론 PA를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관리국의 본부가 세워져있는 도시에서 그런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험한 마당에 규모를 크게 할 수도 없어서 시간당 제작 수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잘해야 하루에 5기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em>치직.</em>

"음?"

회의를 계속하던 페이는 화상이 갑자기 흔들리며 잡음이 끼는 것을 느꼈다. 페이는 자기 쪽 접속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간부들도 화면 흔들림을 입에 담았다.

- 잠깐, 저만 그런 겁니까? 방금 화면이 흔들렸는데...

- 아뇨,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회선이 불안정한 모양이군요.

- 그건 이상한데요. 전용 고속 회선을 쓰고 있을 텐데...

- 어디에서 공사라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흔들림과 잡음은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기 때문에 화상 연결은 금방 안정되었고, 간부들은 다시 계획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2소대, 배치 완료.]

[3소대, 정위치 도착.]

[4소대, 준비 완료.]

[5소대, 배치 완료. 이상 보고 끝.]

[좋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 [그리고 여러분은 저와 1소대와 함께 행동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잘 부탁합니다.] [걱정말게.]




- 그러면 수량이 갖춰질 때까지 PA를 보관하기 위한 간이 디바이스는<em>─칙─</em>또인가요? 이건 좀 심한데요.

- 그렇군요.게다<em>─치직─</em>어째 갈수록 심<em>─치지직─</em>는 것 같습니다.

- 흔들리는 시간도<em>─치직─</em>지는 것 같군요. <em>─치직─</em>서야 어디 제<em>─치직─</em>회의를...

"잠깐!"

순간, 페이는 탕 하고 테이블을 내려치며 일어섰다. 방금 화면이 흔들릴 때 간부들의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이 비춰졌던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혼선된 상태라면 회의 내용이 새어나갈 수도 있었다. 페이가 막 회선을 긴급 차단하려고 손을 뻗는데, 흔들리던 화면이 안정되며 간부들의 영상 외에 또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영상은 페이 뿐만 아니라 다른 간부들에게도 전달되고 있었다.

- ...당신은!

- 어째서! 아니, 어떻게?!

- 말도 안 돼!

간부들의 경악성을 들으며, 새로 뜬 화면의 남자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눈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페이는 그 눈에서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벨 듯한 예기를 느꼈다.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페이의 시선을 받아 넘기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이런, 이런. 에르트 시에서 손꼽히는 사업가 분들이 이렇게 모여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계십니까?

"...시공관리국 에르트 본부장, 트론 서바이스."

- 그러는 그쪽은 디바이스 개발업체 OVL의 사장이신 페이 왕이시군요. 아니, ELF 에르트 지부장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트론의 말에 간부들은 숨을 삼켰고 페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화상 통신에 끼어들어올 정도라면 지금까지 간부들과 나눈 대화도 전부 새어나갔다고 봐도 좋았고, 자신들이 ELF의 간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어떻게 눈치챘을까? 누군가가 발설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 다들 궁금하신 표정이군요. 사실 두달 전부터 관리국은 에르트 시내의 모든 통신 회선을 감청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정보부 국원들은 지금 다들 반쯤 시체죠. 이제 다 됐으니 조금만 수고하라고 막 다독이고 온 참입니다. 그럼 다시 얘기를 돌려서, 다른 지역에서 관리국의 대처가 언젠가는 에르트 시의 ELF에도 알려지는 게 당연하겠죠. 통제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정보를 입수한 ELF, 그러니까 여러분이 긴급 연락을 주고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어요. 문제는 여러분의 통신이 암호화되어 있어서 그걸 푸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는 거죠. 심증을 확증으로 바꾸는데 열흘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죠.

"...그렇다면 발뺌해도 소용없겠군. 이건 선전포고인가?"

- 물론이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ELF 제군. 도망칠 곳은 없으니 포기하도록.

페이가 사장으로서 보이던 공손한 태도를 버리고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자 트론 역시 가식적인 정중한 태도를 걷어치웠다. 이제 남은 건 정면충돌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당해줄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나?"

- 이제와서 뭘 어쩔 셈이지? 이미 너희들의 회사는 완전히 포위됐고 통신도 전부 감청되고 있다. 외부에 연락을 취하면 그 즉시 체포조가 출동할 거야.

"그렇다면 계획을 앞당길 뿐이다. 플랜 리미트 브레이커-1 발동!"

페이의 외침과 함께 목걸이처럼 걸고 있던 비상 연락용 디바이스가 지시를 전달했다. 전투반 출동, 마도사 협회 협조 요청, 비전투원 쉘터 집합. 그와 동시에 화상 통신에 떠오른 간부들의 화면이 끊어지며 건물내에 사이렌이 울렸다. 트론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여유만만한 태도였다.

- 마지막 발버둥인가. 그럼 얼마나 날뛸 수 있는지 지켜봐주지. 사냥 개시.

트론의 말이 끝나자 화면이 꺼졌다. 페이는 잠시 검게 변한 화면을 노려보다가 회의실을 뛰쳐 나갔다. 결전의 시간이었다.




[주인이 목줄을 풀었다. 반복한다, 주인이 목줄을 풀었다.]

[라저. 사냥개, 들개 사냥을 시작한다. 전 소대 작전 개시.]

[라저. 2소대, 옥상으로 침투합니다.]

[3소대, 지하에서 침투합니다.]

[4소대, 5소대와 함께 도주 차단 임무에 들어갑니다.]

[좋아. 1소대, 정문으로 침입한다.]

트론의 지시가 내려지자 에르트 시내에 퍼져있는 몇몇 회사의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공관리국 무장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가 된 회사에는 당연히 페이와 에리나의 회사 OVL도 있었다.




"꺄악!"

"우와앗!"

"뭐, 뭐야, 당신들! 여긴 민간 회사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직원들 틈에서, 한 용감한 직원이 국원들을 향해 항의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날아온 마력탄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악!"

"무슨 짓이야!"

"시끄러워! 전원 ELF 가담 혐의로 체포한다! 모두 AMF 링 채우고 압송해! 한명도 놓쳐선 안 된다!"

중대장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비가 형형색색의 마력탄과 바인드로 물들었다. 곳곳에서 비명과 타격음이 들려왔지만 국원들은 아랑곳않고 쓰러진 사람들의 목과 손목에 AMF 링과 수갑을 채웠다. 국원들에게 회사 직원들은 적일 뿐이었다. 로비가 제압되자 중대장은 1소대원들과 집무관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1소대, 사장실로 간다! 디사이플 집무관과 테론드 집무관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자가 없는지 감시해주십시오."

"...알겠어요."

"알았네. 서두르게."

"예, 부탁드립니다. 1소대, 이동!"

중대장과 1소대가 복도 너머로 사라진 후, 실비아는 건물 로비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구속된 OVL 직원들은 대기하고 있던 체포조에 의해 압송되었지만 제압 과정에서 로비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실비아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테론드가 입을 열었다.

"너무 마음쓰지 말게. 실제로 이들 중 ELF와 관련이 있는 사람은 몇 되지도 않을 거야. 나머진 모두 무혐의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겠지."

"그럴까요...? 하지만, 그럼 왜 전부..."

"그 몇 안 되는 ELF 관련자를 잡기 위해서지. 혹시라도 놓아준 사람들 중에 있다면 큰일 아닌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40세가 넘은 테론드는 연장자의 경험에 비추어 대답했고, 실비아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몰랐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트론은 애초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체포된 인원은 전원 ELF 대원으로 단정되어, 일주일 안에 변경 노역장으로 압송될 계획이었다. 전 직원을 ELF 소속으로 만들기 위한 정보 조작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몇분 후, 로비를 지키고 있던 실비아에게 무장대의 염화가 들려왔다.

[1소대, 사장실에 도착. 텅 비었다. 이미 뜬 모양이다. 계속해서 건물내 수색으로 전환한다.]

[여기는 3소대. 쉘터로 추정되는 구역 발견, 현재 셔터 앞에서 적 전투원과 교전 중. 저항이 거세다. 지원 바람.]

[라저. 1소대가 지원하겠다. 2소대는 수색 속행하도록.]

[긴급! 여기는 5소대! 방금 3층 유리창을 깨고 몇명이 도주, 현재 추격중! 속도가 빠르고 방어도 강해서 멈출 수가 없다! 방향은... 본부 쪽이다!]

[5소대 추격하라! 4소대는 임무 속행! 체포조는 본부에 연락해서 방어를...]

[나도 가겠습니다!]

[디사이플 집무관?]

실비아의 염화에 당황했는지, 중대장의 염화는 약간 불안정했다. 중대장이 반대하기 전에 실비아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본부에 남아있는 전력은 평상시의 절반도 안 될 테죠? 게다가 민간 마도사들까지 ELF에 합세한다면 아무리 그들에게 PA가 없어도 힘들 거에요. 돌아가서 본부 방위에 참가하겠어요. 지금 로비 지키는 건 1명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테론드 집무관,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네. 그리고 본부만큼 중요한 곳은 없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디사이플 집무관, 부탁드립니다.]


[라저. 집무관 실비아 테스타로사 디사이플 중위, 본부 방위 임무로 전환합니다.]

염화를 끝낸 실비아는 로비를 나섰다. 지금 OVL에 파견된 국원들 중에 전송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자력으로 날아가야만 했다. 잠시 망설이던 실비아는 PA 제라프를 장착해 스러스터와 비행 마법을 병용하며 속도를 높였다. 도착해서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야할지 몰랐기에 배리어 재킷보다는 조금이라도 마력 소모가 적은 PA를 쓰는 편이 나았다.
빠른 속도로 에르트 본부를 향해 날아가는 실비아의 심경은 복잡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본부 방위를 위해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다른 마음이 더 컸다. 눈앞에서 압송되는 에리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실비아는 에리나가 ELF 단원이라고는, 그리고 그 유명한 검은 마녀라고는, 게다가 지금 본부를 공격하기 위해 날아가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치잇, 끈질기네!"

PA를 장착한 채 비행하던 에리나는 등 뒤에서 날아온 고속직사탄이 실드에 충돌하는 것을 느끼며 혀를 찼다. 관리국 무장국원들은 점점 뒤쳐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에리나 일행을 쫓고 있었다. 포격 마법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속직사탄이나 유도조작탄을 날렸지만 거리도 있고 실드도 쳐놓고 있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신경에 거슬린다는 점은 어쩔 수 없었다.

[신경쓰지 말고 날아라. 본부에 닿으면 다른 녀석들이 견제해줄 테니까, 지금은 빨리 도착하는 것만 신경 써.]

[알고 있어요.]

며칠 전 전투반으로 복귀한 이반의 염화를 들은 에리나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멀리 관리국 에르트 본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주변의 하늘과 땅에서 수많은 빛깔의 마력광이 난무하고 있었다.

[벌써 시작한 모양인데.]

[아무래도 민간 마도사들은 숫자가 많으니, 그 대인원을 사전에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겠지. 지금만큼 관리국이 만성적인 인원부족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고마운 때도 없는걸.]

[아, 그건 동감이야, 대장. 기왕이면 더 적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건 징징댄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우리 할 일에나 집중해. 괜히 방심하다 떨어지지 말고.]

[예입.]

[전방 포격! 회피!]

에리나와 이반 일행이 날아오는 것을 관리국이 눈치챘는지, 몇몇 국원이 일행을 향해 포격을 날렸다. 다행히 발사 직전 그 모습을 본 이반의 지시로 모두 피할 수 있었고, 포격을 쏜 국원들은 그 직후 민간 마도사들에게 견제받거나 격추되었다. 그리고 그 마도사들도, 뒤이어 날아든 국원의 공격을 받고 비틀거리거나 떨어졌다. 누구의 우세도 점칠 수 없는, 완전한 혼전이었다. 그 아비규환 속을 무서운 속도로 가로지르며, 에리나 일행은 관리국 에르트 본부 건물로 향했다.

『Piercing Cannon.』

"슛!"

에리나의 곁에서 날던 막스가 관리국 건물을 향해 포격을 날렸다. 옅은 노란색의 포격이 건물에 충돌하기 직전, 실드가 펼쳐지며 공격을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본 이반은 곧장 본부장실로 뚫고 들어가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다른 곳을 뚫어! 어디든 좋다! 건물 내로 진입해야 해!"

『Moving Buster.』

『Piercing Cannon.』

『Flame Strike.』

『Blaze Buster.』

""""슛!""""

네가지 색깔의 포격이 관리국 건물 외벽을 두들겼다. 대부분의 포격이 또다시 전개된 실드에 가로막혔지만, 그중 한 곳의 실드가 깨어지며 건물에 구멍을 뚫었다. 본부장실에서 7층 아래였다.

"돌입!"



에리나 일행이 돌입하고 몇분 후, 실비아도 관리국 건물에 도착했다. 그 전에 도착한 5소대는 민간 마도사들의 견제에 막혀 어느새 혼전에 참가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비아는 5소대장을 찾아보려다 포기하고, 건물 외벽에 생긴 구멍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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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급전개인 감이 있지만 어쨌든 전면전입니다. 현재 페이를 비롯한 ELF의 비전투원들은 각각의 회사 내 쉘터에서 농성중, 전투반 인원들은 둘로 나뉘어 관리국 본부 공격과 쉘터 방위에 임하고 있습니다.

트론의 태도 변화가 갑작스러우신 분들도 계실 텐데, 원래 저런 식으로 설정한 녀석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필력이 부족해서 앞부분에서 묘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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